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이 마을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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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체육이 마을을 묶는다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금요일 아침 여덟시 삼십분, 권태숙 씨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하숙집 아이들의 아침밥을 챙겨주고, 보온병에 보리차를 담는다. 그녀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매일 아침 근처 뒷산에서 동네 주민들과의 운동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여덟시 사십 분, 집을 나섰다. 권 씨는 서대문구 신촌역에 근처에 위치한 집에서 출발해 연세대를 거쳐 뒷산 안산에 간다. 아홉시 안산에 도착했다. 벌써 세 명의 동네 주민들이 배드민턴 장에 모여 있다. "언니 오셨소?" 미정 씨가 반갑게 태숙 씨를 맞이하다.
체육시설, 동네 주민들의 모임의 장
이들의 모임은 2년 전 동네 뒷산 체육시설에 정기적으로 오는 사람들에서 시작됐다. 남편이 은퇴 후 경기도 포항에서 이사를 와 친구하나 없던 태숙 씨는 체육시설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에 매일 아침이 즐겁다. "여자들은 금방 친구가 돼. 2년 전에 만나서 이젠 다들 친구지 뭐. 동네 같이 여행도 다녀. 가까운 데는 관악산 멀리는 지리산도 가지. 이런게 동네 친구 아니겠어~."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고향도 다른 이들은 체육시설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다. 이날 안산에는 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가득 울렸다. 체육시설이 동네 주민이 모이는 만남의 장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최근 마을을 하나로 묶기 위한 주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원순 시장도 취임한 이래 마을공동체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박원순은 마을공동체를 서울시정의 핵심 정책으로 선정하여 삭막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를 설립해 각 지자체를 통해 주민들의 마을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마을공동체 사업을 검토한 결과, 체육 시설을 통한 마을 복원 사업은 전무했다.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는 "현재 마을 복원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체육을 이용한 마을공동체 사업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성미산 마을, 생활체육의 실마리 보여줘
자생적인 마을의 표본으로 꼽히는 성미산 마을은 초기 마을의 정착에 체육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성미산 학교의 체육 교사이자 마을의 각종 체육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이홍표 씨는 "처음 운동회가 열린 것은 같이 재밌게 놀자는 취지였다. 그 후 2003년 성미산 배수지 사업 이후로 마을이 많이 커지고 단체도 많이 생기면서 서로 소통의 부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한동안 논쟁이 많았다. 그래서 마을 운동회를 강화해서 많은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게 했다"고 말했다. 성미산 마을에서는 기존의 학교 부지를 이용한 마을 운동회, 공터를 활용한 택견 도장, 주민들의 자발적인 체육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의 중기지방재정계획을 살펴보면 현재 마포구는 체육 시설에 2,003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예산은 체육시설 및 편의시설 교체, 정비에 쓰이고, 이 또한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마포구는 지난 해 체육진흥과를 신설하여 주민들의 생활 체육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포구청 체육진흥과 장옥규 씨는 "현재 마포구에서는 생활 체육 교실 운영과 종목별 생활 체육대회 개최 및 지원, 마포구 리틀 야구단, 건강 걷기 대회, 체육 바우처 사업 등 10여 가지 이상의 생활 체육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예산의 단위도 천 만원에서부터 1억 원까지 편성되고 있다. 마포구는 주민들의 지역공동체 복원을 위해 생활 체육 사업을 광범위하게 펼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행 마을공동체 사업, 기존 체육 시설은 활용 못해
주민들이 체감하는 정책 효과는 미비하다. 성미산 마을의 이홍표 씨는 지자체 체육 진흥 정책에 대해 "성미산에 체육 시설을 짓는 것으로 생색을 내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운동을 하려면 운동장 시설과 체육 활동을 잘 관리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각 동아리를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체육 활동 진흥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은 주민들이 혜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현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는 크게 주민모임 형성지원 사업과 마을계획 수립지원 사업에 대해 각각 최대 150만원, 최대 600~2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는 주민들에게 사업신청서를 받은 후 심사를 통해 예산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김종호 실장은 "최근 주민들로부터 실시한 중간 모니터에서 아직도 마을공동체 사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마을공동체 행사에 첫 발을 떼기가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다. 주민들이 마을공동체 사업을 실제로 체감하고 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운동을 마치고 산을 내려온 권태숙 씨는 "누가 시켜서 모인게 아니다. 그래도 배드민턴 교실이라든가, 주민 운동회 같은 게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같은 사람이 마땅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더라"고 말했다. 기존 체육 시설을 이용해 마을 공동체 사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지자체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이미 존재하는 생활체육시설을 활용해 자생하고 있는 공동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