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독후감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작자인 그 남자와 극단 목화의 연출가 그 남자 사이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아마 그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감정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미오가 한복을 입고 고추장을 먹고 줄리엣이 푸른 눈에 금발이 아닌 검은 눈에 검은머리를 하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자는 말을 해도 우리는 그 둘을 아름다운 사랑을 했던 사람들이라고 기억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인도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사리를 걸치고 있는 줄리엣을 보며 인도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감정이입을 했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로미오는 꽃미남 이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잘생긴 로미오로 말이다. 그러나 목화 극단에서 정면으로 내세웠던 로미오는 솔직히 돌쇠 같은 이미지의 바보 온달역으로 더 어울려 보이는 그런 힘 좋아 보이는 그런 남자였다. 거기에다 줄리엣은 푼수 기질이 있는 철 없는 여고생정도?
예상 밖의 캐스팅에 나의 머리는 벌써 옛 남자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사람들. 그 속에서 사랑을 찾아 나선 한 남자와 그 사랑에 완전 빠져 들어버린 한 여자.
이 연극에선 소극장 무대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총 동원된다. 무대를 꽉 매운 배우들의 춤사위에 나는 어찌할 겨를도 없이 시선을 뺏겨 버렸다. 화려한 그들의 무대는 같이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재밌었고 휙휙 지나갔다. 가끔씩은 맨 앞줄에 있는 나를 끌
고 나올 것 같은 그들의 열정이 있었다. 솔직히 그냥 나도 같이 춤이나 춰볼까도 생각했지
만 멋진 공연의 낮선 이방인의 술주정 정도로만 보일 것 같아 그냥 소심하게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렇게 축제의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었을 때 줄리엣은 벌써 무언가에 홀려있었다. 그녀의 장점인 푼수끼와 적극성으로 로미오를 꽉 잡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 웃음이 나왔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보는 나도 잡아내지 못한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벌써 정점에 달하고 있었다는 것을..그러니 두 가문의 늙은 부모들이 그것이 알리 없었다는 것을..
그렇게 사랑은 싹트고 쿨한 젊은 신부님의 주례 속에 성배성사를 치루게 된다.
멋진 놈이다. ‘로미오’ 나라면 아마 가문과 신부사이에서 수많은 고민만 하다 그녀를 놓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돌쇠 로미오라 그런지 더욱 멋지다. 그래서 나중에 줄리엣과 혼사가 잡힌 느끼한 놈이 나올 때 난 더욱 로미오가 그리워졌다. 원래는 그놈이 더욱 로미오에 어울리는 인물이겠지만 고추장을 먹고 사는 내 정서엔 돌쇠가 훨씬 잘 어울리는 듯했다.
남들이 이 연극을 어떻게 보거나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겐 수많은 조명과 주변 인물들의 행동 속에서 강요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둘을 이어준 어떤 매개체도 없는 그들의 운명 같은 사랑 속에서 제목 그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았다.
그들은 순수하다. 순수하면서 멍청해서 죽음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들의 멍청함은 아마 내가 그들을 보았던 순수하지 않은 눈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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