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개론 촛불시위가 가지는 의미와 가능성
Ⅱ. 촛불 시위가 가지는 의미
1. 촛불 시위, 국민들에게 정치적 삶을 일깨우다
촛불 시위는 국민들에게 정치적 삶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바꾸어 말해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게 해준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대개, 정치란 정치가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치적인 삶은 정치가들의 삶이라고 여긴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 모여서 입법활동을 하고 정당끼리 경쟁을 하는 그러한 것들만이 정치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이와 반대로 국민들 자신의 삶에서는 정치적 삶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치활동이란 그저 대의민주주의체제하에서 한 명의 유권자로써 투표행위를 하는 정도의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투표는 한 개인이 자신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라는 점에서, 소극적 의미의 정치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 참여도가 점점 낮아져온 최근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스스로 행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정치활동마저도 도외시해버리고 있음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는 국민들의 삶과 유리되어 점점 더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리고 정치에 대한 고정관념은 더욱 고착화된다.
촛불 시위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에게 적극적인 정치적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주권자가 공동체와 관련해서 하는 행위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주권자가 공동체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행위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사회 공동체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직접적인 행동측면에서는 정부의 일이다. 하지만, 주권자로써 국민들은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정부가 그것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은 소통할 수 있고 양쪽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정책결정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이러한 행동은 적극적 의미의 정치활동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품은 뜻을 정부에 호소하기 위해 수만 명이 운집한 촛불 시위는 국민이 정부에 자신들의 의사를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언로(言路)가 되었다는 점에서, 적극적 정치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되었다. 또한 ‘우리도 이렇게 의사를 뚜렷하게 피력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일깨워줌으로써 국민들이 앞으로 삶 속에서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촛불 시위가 국민들에게 정치적 삶을 일깨운 것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장년층과 젊은 세대들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촛불 시위가 중장년층에 미친 영향은 실로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는 한국정치의 역사적 맥락과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근대 정치 초기 수십 년간 유신체제와 군부 독재를 거치면서 비민주적인 역사를 겪었다. 이 속에서 국민들이 정부에 대항하고 자신들의 뜻을 표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당시의 학생들은 비민주적인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서 많은 시위활동을 벌였고 국가는 물리적 공권력을 앞세워 그들을 무참히 탄압하였다. 당시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들이 지금의 중장년층이 되었다. 국가에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고사하고 유권자로서 투표권리마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당시와 현재의 촛불 시위 사이에서 이들은 신선한 이질감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기분 좋은 격세지감이다. 국가의 무력탄압이 없는 속에서 평화로운 수단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촛불 시위는 그들이 유년기 시절 품었던 정치적 의식을 일깨워줄 것이다.
한편으로, 촛불시위는 젊은 세대의 마음속에 정치의식을 발아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현대 정치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정치적 무관심의 경향을 띄고 있는데 젊은 세대들이 특히 그러하다. 지금의 중장년층이 비민주적 정치체제를 경험하면서 정치의식을 키웠던 것과는 달리,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정치를 경험하고 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계기를 전혀 가지고 있지 못했다. 정치란 정치가가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가장 뿌리깊게 박혀 있었던 것 또한 젊은 세대들일 것이다. 이는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정치활동이 전무한 상황 속에서 정치의식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년이 되어 투표권리를 보장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지 못하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려는 의욕 또한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촛불 시위는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정부 활동에 대해서 내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여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경험함으로써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의식이 서서히 발아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의식의 발아는 정치활동에의 참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결국, 촛불 시위는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적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2. 촛불 시위, 그 방법론적 의미
이처럼, 촛불 시위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정치의식을 일깨우고 적극적 의미의 정치적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이에 더 나아가, 방법론적 측면에서 촛불 시위가 가지는 의미 또한 살펴볼 수 있다. 촛불 시위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광장에 한데 모여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뜻을 호소하는 방법을 취한다. 옛날 군부 독재 시절 수류탄과 돌멩이가 난무하는 폭력적 시위와 달리, 한데 모여 노래하고 촛불 밝히는 평화적 시위를 한다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러한 외적인 의미보다도 촛불 시위라는 이 방법이 가지고 있는 내적인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의미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촛불 시위와 함께 또 하나의 새로운 정치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네티즌 정치(netizen politics)와 비교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네티즌 정치와 비교해서 촛불 시위가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직접성과 가시(可視)성이다. 네티즌 정치는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촛불 시위보다 더 일찍 시작된 현상이다.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것이 바로 네티즌 정치이다. 곧, 사이버 공간에서 정치 활동을 하는 것으로써 바로 이 점이 촛불 시위와 가장 큰 차이점을 낳는다. 네티즌 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사이버 공간이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이며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행동할 수 없는 공간이다. 반대로, 촛불 시위가 이루어지는 곳은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만나고 행동할 수 있는 광장이며 이는 눈에 확연히 보이는 가시적인 공간이다. 촛불 시위의 방법이 가지는 이러한 직접성과 가시성은 상당한 긍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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