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본론
1. 추억과 연민의 미학
2. 냉소적 사랑의 불모성
3. ‘텅 빈’ 기호로서의 사랑: 어른동화
III. 결론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째서 사람들이 이토록 착하고, 촌스러워졌을까?
모든 지난 것들을 순식간에 낡은 것으로 규정짓고 자본의 위력을 노골적으로 찬양해 마지않던 그 멋진 폼은 어디에 두고, 느닷없이 5,60년대 그 구질구질한 뒷골목을 그리워하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순애보에 눈물, 콧물을 아까지 않는 것일까.
사랑의 순정성, 슬픔의 감상적 과장, 오래되고 익숙한 덕목으로의 귀환, 이런 것들이 대충 멜로의 속성이라면, 문화계는 90년대부터 가히 멜로의 홍수라 할만하다.
물론 'IMF' 때문이라고, 번영의 거품이 걷히자 삶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폐해지면서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전언이 소중해졌기 때문이라고 하면 문제는 간단하다. 하지만 그 당시 그리고 지금의 복고풍을 ‘자본의 추락’과 ‘신파조 휴머니즘’이라고 규정해 본다면, 이 둘 사이에 필연적 연관 고리가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 우리 조는, 90년대 소설을 매개로 이 문제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90년대 소설은 여성소설이 단연 주류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향은 IMF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90년대 전반 여성작가가 대거 부상할 때와 비교하면, 작품경향에 있어서 적지 않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그 변화의 스펙트럼 역시 다면적일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그 가운데 문화적 멜로화의 흐름과 접속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주 텍스트는 90년대 초 이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공지영, 신경숙, 양귀자, 은희경의 작품이다. 그런데 여성성이 하필 여성작가만이 독점하는 특성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최근 일정한 경향을 이루고 있는 어른동화라는 장르 역시 주제나 문체적 특성은 여성성이라 지칭되는 미학적 지반을 공유하고 있다. 또 대중들이 그런 작품을 선호하는 심리적 메커니즘도 여성소설에 쏠리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남성작가들이 쓴 어른 동화류를 이 글 안에 포함시킨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 오명환 지음, 나남출판, 1994
― http://shinks.wo.to/ 신경숙 관련 팬페이지
― ‘스무살 시절 엄마의 예쁜 얼굴을 만난 딸. 마침내 평화를 찾다’ ( 459호), 김혜리, 한겨레신문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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