한진중공업, 과연 정리해고만이 방법인가
한국 조선산업의 기반을 닦아 ‘조선기술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73년 전통의 한진중공업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다른 조선사들은 밀려드는 수주 소식에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건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수주 감소와 파업으로 우울한 연말을 겪고 있다. 2010년 12월 15일, 사측이 노조에 생산직 직원 40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발생한 노사갈등이 해를 넘기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반발해 지난 12월 20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사는 정리해고와 관련한 주장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으며 정리해고 통보 이후에 단 한차례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지 않았다. 사측은 희망퇴직을 받았으나 목표치에 크게 못미친 만큼 예정대로 정리해고 절차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단 한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사의 입장차이를 정리해보면, 먼저 사측은 정리해고가 영도조선소가 살아 남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사측은 "2년째 신규수주가 중단되고 5월이면 일감이 모두 소진되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영도조선소를 살려 회사와 근로자, 협력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 정리해고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한 회사 생존과 해고 회피를 위해 3천억대 자산 매각, 행정기술직 성과급과 임원 급여 반납, 시간외 근로 최소화, 부문 간 전출, 희망퇴직제, 작업방식 개선, 원가절감, 복지 축소, 인력 조정, 기술본부 일부 분사, 순환휴업 실시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으나 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 측은 "사측이 주장하는 경영난은 전혀 근거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한진중공업은 1조원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자수익만 405억원이나 되고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신용평가서 A등급을 받는 우량 기업"이라며 "전 세계 조선경기 침체기였던 2009년 하반기에도 1천252억원의 영업이익, 수주 부진 속에서도 잔여 물량만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영업이익 1천599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제2조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1조원이 들어가는 에너지 사업 신규투자를 발표했으며 지난해 말 에너지회사에 총 160억원이 넘는 유상증자까지 해 놓고 전체 생산직의 3분의 1이 넘는 사람을 해고해야할 만한 긴박한 경영상의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최근 2년간 신규 수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영도조선소의 고비용 구조 때문에 수주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년간 120여 차례 각국 선주사와 접촉했지만 영도조선소의 선박 건조 비용이 경쟁사보다 15∼20% 이상 높은 탓에 수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사측이 영도조선소의 선박건조 비용을 일부러 부풀려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선박 건조 비용이 경쟁사보다 15∼20% 이상 높은 탓에 수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측 주장은 사실을 왜곡, 과장한 것"이라고 맞섰다. "영도조선소는 지난 10년간 줄곧 흑자를 낸 경쟁력이 있는 조선소이며 잔여물량만으로도 흑자를 내고 있는 조선소가 경쟁력이 없다는 사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영도조선소의 수주경쟁력이 낮은 게 아니라 경영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며 영도조선소를 폐쇄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노조 측은 사측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강행하고 2년간 신규 수주를 하지 않은 것은 영도조선소를 폐쇄하고 국내 조선업에서 손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이 영도조선소를 고기술·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는 첨단 조선소로 탈바꿈 시키겠다고 하고 있지만 조선업의 핵심인 설계본부 인력 400여명을 퇴사시켰고 영도조선소에 대한 투자계획이나 시설개선 계획도 전혀 내놓고 있지 않다"며 "영도조선소를 첨단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로 바꾸겠다는 것은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한 잔꾀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2003년 10월 17일, 황소같은 우직한 풍모의 한 사내가 이 곳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129일 간의 고공 농성 끝에 그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주익. 정리해고와 노조에 대한 손배 가압류 철회를 요구하며 35m 높이의 크레인에 올랐던 그가 남긴 유서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그런데도 자본가들과 정치꾼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한다. 부족한 나를 믿고 함께 해준 동지들에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40의 인생이었지만 남들보다 조금 빨리 가는 것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무엇 하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헤어지게 되어서 미안해. 이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나의 무덤은 크레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7년이 지난 오늘날, 그 때와 같은 정리해고 철회라는 이유로 한 여자가 그 장소에 섰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잘 모르겠지만, 양측 모두 극단적 선택을 함에 있어 많은 어려움과 고민이 있었겠지만,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이 또 발생하기 전에 서로의 입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어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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