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의 양면성
네트워크의 발전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필두로 하는 최근의 IT기술 발전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기업 간 조정비용의 구조와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업 간 가상작업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물리적 근접성과 조정비용과의 관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디지털 경제의 속성 중 하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강력한 소수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신기술, 신제품 그리고 신사업 방식이 일단 어떤 수준의 양을 확보하고 나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이를 통해서 전체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경제에서는 가진 자가 더 갖게 되는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가속화된다. 한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글로벌화가 진전됨에 따라 글로벌 차원에서의 대규모 기업 간 M&A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생산과 개발 활동의 글로벌화를 토대로 범세계적 차원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한다. 이러한 대형 합병은 세계 산업의 주도권 쟁탈전을 야기 시켜 또 다른 대형 합병을 유발하는 합병의 도미노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경제는 한편으로는 조직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산업 네트워크의 형성을 촉발하면서 동시에 수확체증의 원리와 글로벌 차원의 M&A를 기반으로 한 소수의 초대형 기업의 출현을 촉진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권력을 향한 경쟁과 대립
국가나 지역경제 내에서의 경쟁 양상에서 글로벌 차원에서의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양상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초대형 기업 간의 경쟁, 네트워크간의 경쟁, 그리고 강력한 소수와 네트워크 간 경쟁의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 초대형 기업 간의 경쟁을 볼 수 있다. 석유, 화학, 금융 등 기존의 산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소수 간의 경쟁, 즉 글로벌 차원의 초대형 기업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시장을 상위 빅 3기업이 지배하고, 틈새 주자인 전문 기업들이 일부 공존하는 형태로 산업이 진화한다는 것이다.
둘째, 네트워크 간 경쟁을 들 수 있다.
새로운 신기술 신산업 분야에서는 거대기업 간 경쟁보다는 네트워크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동시에 산업계로의 확산이 빠른 분야에서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체 역량만으로는 이러한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경쟁이 아닌 협력과 공생의 관점에서 제휴나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 간 관계를 재조직화 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려는 산업계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대규모 개발프로젝트에 따른 투자 재원을 분담하고 위험을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조직 간 학습이 촉진되고 효과적으로 지식 이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간 경쟁은 신산업 분야에서의 ‘사실상의 표준 경쟁’을 통해 촉발되고 있다.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신기술 분야에서는 연합 형태의 국제 기술협력 컨소시엄 구성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네트워크 간 표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셋째, 강력한 소수와 네트워크 간 경쟁이 있다. 디지털 경제시대의 가장 특징적인 경쟁 양상은 강력한 소수 대 다수가 뭉쳐 만들어낸 네트워크 간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력한 소수 대 다수가 뭉쳐 만들어낸 네트워크 간 경쟁은 정치사회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행위자 각각은 미약하다. 그러나 이들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호 공감할 수 있는 의견을 형성하고, 동시에 함께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강력한 소수를 저지할 수도 있는 권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네트워크 기반 권력
디지털 경제 시대에 나타난 강력한 소수 대 다수가 뭉쳐 만들어낸 네트워크 간 경쟁 양상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강력한 소수의 권력의 원천은 배타적 소유권의 집중에서 구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의 궁극적인 권력의 원천은 소유가 아닌 관계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에서는 소유권에 기초한 자원의 배타적 활용이나 점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특정자원에 대한 복수 행위자의 공유 또는 공동 통제를 허용한다. 네트워크가 강력한 소수에 대항할 수 있는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공유 과정 속에서의 자발적 상호작용을 통해 각자가 갖고 있는 것들의 단순 합 이상의 생성적 잉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는 강력한 소수집단의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에 참여한 행위자들 간의 행동 편차나 성과의 차이가 행위자 자신이 보유한 속성의 차이보다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보여지는 구조적 지위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많은 기업들이 자사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관계형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네트워크의 근본 원리상 행위자의 의도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네트워크의 형성자체 또는 네트워크에서의 구조적 지위의 결정은 행위자의 의도대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행위자 간 상호작용을 거쳐 임의적으로 생성된다. 네트워크는 행위자들의 행위결과에 의해 사회적으로 구축되고, 재생산되고, 변경된다. 따라서 특정 행위자의 행동 변화가 기존 관계의 변화나 새로운 관계의 형성을 촉진할 수는 있지만, 네트워크 자체가 사회적으로 구축된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제한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가력한 행위자도 없다. 우리가 네트워크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와 같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행위자 각자의 자발성에 기초하면서도 상호 규범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상호작용을 토대로 막대한 자원 동원 능력을 지닌 강력한 소수에 대항할 수 있는 권력을 형성시키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행위자는 닫힌 상자 속의 원자와 같은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구조적 지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하나의 참여자라도 이탈하거나 행위자 간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 그 순간 네트워크는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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