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단협은 일단 노 후보와 한화갑 대표에게 오는 7일까지 단일화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부회장에 선임된 최명헌 박상규 의원 등은 "단일화는 결코 노무현 후보를 배제하려는 게 아니다"면서 "다만 노 후보와 정몽준 의원이 독자 출마하면 이회창 후보의 집권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최선책을 찾자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후보가 여러차례 정몽준 의원과 단일화 가능성을 부정한 상황에서 이런 요구를 계속하는 것은 사실상 정 후보로 단일화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성격이 강하다. 김영배 위원장이 이날 "대선에 지더라도 이상과 이념을 지키면 된다는 세력이 있지만, 집권을 못하면 개혁도 끝난다"며 "후보단일화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당과 정치인을 모아 공동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악의 경우 분당을 통한 신당창당을 결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이날 "정 의원과 단일화는 경선의 대의명분과 원칙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선택을 받아 당당하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화갑 대표도 후단협쪽 요구에 대해 "닭이 새벽을 알려도 그때 울어야 새벽이지 아무 때나 울면 되겠느냐"며 "지금은 노 후보를 중심으로 뛰어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30~40대 원내외 위원장들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후단협에게는 부담이다. 임종석(서울 성동), 우상호(서울 서대문 갑), 윤호중(경기 구리), 문학진(경기 하남) 등 수도권 원내외 위원장 20명은 이날 오후 "정권재창출에 대한 고뇌는 이해하지만 이회창 후보와도 단일화할 수 있다며 무원칙한 정치행보를 보여온 정 의원과 단일화는 옳지 못하다"고 후단협을 강하게 비판했다. 후단협에 참여한 한 중진 의원은 "탈당은 후보단일화가 잘 될 때나 가능한 일"이라며 "단일화 없는 탈당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결국 후단협은 당분간 민주당 속의 또다른 정당으로 머물며 세력 과시 등을 통해 노 후보를 계속 압박하면서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승근 기자 2002.10.04
정몽준 후보 태도 미적…불안한 승부수
민주당의 반노무현 성향 의원들이 자신들이 주도해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며 독자행동을 강행하고 나서면서 당내 파열음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구상대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전망은 불투명하게 보이지만 민주당은 이들의 독자행동으로 사실상 분당 상태에 들어가게 됐다. 반면, 이들이 내심 단일후보로 꼽고 있는 정몽준 의원은 이에 대한 확답을 미룬 채 손익계산을 위해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배 의원 등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의 주장은 자신들이 민주당에 잔류하면서 별도의 창당주비위원회를 만들어 이 틀 안에 이른바 반이회창 정파를 모두 끌어모으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누구로 후보를 단일화할 것인가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후단협의 주축이 옛 여권 출신이나 이인제 의원 지지자 등 반노 성향 의원들로 구성돼 있는 점에 비춰, 사실상 정몽준 의원으로 단일화해보겠다는 의도가 강한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고 그밖의 정파들의 반응도 엇갈려 이들의 구상이 성사될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는 "무원칙한 이합집산"이라며 비판했고, 정몽준 의원 쪽과 자민련의 태도도 모호한 상태이다. 다만 단기필마인 이한동 의원 정도만 찬성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가운데 정몽준 의원 쪽이 이들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창당주비위원회를 18명으로 구성하되, 그중 9명을 민주당으로 하며 위원장도 민주당이 맡는다"(설송웅 의원 발표)는 대목 따위가, 결국 민주당내 반노 그룹의 지분 또는 주도권 확보 의도로 비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반노 그룹이 노무현 길들이기를 시도하다 실패하자, 이번에는 집단적으로 세를 모아 정몽준 의원을 길들여보겠다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들 때문에 이들의 제안은 당 밖보다는, 당내에서 격렬한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엄연히 민주당적을 유지하면서 당론이나 소속 정당 대선후보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른 정파와 후보단일화를 논의 추진하는 행태 자체가 곧 분당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홍보 조직 기획 총무 등의 부서를 설치해 후단협을 상임기구화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당내 당을 가동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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