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국어 의외 래어 침투에 관하여
외래어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들어오는가? 외래어는 외국 문화와의 접촉에서 생겨난다. 이 세상 어떤 민족도 주변의 다른 문화와 단절된 채 살아갈 수는 없으므로 모든 민족, 모든 문화는 많든 적든 외래 문물을 받아들이게 된다. 어떤 사회에 주변의 다른 문화로부터 새로운 문물이나 제도가 들어오면 그것을 지시하는 말이 필요하게 되는데, 대개는 새로운 문물과 함께 그것을 지시하는 말도 따라 들어오게 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라는 물건이 한국나라에 들어올 때 그것을 지시하는 ‘computer라는 말도 함께 들어와서 한국말의 외래어로 정착하게 되었다. 또한 컴퓨터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컴퓨터를 이용한 통신이 활발히 이루어짐에 따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낯설기만 했던 ’이메일(e-mail), 인터넷(internet)이라는 말이 한국 주변의 혼한 외래어로 굳어지게 되었다.
외래어는 유인된 시기와 또 새 언어에 대한 동화의 정도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발음이나 의미가 모두 외국어의 모습 그대로인 외국어의 단계, 둘째 발음이나 형태 등이 어느 정도 국어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한 차용어 단계, 셋째 본래 그것이 속해 있던 언어의 특징을 잃어버리고 국어에서 고유어와 다름없는 것으로 인식되어 쓰이는 귀화어의 단계가 그것이다. 세 번째 부류에 속하는 말로는 대부분의 한자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국어 어휘의 약 6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하는 한자어들도 엄밀히 따지면 먼 옛날 중국어로부터 들여온 외래어들이다.
등도 외래어라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이 단어들은 한국말에 들어온 지 오래 되어 언중들이 외래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할 뿐이지, 외국에서 들어온 말들이다. 한국어 화자들이 외래어로 인식하는 것들은 대개 위의 두 번째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20세기 이후에 주로 영어 등 서양의 언어에서 들어온 것들이다. 에서 대상으로 하는 외래어의 범위는 어느 정도 국어화한 두 번째 부류의 말들뿐만 아니라, 최근에야 한국말에서 쓰이기 시작한 비교적 낯선 어희들과 외국의 인명 등을 포함한다.
이론적으로는 외래어와 구분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분이 쉽지 않다. 특징 단어가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에 대한 판단은 외국어에 대한 지식의 정도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직업 또는 관심사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 라디오, 커피, 피아노’ 등의 어휘는 누구든지 외래어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보스(boss), 오너(owner), 루머(rumor), 비전(vision) 등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어희들은 국어사전에 따라 표제어로 등재된 상태도 달리 나타난다.
외래어의 특징
외래어는 원래의 언어에서 가졌던 특징을 잃어버리고 새 언어에 동화되는 특징이 있다. 동화는 크게 음운, 형태, 의미의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첫째, 외래어는 국어에 들어오면 국어의 음운적 특징을 띄게 된다. 즉 외국어 본래의 발음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음운적으로 국어에 동화된다. 한국말에 없는 소리는 한국말에서 그와 가장 가까운 소리로 바뀌게 된다. 영어의 {r} 소리는 한국말의 ‘ㄹ’ 음과는 상당히 다르다. 한국말의 ‘ㄹ’ 소리는 혀끝을 입천장 뒤에 살짝 붙였다가 떼면서 내는 소리인데, 영어의 {r}은 혀끝을 입천장 쪽으로 살짝 말아 올리면서 내는 소리다. 영어에서 {r} 소리가 들어 있는 말이 한국말에 들어올 때에는 한국말에서 가장 가까운 소리인 ‘ㄹ’ 소리로 받아들여진다. 영어의 [l]음도 한국말에서는 쓰이지 않는 소리이다. 이 소리도 한국말에 들어오면 한국말에서 가장 가까운 소리인 ‘ㄹ’로 바뀌게 된다. 결과적으로 영어에서는 각기 다른 단어인 ‘lace와 ’race가 한국말에서는 똑같이 ‘레이스’가 되어 서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둘째, 외래어는 형태적으로도 한국어에 동화되는 특징이 있다. 외국어의 동사나 형용사 역할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동사 파생 접미사인 ‘-하다’와 결합하는 것은 참 재미있는 현상이다. 영어의 형용사인 ‘happy나 ’simple등이 한국말에서 사용될 때에는 항상 ‘해피하다’, ‘심플하다’의 형태로만 나타난다.
셋째, 외래어는 한국말에 들어와서 그 고유한 의미가 변화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영어의 boy는 원래 소년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한국말에 들어와서는 호텔이나 식당에서 시중을 드는 남자를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변하였다. 단순히 일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 “Arbeit‘는 한국말에 들어와서 부업, 특히 학생들이 하는 시간제 부업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외래어로 정착되었다. 프랑스어의 ’madamme은 본래 부인을 뜻하는 말이지만 한국말에 들어와서는 술집이나 다방의 여주인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외래어 사용의 문제점
강신항(1987), 서구 문명의 유입과 국어 생활의 변화, 전통 문화와 서 양 문화(I:85-111, 성균관대학교 출팔부.
김민수(1984), 국어정책론, 탐출판사.
남풍현(1985), 국어속의 차용어-고대국어에서 근대국어까지, 국어생활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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