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연극 템페스트, 리어왕 비교
연극 와 은 지금까지 본 연극들과는 확연히 다른 공연이었다. 는 고전작품을 비교적 현대식으로 표현하였고 유머러스한 부분도 중간중간에 삽입하여 극이 딱딱하게 흘러가지만은 않도록 해주었다. 반면, 은 아예 연극계의 새로운 장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연극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서 각색된 내용, 자막 읽기, 처음 보는 연출 방식을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는 오태석 연출의 우리 전통 식으로 각색된 작품을 접한 적이 있기 때문에 와는 두 번째 만남을 하는 셈이었다. 작년에 본 는 개인적으로 매우 지루하여 공연이 시작한 지 이십 분이 지났을 무렵에는 더는 못 견디고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여러 방식으로 인물과 배경을 연출했지만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이번 는 나에게 다른 좋은 감상을 전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나의 바람과는 달리 자막을 읽는 불편함 때문이었는지(자막을 읽기에 너무 바빴다) 연극에 집중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좋은 극단의 연극이라고는 하나 크게 이점을 느끼지는 못했다.
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는 그다지 잘 알려진 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라고 번역된다. 러시아 극단이 표현한 는 현대적인 느낌을 섞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갑자기 연극 도중에 백화점을 배경으로 한 곳에서 쇼핑하는 장면이 나온 것이 그 예다. 또한 요정 에리얼이 통나무의 역할을 대신하여, 페르디난드가 노동하는 장면으로 웃음을 유발한 것도 재치 있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무대의 배경을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다, 밀밭 등을 움직이는 장면으로 연출한 것도 신기하기는 했으나 다소 이질감이 느껴졌다.
반면 은 매우 정적이었고, 무거웠다. 와 같은 유머코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극이 느리고 대사도 일반적인 연극 톤이 아니라 스즈키 다다시 극단 특유의 톤이라고 생각되는데, 대사를 말하는 방식이 매우 딱딱하게 들렸다. 일본어와 한국어가 혼합된 상황도 처음 접해보는 경우라 당황스러웠다. 처음에 은 그야말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낯선 무대 세팅과 배우들의 걸음걸이, 말투가 모두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느릿느릿한 분위기와 자막 때문에 점점 극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원래 알고 있던 원작과도 차이가 있었다. 에드먼드는 고너릴과 리건 두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었고, 등장하지 않는 인물도 있었다. 배우들의 행동 연기를 통해 장면이 직접적으로 전달된다기 보다는 대사를 통해 듣고(혹은 읽고) 전달되는 부분이 많았다. 소설로 치자면 장면 묘사는 없고 진술만 있는 느낌이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이 특이한 연극에 대한 의문점이 많이 풀리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출 스즈키 다다시가 밝힌 연극 속 의도는 다소 황당하고 놀라웠다. 극을 보는 내내 하얀 옷을 입은 여자들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하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실제 배경이 정신 병원이며, 한 노인의 공상 세계 속이라는 것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아니었다면 절대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과연 그의 연출 방식을 다른 사람들은 잘 알아보았을지 의문이다. 어떤 관객이 이 연극이 굉장히 일본 전통이 많이 담겨 있다고 말했는데, 나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글로스터 공작의 아들들인 에드먼드나 에드거가 특히 일본의 사무라이 무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오히려 스즈키 다다시는 일본 전통극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고 하여 다소 의외였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연출 스즈키 다다시가 넋두리를 하듯 말한 간호사에 대한 얘기 등은 극과는 무관한 것이라 차라리 다른 질문을 하나 더 받았으면 했다.
연출 스즈키 다다시와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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