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관점에서 풀어낸 하나의 본질 용의자 X의 헌신 영화감상문
우선 캐릭터 하나하나를 다 살리진 않았지만 소설에 나왔던 여러 인물들이 삭제되지 않고 등장한다. 그리고 단단하고 치밀한 플롯을 영화 속에 잘 녹여냈다.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와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는 대학 동기였고 둘은 ‘아름답게 풀어내는 명제’에 관심을 가지는 조금은 특별한 학생들이었다. 졸업 후 다른 길을 걸어가지만 한 사람이 숨기려하는 것을 다른 한 사람이 파헤쳐야하는 관계로 마주친다. 그 둘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남자 주인공인 이시가미는 말수가 없고 조금은 음울한 성격의 사내다. 때문에 영화는 장황한 대사로써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는다. 눈으로 보면서 머리로는 곱씹어가면서 즐겨야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았다.
영상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특히 눈 덮인 산을 오르던 장면에서 두 남자의 대립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몰아치는 눈보라가 극적으로 느껴졌다. 그러한 곳에서 던졌던 이시가미의 “그것을 밝혀낸다고 해서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아”라던 대사. 별 것 아닐 수 있는 대사가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꼽을 수 있는 특징은 서사적인 구조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오카의 알리바이가 어떻게 성립될 수 있었던 건지 관객들조차 영화의 중반부가 넘어서야 눈치 챌 수 있다. 충실하게 사건을 벌여놓고 나중에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구조 덕분에 마음 졸이기도 하고 눈물도 글썽여가면서 봤다.
헌신이라는 단어 말고 더 어울리는 단어가 없을 듯한 이시가미가 스토커를 자처했을 때 나는 그가 믿었던 사랑이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을 해버려서 잘못된 사랑으로 변질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게 너무 이른 우매한 판단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반전 효과가 크게 다가왔다. 이렇듯 담담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함정처럼 자리하고 있던 반전적인 요소들이 영화를 더욱 재밌게 만들어주었다.
아쉬웠던 점을 하나 꼽자면 등장인물들이 많았지만 캐릭터가 확실한 2명의 주인공에 묻혀 그다지 감흥 없는 연기를 펼쳤다는 점이다. 책을 읽을 때는 등장인물이 많아도 큰 역할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지만 영화를 볼 때는 대사 한마디를 하더라도 실제로 눈앞에 등장해야하기 때문에 그 역할의 존재 자체가 머리에 각인된다. 때문에 특징 없는 인물들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면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원작을 그대로 살린 것은 좋았지만 과감하게 캐릭터를 선별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일본 영화의 특징
애니메이션 장르를 제외하고서 일본 영화를 생각해보면 장르가 소설만큼이나 다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아닌 음식이 주인공인 것 같은 영화도 있고 갈등이 전혀 없는 듯한 일상을 그린 영화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일본에서는 이러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을까? 질문의 답을 간단히 말하자면 그러한 장르에도 수요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코드를 따오기도 한다. 영화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일본의 대중문화 범주에서 본다면 대표적으로 일본만화 에서 코드를 따온 케이블 드라마 를 예로 들 수 있다. 어떠한 극적인 갈등에 집착하기보다 한걸음 물러선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요리를 주인공으로 한 듯한 코드의 드라마이다. 실제로 위키백과에서도 “요리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영화의 장르와 소재는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영상미를 중요시하는 영화들이 많다. 이나 등의 오리엔탈리즘이 가미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의 성공요소로 스토리보다는 영상미를 꼽는다. 이처럼 일본의 전통적인 문화를 그려낸 영화에서는 강렬한 색채를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강렬한 색채 영화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봤음직한 영화 의 명장면을 떠올려도 마찬가지다. “おげんきですか(오겡끼데스까)”라는 명대사를 떠올리면 새하얀 설원도 함께 떠오르게 마련이다.
에도 앞서 언급했듯이 눈 덮인 산이 나온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갈등 상황은 최고조에 달했을 그 무렵을 눈보라치는 설산에서 표현하여 몰입도를 높였다. 그 어떠한 말들의 나열보다 더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일본영화는 진행속도가 급하지 않다. 다음 이야기를 바로바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묵히고 묵혔다가 담담한 듯이 터뜨려버린다. 여기에서 오히려 반전의 효과가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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