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과 머저리 그리고 건축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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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병신과 머저리 그리고 건축학개론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이청준의 소설을 보면 주로 인간생활과 예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에 초점을 두고 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작품이 다소 관념적이기는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요하게 삶의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
소설 병신과 머저리를 읽고 나서 불현 듯 영화건축학개론이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의 관심이 있는 사람이거나 혹은 군중심리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최근 한국영화의 흥행기록을 새로 썼다는 건축학개론을 아마 한번쯤 봤으리라 생각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내용을 보면 결국 ‘첫 사랑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속설을 다시금 새삼 확인시켜준 영화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속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의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을 자신의 첫사랑을 추억하고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보면 식상할 수도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측면에서 소설 병신과 머저리와 영화 건축학개론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소설 병신과 머저리를 보면 ‘형’과 ‘나’는 아픔을 각자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그 아픔을 치유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 ‘형’은 6·25전쟁을 직접 체험한 존재로 후에 겪게 되는 소녀의 죽음을 통해 과거의 전쟁의 아픔을 떠올린다. 그러나 자신의 정신적 상처를 되돌아보고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능동적 인물이다. 즉,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의 아픔을 치유하려는 행위를 보인다. 반면 ‘나’는 자신의 아픔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그 아픔을 치료할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무기력한 인물이다. 즉,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해결조차 하지 않고 해결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완벽주의자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인해 자신이 좋아했던 ‘혜인’을 붙잡지 못하고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그림으로써 승화하려고 한다.
여기서 나는 건축학개론속에서의 답답하고 안타까운 어린 ‘승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승민’은 대학교 1학년때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알게된 ‘서연’을 좋아하게 되고 이후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서연’을 많이 좋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나 ‘서연’이 같은과 선배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술에 취한 ‘서연’과 선배가 같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한 후 좌절하고 가슴 아파한다. 주목할 점은 이 사건이 있기까지 수차례의 고백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승민’은 자신의 마음을 직접 전달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수연’의 진짜 속마음도 알 수 없게됐을 뿐더러 쉽게 포기했다는 점이다.
영화속 ‘승민’과 ‘서연’의 관계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납득이’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인물이 등장한다. 이 ‘납득이’라는 인물은 ‘승민’의 친구이자 연애 상담사로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영화 중간중간 ‘승민’이 고민이 있을 때면, 납득이가 등장해서 해결책을 제시해주곤 한다. 헌데 자세히보면 ‘승민’은 혼자 고민하고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구인 ‘납득이’에게 늘 의지하고 방법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소설속 ‘나’가 자신의 문제를 찾기 위해 스스로 극복하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형’의 소설속 이야기들을 보면서 그 가운데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갈망하는 모습과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한다.
조금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나는 ‘납득이’라는 인물을 병신에 그리고 ‘승민’을 머저리에 비유하고 싶다. ‘납득이’는 ‘승민’과 같은 나이지만 대학생인 ‘승민’에 비해 재수생이다. 뿐만 아니라 옷을 입은 스타일이며 헤어스타일까지 ‘승민’에 비하면 보잘 것 없고 찌질하기 까지 하다. 그러나 그런 그가 중간중간 조언해주는 말들은 물론 희화화 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민’에게 도전의식을 불어넣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준다. 소설 속 ‘형’이 ‘나’에게 “임마, 넌 머저리 병신이다. 알았어?” 라고 말하는 대목처럼 영화 속 “납득이 안 가잖아.. 납득이..” 라는 ‘납득이’의 한 대사 또한 소설 속 ‘나’의 머저리같은 행동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속 주인공인 ‘승민’과 ‘서연’이 어렸을 때와 어른이 되었을 때로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가지 시점이 존재하기에 영화의 다른 장면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15년의 시간이 흐른 후 ‘서연’은 ‘승민’을 찾아와 건물을 지어줄 것을 요구한다. 예전의 머저리였던 어릴적 ‘승민’이었다면 소설속의 ‘나’처럼 극복하려고 하기보다는 회피하고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후의 ‘승민’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중간에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해결하고 극복해나간다. 소설 속 ‘형’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의 맨 마지막 부분을 보면, 라고 끝을 맺고 있다. 영화속 ‘승민’이 변화된 모습을 보인 반면 소설속 ‘나’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변화하기가 힘들것이라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영화 중간 어린 ‘승민’이 ‘서연’에게 “이제 좀...꺼져줄래?” 라고 말하는 것처럼 소설 속 ‘나’에게도 답답함과 자신의 내면 속에 감정을 떨쳐버릴 수 있는 그러한 용기와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소설속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시로써 대신 적고자 한다.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