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회복지제도의 발전과 특징
1880년대에 들어와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분배 불공정의 문제가 제기되고 도시화에 따라 주택난과 물가고가 초래되고 근로자들의 조직화에 따라 노동운동이 점차 격화되었다. 또한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이 본격화되어 사회주의자들이 선거에 의하여 의회에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체제상의 위협을 느낀 이른바 철혈재상(鐵血宰相)이라고 불리는 비스마르크(Bismarck)는 "채찍과 사탕"의 정책, 즉 강경책과 회유책을 동시에 쓰게 된다. 그는 한편으로 1878년 사회주의 규제법(Sozialistengeserz)을 제정하여 사회주의 운동을 규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치 않는 노동자에게는 복지향상을 약속하면서 경제적 약자에 대하여 국가가 보호자로 자처하고 나섬으로써 이른바 예방적 현대화 정책(preventive modernization)을 쓰게 된다.
이리하여 1880년대에 세계최초로 본격적인 사회보험입법을 추진하여 1883년 의료보험법,1884년 산업재해보험법, 1889년 노령 및 폐질 보험법(연금보험법)을 제정하게 된다. 이 3개의 법률은 육체노동자를 위한 것으로 이들 법률들은 1911년 제국보험법(Reichsversicherungsordnung)으로 통합되었다. 한편으로 사무직 근로자를 위해서는 1911년에 직원보험 (Angestelltenversicherung)을 별도로 제정하여 이 두 법은 오늘날까지 독일 사회보장의 기본법규가 되고 있다.
그 후 1910년 세계 제1차 대전의 영향으로 사회보장제도의 존립자체가 위협받았으며 다시 정상을 되찾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였다. 1918년 바이마르(Weimar)공화국이 수립되어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급여수준을 개선하는 등 외형적인 성과가 있었으나 1929년 이후 세계경제를 휩쓴 대공황의 영향으로 급여수준을 축소하는 등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1933년 집권한 히틀러(Hitler)의 독일 민주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이른바 나치)은 대공황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과감한 공공투자로 경기회복과 실업감소에 노력하는 한편사회보장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보험 급여수준의 향상을 추진한다. 그러나 나치의 정치이면을 사회보장제도에도 적용하여 사회보장제도의 운영이 정치에 종속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즉, 사회보장제도의 운영에 있어 노사간의 협의에 의하여 결정하던 기존의"자주관리원칙"은 나치에 의하여 지도자가 임명되어 지휘·통솔하는 "지도자 원칙"으로 바뀌게 된다.
세계 제2차 대전은 독일 사회보장의 재정적 기반을 완전히 붕괴시켜 버리게 된다. 전쟁기간중 모든 사회보장조직은 보험재정으로 국가 채권을 매입하여 그 자산의 대부분(70~90%)을 국가 채권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었으나 전쟁종료 후 국가 패망으로 국가채권은 무효가 되어 버렸다. 따라서 전후에 사회보장의 체제를 다시 정비하고 그 재정기반을 새로이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1949년에 집권한 아데나워(Adenauer)수상의 기독교민주당은 전후의 경제부흥에 주력하여 "훌륭한 경제정책이 최선의 사회보장정책"이라는 모토하에 자유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하면서 사회보장을 가미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사회보험의 운영에서는 나치이래 폐지되었던 "자주관리원칙"을 1951년에 부활시키게 된다.
그러나 사회보장의 추진에 적극적인 입장으로의 전환은 전후 경제부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1966년 사회민주당이 연립정권이 집권하면서 시작된다. 사회민주당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를 혼합한 "신 사회주의"를 내세워 사회보장의 확대를 추진한다.
의료보험에서는 1972년에 그간 적용되지 않고 있었던 농민을 위하여 농민의료보험을 실시하고, 1975년에 학생을 적용대상에 포함하여 1883년에 의료보험을 실시한 이래 거의 90년만에 비로소 전국민의료보험을 이룩한다. 연금제도에서도 1972년에 연금개혁을 단행하여 그 적용대상에 자유업 종사자와 주부를 포함시키고 최저연금보장제도를 도입한다.
1970년대 중반 이후의 세계경제의 침체는 독일에도 영향을 미쳐 1983년에 집권한 기독교민주당의 연립정권은 다시 사회보장정책의 추진에 있어 보수적인 입장으로 바뀌어 " 훌륭한 경제정책이 최선의 사회 보장정책"이라는 종전의 입장으로 환원한다. 따라서 사회보장 급여수준의 확대를 억제하고 현 수준을 유지하려는 조정정책 또는 현상유지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1990년 동서독의 통일 후 구 동독지역에는 서독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회보험제도를 그대로 확대 적용하여 사회보장제도도 통합을 이루었으나, 구 동독지역의 사회보장수준이 서독에 비하여 낮았으므로 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서독지역에 많은 재정부담을 통일에 따른 비용으로 지게하고 있다.
*독일 사회보장제도의 특징
첫째 사회보험의 자주관리의 원칙을 들 수 있다. 사회보험의 운영을 노사간 협의하여 의하여 또는 집단구성원간의 협의에 의하여 결정하고 있다.
둘째로, 집단적 자조(自助)의 원칙을 들 수 있다. 이는 기업단위별, 지역단위별 또는 직종단위별로 집단 내에 어려움을 받고 있는 자를 스스로 구조한다는 집단구성원간의 연대성을 바탕으로 사회보험제도를 체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단별로 매우 분립된 형태의 수많은 보험조직이 구성되고 재정운영도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의료보험의 경우를 보면 전국적으로 약 1,200여 개에 달하는 의료보험금고를 구성하여 각기 재정 운영을 하게 됨에 따라 금고별로 보험료율, 보험급여조건, 재정상황 등이 다르게 된다.
사회보험의 자주관리 원칙과 집단적 자조의 원칙 이 두 가지 원칙의 결과로 집단별로 자기들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보험 조직을 구성하여 효율적으로 보험운영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사회보장체계 전체로 볼 때에는 체계 없이 복잡하고 집단간의 차등이 발생하며 행정력 및 인력낭비의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셋째로, 독일 사회보장은 비교적 능력주의 원칙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연금제도에서는 완전한 소득비례제를 채택하여 과거 재직 기간중의 소득수준과 재직기간에 비례하여 연금액을 지급토록 함으로써 능력주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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