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아노 감상문1
보통 나는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경우란 거의 없는데 이번에는 과제 덕분에 잊고 있었던 명작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제목때문이다. 난 다섯살때부터 피아노를 십년간 쳤고 사춘기가 되서, 유년시절을 함께 해왔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했던 피아노를 버렸다.
사춘기는 내가 지닌 모든 것에 대한 부정으로부터 시작됐었다. 피아노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방 문을 열자마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그 육중한 모습이 그때는 그렇게도 싫었다.
피아노를 어려서부터 쳤기 때문에 절대음감을 가질 수 있었고 덕분에 어린나이에 작곡을 배울 수 있었지만 하루에도 수십번의 폭풍이 치던 그 때에는 더이상 나에게 있어서 친구도 미래의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렇게 내 피아노는 20만원을 주고 짐차를 시켜서 친척동생네로 옮겨졌다. 피아노가 있던 그 자리는 마치 피흘린 자국이라도 있는 것처럼 서늘했지만 난 왠지 그날 기분이 좋았다. 앓던 이를 뺐다면서 방이 넓어졌다면서 사악하게 기뻐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여름방학때였다. 비디오를 빌리다가 피아노라는 영화를 발견해고는 왠지 모를 이끌림에 의해서 빌려보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공감, 그리고 나보다 훨씬 심오한 주인공의 내면에 흠뻑빠져서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여섯살 때부터 알지 못할 이유로 말을 잃어버린 채 침묵의 세계를 살아왔다. 이제 나의 아버지는 나를 시집보내려 한다. 그래서 나는 딸과 함께 남편의 나라로 떠나야 한다" 라는 여주인공 에이다의 혼잣말과 같은 대사로 영화는 시작된다. 첫 장면은 해변가에 서 있는두 모녀와 한 대의 피아노로 그녀의 대사와 어우러져 경이롭게 시작된다. 그녀는 미혼모로 사생아인 어린 딸을 가졌기 때문에 고국을 떠나 결혼해야 하는 당대의 현실에 의해 낯선 곳으로 가게된다. 그녀가 세상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피아노와 그녀의 딸 플로라이다. 하룻밤을 지새고 다음 날 모녀앞에 원주민을 데리고 나타난 남편 스튜어트는 이동거리가 멀고 험하다면서 에이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피아노만을 남겨둔 채 모녀를 데리고 떠난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오로지 해변에 두고 온 피아노 뿐이었다. 남편의 친구 베인스를 설득하여 그의 도움을 받아 피아노를 가져오는 데는 성공하지만 남편은 베인스의 땅을 사는 대가로 피아노를 팔아 넘기고 만다. 에이다의 피아노에 대한 집착을 눈여겨 보던 베인스는 레슨을 핑계로 아다와의 육체관계를 협상한다. 베인스는 에이다가 피아노를 치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피아노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그의 요구를 들어줄 때 마다 한 개의 건반을 넘겨받는다. 그리고 점차 둘의 관계는 협상을 뛰어넘어 서로의 사랑에 대한 열려진 마을 발견하게 된다. 이 협상은 이들을 점점 더 복잡한 감정과 성적 욕망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다. 그렇게 둘은 비밀스러운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딸 플로라로 인해 남편 스튜어트에게 관계를 들키고 만다. 이성을 잃은 스튜어트는 에이다의 손가락을 도끼로 내려친다. 이 끔찍한 장면이 끝나고 스튜어트는 결국 에이다의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베인스에게 모녀를 데리고 떠나라고 한다.
그렇게, 닫힌 세계를 벗어나 탁트인 해변가로 나온 모녀와 베인스는 피아노를 실은채 배를 타고 파도를 헤쳐나간다. 이때 에이다는 갑자기 피아노를 버려달라고 부탁하고, 피아노를 바다 속으로 던지는 순간, 피아노와 함께 밧줄에 묶여있던 에이다의 발이 함께 바닷속으로 빠지게 된다. 에이다는 피아노와 함께 바다에 뛰어들어 상처입고 때묻은 육체를 죽음으로 끝내려고 한다. 남편과 헤어지고 천신만고 끝에 베인즈와 떠나면서 자기 감정의 분신인 피아노를 바다 속에 버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한 남자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 할 대상을 찾게 된 그녀에게 있어서 피아노는 이제 더이상 그녀의 목숨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박제품처럼 되어버린 피아노와 함께 그녀의 몸을 던진 것이 아닐까.. 그녀의 몸이 심해로 빠져들 무렵, 그녀는 죽음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마음의 음성을 듣는다. 그것은 생의 의지였다. 그녀는 발목에 묶인 끈을 풀고 물 밖으로 유유히 헤엄쳐 나온다. 에이다는 그전의 자신을 피아노와 함께 심해에 버리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피아노가 그녀에게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죽음과 생의 연결고리이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의 이 장면은 음울하면서도 아름다운 블루톤의 색채는 정말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에이다가 피아노와 함께 바다에 빠진 것이 자살 의도였는지 아니면 우연한 실수였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어쨌든 피아노에 묶인 밧줄을 풀고 헤엄쳐 나온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이에 대해서 에이다가 "어느 것이 나의 진짜 의지인지,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한 마음의 소리, 독백이 주목되었다. 감독은 일부러 분명한 답을 제시하지 않은채 애매하게 처리하면서 관객들에게 그 장면의 의미를 나름으로 해석하게끔 열어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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