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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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독후감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지난해 3월,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서 학교로 돌아왔다. 캠퍼스에 처음 발을 디디던 스무 살 때의 느낌처럼 설렘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내 마주한 현실은 지나치게 비루한 스펙을 가진 나에게 혹독함으로 다가왔다. 더욱 두려운 건 나조차도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불안감이 엄습해왔고 황급히 과거의 기억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인간이라면 하나라도 좋아하는 게 있고,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을 터. 그 한 가지 일말의 가능성의 고리들만 연결한다면 적어도 졸업 전까진 해야 할 일이 분명하게 정해질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일간 고민한 끝에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겠다는 목표를 정했고, 뒤쳐졌던 학점 관리에 본격적으로 열을 올렸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사회복지학을 배워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제는 탄탄대로일 줄 알았다. 어쩌면 취직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근거 없는 자만에 사로잡혔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오만함은 머지않아 나를 또 다시 불안하게 만들었다. 복수전공만 성공하면 두 번 다시 안할 줄 알았던 좋아하는 것에 대한, 또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한참을 생각해보고 나서야 사회복지 복수전공생이 되는 것,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 그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고서 다시 정진하게 할 참다운 목적이 필요했다. 그 목적이야말로 사회복지학을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열망의 기제가 될 것이며 또한 앞으로의 행복과도 직결되는 가치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재정립의 과정은 우연찮게 내 모습을 되돌아보며 시작되었다. 학창시절 심리적인 방황으로 인해 학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 모습에서 지금의 청소년들도 나와 유사한 고민들을 안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들을 돕고 싶었다. 막연한 인류애라 할지라도 정말이지 돕고 싶었다. 어느 기관에 들어가 얼마의 돈을 벌고 10년 후에 기관장이 되어 사회적 명예를 쌓으며 등등의 주객전도된 목적이 아닌 마음 닿는 일을 삶의 목적으로 삼으니 모든 게 한결 편해졌다. 그렇게 ‘청소년복지론’을 만나게 되었다.
Ⅱ. 온전한 존재로 바라보기
김국환의 ‘타타타’라는 곡을 들어보면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라는 가사가 있다. 너(청소년)를 알기 위해 나부터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서론이 장황했던 이유다. 이제는 나를 알았으니 그 위에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들을 얹어 너(청소년)를 알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소년복지를 위해선 나를 아는 것 이외에 또 다른 요소가 필요했다. 바로 고착화·관습화된 사고(思考)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청소년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하고, 어른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지금 이 시점이 청소년에 대한 굳어가는 시선을 바꿀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정건희 교수님의 『청소년자치 이야기』는 청소년을 바라볼 때 좀 더 유연한 시선을 갖게 했다.
청소년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이가 다 큰 어른이라는 점, 청소년복지의 충돌지점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을 돕고 싶다며 시작한 일인데 올바른 길로 인도하겠다는 지나친 사명감에 외려 그들을 부정하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의 너(청소년)가 아닌 사회에 맞춰진 존재로의 회귀를 바라며 청소년들에게 어쭙잖은 조언을 남발하기도 한다. 청소년과 어른(청소년복지사)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시각 차이가 서로를 괴롭게 만드는 꼴이다.
저자 또한 초창기 청소년복지현장에서 그러한 실수를 했다고 고백한다. ‘미안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저자의 말이 더 마음 아픈 까닭은 청소년복지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소년만의 가치관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아이들이 약간의 인지변화만 이루어지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거라는 믿음 때문에 섣불리 성인의 가치관을 주입시키려 할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처음 현장에 나가면 이러한 실수를 하게 될 것 같다. 청소년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러는 거라고 합리화 하며…
이와 유사한 사례는 청소년 시설 및 기관에서도 나타난다. 기관 내 관계자들 간에 장시간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아이디어가 프로그램화되는 노고는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간혹 청소년들에게 일방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이 있다.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서 정작 청소년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긍정적 가치를 가진 참여의 주동성’이 없다면 청소년들이 느끼는 재미에는 한계가 있다. 재미가 없는데 참여가 뒤따라올 리 만무하다. 핵심은 청소년의 참여다. 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사회복지사들이 청소년의 시선에서 청소년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아이들과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첫 걸음이기도 할 것이다. 청소년복지의 충돌지점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선 무작정 어른의 잣대를 들이미는 행위를 버리고, 그들의 시선에서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는 데에는 멀리 돌아가는 방법이겠지만 온정 넘치는 관계를 맺는 데에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자 ‘농부의 눈’일 것이다.
Ⅲ.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 미국의 작가 존 그린(John Green)의 장편 소설이다. 2014년 8월에 개봉한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청소년자치 이야기』를 읽다보면 공부하다 죽은 아이가 나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으리라는 사실을 짐작해볼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성적의 압박’이다. 등수나 평균 등의 수치가 주는 압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전교 20등 이내의 학생들은 급식을 먼저 먹을 수 있는 촌극이 벌어졌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밥 먹는 것에서부터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청소년을 둘러싼 외부의 압박이 그들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학교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압박은 계속된다. 흔히 사립초 - 국제중 - 특목고 - 명문대로 이어지는 라인을 타기 위해 방과 후 시간표가 따로 있을 정도고, 같은 모임을 갖는 어머니의 자녀보다 성적이 뒤떨어지는 날엔 일대일 과외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지며 명문대만 들어가면 고급 외제차를 선물해주겠다는 식의 물질만능주의적 약속들로 청소년을 달랜다.
사교육의 과열화를 막겠다며 실시한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법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의 약칭으로 2014년 3월 11일에 제정되어 9월 12일부터 시행된 법률
에 의한 개선 또한 아직 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 전방위적 압박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갈 곳이 점점 사라져만 가고 있다. 더 마음 아픈 일은 반발하며 뛰쳐나오지 못하고 자신만을 탓하다가 삶을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너희의 잘못이 아니라고, 잘못은 우리 별(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행성)에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Ⅳ. 마치며
그래도 『청소년자치 이야기』의 책장을 덮으면서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우리 사회에 저자와 같은 청소년활동가가 있으니 말이다. 청소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에 비하면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무엇이 되어 어떻게 일한건지 아직 확실치도 않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과 가치관일 것이다. 덧붙여 아이들에 대한 변치 않는 마음이겠다.
래리 C.해리스의 『아이의 모든 인생은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정받으려고 타협하지마라.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정받는 것이다.” 타협하지 않았기에 청소년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된 저자와 그의 저서, 『청소년자치 이야기』는 나에게 길라잡이가 되었음에 그것을 탐독하는 일은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