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
1. 들어가는 말
2. 어린 시절의 아름다움과 깨달음
3. 그녀와의 만남
4. 사랑의 완성
5. 결론
1. 들어가는 말
이 책의 저자인 막스 뮐러는 낭만적 서정시인인 빌헬름 뮐러의 아들로 동양학, 비교언어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인의 사랑’은 그런 그가 남긴 유일한 소설이며 언어학에 능통한 사람답게 어휘와 표현력이 매우 풍부하여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마치 시를 읽는 듯하며 이들이 신앙과 사랑에 대해 논하는 부분 또한 굉장히 철학적이다.
이 책은 총 여덟 번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이 그 첫 번째 회상이다. 어린 시절에 느꼈던 세상의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을 너무나 아름답게 묘사하던 그는 두 번째 회상에서는 세상에서 마주쳐도 외면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타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깨달으면서 남의 것과 내 것을 구분 짓듯 타인과 나를 구분 짓는 세상의 잣대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그러던 와중 그는 후작부인의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고, 거기서 마리아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그녀는 몸이 병약했고 그래서 늘 누워만 있었지만 주인공은 그녀를 천사라고 생각하며 좋아하게 된다. 그 후 주인공은 커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또한 대학을 다니다 여름방학 동안 잠시 고향 마을에 내려온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의 회상에 잠겨 마을을 활보하던 그는 마리아가 살았던 성을 발견하고 생각에 잠긴다. 그는 마리아를 자신의 수호천사로 생각하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하나의 이상향이자 자신의 또 다른 자아로 여기며 늘 그녀와 대화하곤 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마리아가 편지를 보내 찾아와 줄 것을 부탁함을 시작으로, 그 이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그 둘은 영혼끼리 교감하며 신앙에 대해 또 사랑에 대해 토론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깊이 사랑함을 깨닫지만, 마리아는 세간의 소문과 자신이 내린 사랑의 정의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주인공의 마음을 담은 고백에 답하고, 그 날을 마지막으로 평소 지병인 심장병으로 죽고 만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보통 연애소설이나 영화에서 담고 있을 만한 그런 남녀 간의 사랑은 결코 아니다. 병 때문에 늘 침상에 누워 바깥세상의 물질적 야욕과 보통 남녀들의 육체적이고 즉흥적인 사랑에 대해 경험해보지 못했고 또한 가까이 하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자신의 신앙과 정신적 성숙만을 추구하는 마리아. 또한 그녀를 순수하게 사랑하면서 그 사랑을 전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확대시키고, 자신의 사랑 안에 모든 것을 수렴할 줄 아는 진실 된 영혼의 소유자인 주인공. 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인공의 입장을 통해서 너무도 아름답고 순수하게 그려가며, 진정한 사랑의 본질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하나의 종교서, 또는 철학서라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2. 어린 시절의 아름다움과 깨달음
주인공이 첫 번째 회상에서 묘사하는 어린 시절은 굉장히 아름답고 신비롭다.
어린 시절은 그 나름의 비밀과 경이로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누가 그것들을 이야기로 엮을 수 있으며, 누가 그것을 해석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이 고요한 경이의 숲을 방황하여 빠져나왔다. 우리는 모두 한때 모든 감각이 마비된 행복감에 젖어 눈을 떴으며, 삶의 아름다운 현실이 우리의 영혼 위로 넘쳐흘렀었다. 그때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우리가 과연 누구였는지를 몰랐었다. 그때에는 온 세계가 우리 것이었으며, 우리 자신은 온 세계에 속해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영원한 삶이었다 ㅡ 시작도 끝도 없는 ㅡ 정체(停滯)와 고통도 없는. 우리의 마음속은 봄날 하늘처럼 맑았고 오랑캐꽃 향기처럼 신선했었다. 일요일 아침처럼 고요하고 성스러웠다.
이처럼 주인공에게 어린 시절이란 어떠한 고민도 근심도 없는 행복한 삶으로 비춰졌다. 어린 시절 우리는 타인과 나의 구분이 없었고 그러므로 내 것과 남의 것의 구분도 없었다. 누구에게나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서며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영혼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곧 주인공은 후작 부인과의 경험을 통해서 타인과 나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를 깨닫게 된다.
「아, 어머니」 하고 나는 외쳤다. 「후작 부인을 만났는데, 아주 상냥하고 아름다운 분이셨어요, 꼭 어머니처럼요. 그래서 부인의 목을 얼싸안고 입을 맞추지 않을 수 없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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