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지아장커 감독`스틸라이프`
중국 영화는 내게 무척 낯선 영역이어서 크리틱을 위한 영화보기는 그 시작이 매우 사무적이었다. 단지 이 영화를 통해 현대 중국사회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섞인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지아 장 커 감독과 그의 작품을 검색해보니 그동안 중국 영화에 너무 관심이 없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반성이 돌아왔다.
영화는 특별한 클라이막스나 화려한 볼거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채색의 장면들이 이어지고 인물들의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다. 어쩌면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영화는 평범하고 단조롭다. 댐 건설로 지역이 수몰되고 건물들을 철거하는 산샤의 변화 속으로 이방인 두 사람이 각각 들어온다. 우연히도 같은 지역에서 온 두 사람은 떠나버린 가족을 찾고 있다. 한쪽엔 마오쩌둥이 한쪽엔 산샤 강이 그려진 지폐를 펼쳐든 남자는 화폐 속의 산샤 강과 실재의 산샤 강을 비교하는 듯 한 행동을 몇 차례 한다. 마치 마오쩌둥과, 경제발전, 댐건설, 산샤 강의 변화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에 대해 암시하듯이. 남자 주인공은 결국 아내를 만나지만 아내에게 걸려있는 빚을 갚아야 아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원래하던 탄광 일을 하기위해 다시 돌아간다. 떠난 남편을 찾아 산샤로 들어온 여자 주인공 역시 힘들게 남편을 찾지만 함께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새로운 삶을 위해 상하이로 떠난다.
영화는 중국사회의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강제로 공연 아닌 공연을 보게 하고는 돈을 뜯어내고, 교통요금을 바가지 씌우고, 행정처리가 매우 두서없고, 돈을 주고 아내를 사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경제발전을 위한 댐 건설로 지리적 변화가 일어나고, 일터를 잃은 철거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는 등등이다. 선진화 되어있지 못한 모습 와중에 무선 이동통신 장비가 활발히 사용되는 것은 다소 이질적이다. 또한, 담배, 술, 차, 사탕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네 가지 요소를 통해 인물간의 관계를 표현하기도 한다.
가끔씩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세계적인 도시의 행정 처리조차 공무원들의 뒷거래로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고발 기사가 보도된다. 대도시의 실태가 이러하니 그 이외의 지역은 말할 것도 없이 후진적인 행정 처리가 보편적일 것이다. 한 편, 인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경제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의 개발은 인민들에게 집과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터를 찾아 떠돌아야하는 고충을 안기면서 경제발전은 고사하고 당장의 생계유지도 보장하지 못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
현대 중국사회는 이와 같이 경제개발에 따른 과도기적 불안정이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의식수준의 차이, 행정 시스템의 체계화 미비, 개발에 따른 부의 재분배 문제 등등이다. 영화의 배경인 산샤도 폐허로 변해가는 지역 저편에는 여주인공이 남편을 찾아 간 매우 세련되고 현대적인 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개발은 신과 구가 공존하는 과도기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기간 동안에는 불안정과 불평등이 수반된다. 세계 제 1의 경재대국으로 성장하는 현재 중국의 모습이 그렇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처럼 중국역시 지금은 불안하지만 곧 정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자본주의의 꽃인 경제발전이 사회주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고 완성되어 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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