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별 교육의 필요성
그러한 반대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능력별 수준별 교육이 지속되어 올 수 있었던 까닭은 산업사회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한 바 없지 않았다. 소품종 대량 생산이 위주가 되는 산업사회에서는 소수의 엘리트와 숙련된 다수의 노동자가 요구되는 사회이다. 소수 엘리트 집단이 머리 역할을 맡는다면, 다수의 대중이 그 손발 역할을 하여 머리가 제공하는 아이디어에 따라 공장에서 표준화된 방식으로 상품을 생산해내면 되었다. 다시 말해, 산업사회의 특성 자체가 능력에 따른 위계질서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구조화되어 있으므로 학교 교육 역시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에 대한 학교의 충실한 역할은 한 줄 세우기를 통해 장차 사회에 나가 머리 역할을 할 사람, 손 역할을 할 사람, 발 역할을 할 사람 등을 구분하여 길러내는 것이라고 볼 때, 능력별 수준별 수업과 같은 유형의 학습이 정당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로, 학교는 더 이상 산업사회에서와 같은 방식의 교육을 실시해서는 그 존재 가치가 위태로운 시대가 왔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주가 되는 사회이다. 소품종 대량 생산이 위주가 되는 산업사회에서는 머리 집단이 구안한 표준화된 메뉴에 따라, 노동력을 담당하는 손발 집단이 규격화된 상품을 생산하면 되었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 사회에서는 표준화, 규격화된 상품은 상품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하나하나마다 생산자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녹아들어 있는 상품이 인정을 받게 된다. 표준화된 상품이 아니라 일종의 작품(work)이 되어야 상품 가치를 인정받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즉, 누구는 머리고 누구는 손발을 맡고 하는 식이 아니라, 개인 하나 하나가 머리이자 손발이 되어야 한다. 산업사회의 대표적인 유형의 노동자가 육체노동자(manual worker)였다면, 지식기반사회를 대표하는 노동자는 지식 노동자(knowledge worker)가 된다.
세계 여러 나라는 이미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의 대중을 양산하는 교육만으로는 지식기반사회에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하에 학교 교육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소수 학생들의 지적 성취를 암묵적으로 묵인·조장하는 학교 체제에서 모든 학생들의 높은 수준의 성취를 보장하는 체제로, 교과 성적에 따른 한 줄 세우기가 아니라 다양한 소질, 적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으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식기반사회에서의 수준별 교육의 목적은 산업사회의 그것과 명확히 구분될 필요가 있다. 즉, 산업사회의 수준별 교육은 대량 교육 체제에서 소수 엘리트 집단의 지적 성취에 일차적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차별화된 교육 결과를 산출해 내었다면, 지식 노동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수준별 교육은 개별 학생의 특성에 기초한 차별화된 교육적 매개를 통해 균질의 교육 결과의 산출 즉, 모든 학생의 높은 성취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소수를 위한 수월성 추구가 아니라 모두의 수월성 추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모든 학생을 위한 수월성 추구는 개별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최적의 교수-학습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1)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 개혁의 기본 방향은 모든 학생들의 일정 수준의 성취와 개개 학생의 다양성 추구에 초점이 맞추어 지고 있다.
☞ 영국 : 높은 도전, 높은 후원(High Challenge, High Support)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는 97년 교육 최우선주의를 내걸고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학교들이 지속적인 학력 향상을 꾀한다는 높은 도전, 높은 후원(High Challenge, High Support)을 모토로 삼았다. 영국은 조기교육, 초등학생 산술 및 독해력 향상, 중등교육 현대화, 교직 현대화 등 4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모든 어린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읽기 쓰기 계산 능력이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영국 교육이 세계 수준이 될 수 없다고 보고 2002년까지 80%가 영어, 75%가 수학 성취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영국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보고 있다(동아일보, 2001. 4. 2)
☞ 미국 : 어느 학생도 뒤처지지 않게(No Child Left Behind)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미국 대통령은 27일 첫 주례 라디오연설을 통해 국정 제1 과제로 선정한 7대 교육개혁(총 예산 4760억달러)에 국민들이 협조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23일 포괄적인 교육개혁안을 의회에 송부한 데 이어 이날의 첫 라디오 연설을 통해 ‘어느 학생도 뒤처지지 않게(No Child Left Behind)’라는 제목의 교육개혁 보고서를 설명했다. 부시는 31페이지 짜리 이 보고서를 설명하면서 “모든 공립학교를 높은 기준의 학습과 성취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면서 “출신 배경이나 말의 억양에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공정한 출발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선일보 2001. 1. 28)
2) "어떤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높은 성취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더 많은 학습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 시간은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 어떤 학생들은 집중 개별 지도를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학생들 특성에 따라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식이 다르다; 따라서 교사들은 자신의 교수법을 학생들의 특성에 맞추어야 한다. 공통의 결과를 산출해 내기 위해서는 투입 변인이 다양화되어야 한다" (Barber,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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