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血의 淚’
- 피눈물, 그 누구도 닦아주지 못했다.
피눈물-그 누구도 닦아주지 못했다.
‘유주얼 서스펙트’는 그 제목과는 사뭇 다르게 내게 평범하지 않게 다가왔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본 다음부터 범죄영화, 그 중에서도 스릴러와 느와르는 내가 정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추구하게 되었고, 내 나름대로 영화의 장르에 대한 계층을 만들게 했다. 그 후에 장르영화의 최고 계층은 범죄영화, 그 중에서도 스릴러와 느와르가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내 머리 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스릴러와 느와르는 좋아하는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 스릴러는 스릴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좋아한다. 사실 나는 신체적인 스릴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싫어한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맛보는 스릴, 체력의 한계에서 맛보는 스릴은 내게 그다지 쾌감을 주지 않는다. 불편함과 고통만이 가득할 뿐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맛보는 스릴은 내게 최고의 쾌감을 선사한다. 자신에게 가득한 쾌감을 가져다 주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쾌감이라면. 느와르도 물론 스릴을 가져다 주긴 하지만 그런 지적 스릴 보다는 썩어가는 사회에 대한, 우리가 어찌 해볼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신랄한 고발, 그리고 변하지 않는 현실 앞에서 느끼는 무기력함. 신랄한 고발과 그 뒤에 오는 무기력함이 내게 미묘한 감정을 전달해준다.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그런 생각은 나의 사고를 좀더 비판적으로, 합리적으로 만들어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우리나라에 아직 자리잡지 않고 있으며 매우 안타까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좋은 영화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데 매우 감사하고 있으며 를 택한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19세기, 조선시대 말엽, 제지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외딴 섬 마을 동화도에서 어느 날 조정에 바쳐야 할 제지가 수송선과 함께 불타는 사고가 벌어지고,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관 원규(차승원) 일행이 동화도로 파견된다. 섬에 도착한 第 一 日, 화재사건의 해결을 서두르던 원규 일행 앞에 참혹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장학수란 자가 나무에 꽂혀 죽어 있었는데 범인을 알 수 없는 살인 사건과 만신(최지나)의 굿에서 강 객주(천호진)의 혼이 사람들은 저주한 것을 본 섬 사람들은 7년 전, 온 가족이 참형을 당한 강 객주의 원혼이 일으킨 저주라 여기며 동요하기 시작한다. 원규가 사건을 해결하는 가운데 장호방이 끓는 물이 죽고, 독기가 얼굴에 종이가 붙어 질식사로 죽고, 장 객주가 머리가 깨져서 죽는 등 연쇄살인 사건이 계속 벌어지게 된다.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는 중에 원규는 그 사람들이 장객주를 무고하게 밀고한 사람들임을 알게 되고 죽임을 당하는 방법도 장객주와 그 일가가 죽임을 당한 방법과 같음을 알고, 마지막 밀고자를 찾아 범인을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불길한 섬에 고립된 원규 일행은 살인범의 자취를 찾지 못한 채 광기 어린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에 궁지로 내몰리고 제지소 주인의 아들 인권(박용우)은 흉흉한 마을 분위기를 강압적인 태도로 잡으며 원규와 끊임없이 대립하기만 한다. 여기에 참형 당한 강객주에게 은혜를 입었던 두호(지성)의 부각과 장객주와 그 일가의 처형을 집행했던 토포사가 자신의 아버지였음을 알게 된 원규는 점점 더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만신의 말에서 힌트를 얻은 원규는 동굴 속에서 소연(윤세아)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잔인한 살인사건의 이유는 소연의 죽음에 대한 복수임을 깨닫게 된다. 두호와 장객주의 사이에 대한 사람들의 증언과 두호의 행동으로 원규는 처음에 두호를 범인으로 단정했지만, 나중에 두호가 범인이 아니고 마지막 밀고자 임을 깨닫게 된다. 범인은 인권으로 밝혀지고 원규는 장객주가 거열당한 것처럼 두호의 사지를 찢어 죽이려는 인권을 말리러 제지소로 간다. 두호를 죽이려는 인권을 원규는 총으로 쏘아 죽이게 되고 원규는 두호를 살려서 데리고 나오지만 장객주의 원혼을 두려워 한 섬사람들에게 두호는 잔인하게 죽게 되고 하늘에서는 피 비가 내린다.
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대표적인(재미있어요, 보지 마세요 돈 아까워요, 영화가 너무 우중중하고 잔인해요 등의 평가를 제외한 조금은 차분하고 논리적인)평가와 평론은 다음 몇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차승원의 연기변신에 대한 것이다. 원래 차승원은 코믹스러운 역할을 능청스럽게 잘 소화해 내는 배우로 유명하다. 이런 차승원이 어쩌면 무거워 보이는 이 영화에 출연한 것에 대해 사람들은 두 가지로 말한다. 하나는 차승원의 연기 변신이 뛰어났다 이고 다른 하나는 차승원 보다 다른 무거운 느낌의 배우가 이 역할을 잘 소화해 냈을 것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대체로 차승원이 그 동안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이원규’ 역을 잘 소화해 냈고, 사극 특유의 말투를 어색함 없이 소화해 냈으며, 심리 연기로 잘 했다는 긍정적인 평이 많다. 두 번째로 잘 만든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 를 통해 섬세한 심리묘사로 멜로라는 장르를 미스터리적인 감성으로 풀어내었던 김대승 감독. 또한 의 민언옥 미술감독은 동화도와 제지소 세트를 위해 10개월간 밤잠을 설쳐가며 공을 들여 분노와 공포, 탐욕이 머무르는 동화도를 현실 속에 재조립해냈다. 로 와일드한 액션을 프로듀싱 했던 김성제 PD, 갈옷의 색감을 이용한 한복·종이로 만든 의상 등 새로운 설정으로 만의 특별한 의상을 디자인한 의 정경희 디자이너, 헤어와 분장으로 시대 속 캐릭터들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의 한필남 분장팀장, 장엄한 음악을 통해 사람의 감성까지 움직이는 영화 음악계의 지존 조영욱 음악 감독 등으로 이루어진 환상의 팀이라는 생각이 많다. 하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많이 부족했다는 평이며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도 있다. 세 번째로 스토리의 짜임새에 대한 이야기이다. 원규가 수사를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했는데 속사포처럼 넘어가는 장면들은 편집의 문제점을 드러내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반부의 평은 긍정적인데, 후반부에서 이런 문제점 모두 해결해나갔다는 것이다. 후반부에서 이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 보다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토리에 대한 비판적인 평이 더 많은데 디테일한 설명이 많아져서 영화가 유지해야 하는 긴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호가 범인이 아니라 인권이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너무 급하게 넘어가서 관객들의 허탈감을 자아냈다는 평이 강하다. 그리고 마지막의 피 비가 내리는 장면은 너무 초자연적인 현상이라 영화가 전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불신, 공포감이 많이 사라졌다는 말이 많고, 너무 제목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평이 강하다. 는 캐릭터의 변화가 입체적인 영화이다. 이원규는 합리적이고 명민한 캐릭터이다. 그는 자신의 추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판단은 과학적이며 합리적이라는 확신아래 처음에는 정확히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무당인 만선에게 찾아가 미신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이용하지 말라는 충고도 한다. 하지만 사건의 후반부에 이르면서 그의 캐릭터는 점점 변화를 겪게 된다. 그의 추리가 계속 빗나가게 되자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의 아버지가 이 사건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사건의 혼란과 자신과 사건의 연관성은 이원규를 좀더 나약한 존재로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만선을 무시하던 그의 태도는 만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까지 발전하게 되고 이 때부터 만선은 이원규의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이원규는 처음에 많은 권력이 자신이 조사하던 사건과 관련되어 있어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런 그가 마지막에 사건의 단서 중 하나인 ‘직금도’를 바다에 몰래 버리는 모습은 그 사건을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덮어두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처음에 보였던 원규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인권은 처음에는 별 특징이 없는 단순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래서 영화의 초반부에는 인권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권이 이원규에게 보이는 묘한 적대감으로서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사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화도에 온 원규에게 필요 이상으로 적대감을 보이는 순간부터 인권의 캐릭터는 영화를 이끌어 가는 적극적인 캐릭터로 변모하게 된다. 마지막에 인권의 캐릭터 변화는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그가 범인으로 밝혀지고, 그의 아버지가 5명의 밀고자를 묵인한 사실, 그와 소연의 관계가 밝혀짐으로써 그는 이 영화의 상당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이 된다. 사랑하는 여인과,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지금의 처지가 되게 한 원인 중 하나인 자신의 아버지 가운데에서 갈등해야만 했을 그의 모습, 사랑하는 여인을 바다 너머로 보내고 심허로에 걸려 자신의 깊은 갈등의 원인인 그 섬을 떠나지 못해 고통스러워 했던 그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그 심허로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이 죽임을 당했다는 그 생각. 그리고 복수하는 그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제일 역동적이며 인간적인 캐릭터이다. 두호는 처음에 순응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주인의 은혜를 알고 주인에게 은혜를 갚는 전형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사건이 점점 해결됨에 따라 그는 순응적인 캐릭터에서 반항적이 캐릭터로 변하게 된다. 자신이 강객주의 딸을 구한 사실이 순수하게 받아들여 지지 않았을 때 자신의 신분에 대해 상당히 증오했음에 틀림없다. 그 증오는 주인을 배신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절규하게 된다. 이렇게 캐릭터의 역동적인 변화는 이 영화에 상당한 재미를 더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캐릭터의 역동적인 모습과 함께 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상징적인 현상이다. 이원규가 제지소를 살피러 간 제 2일에 부상을 당하게 된다. 팔에 긴 상처가 나게 되는데 이 상처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상징이다. 이원규가 살던 시대적 배경은 반상의 차이가 엄연하게 존재하던 시기였다. 이 반상의 차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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