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남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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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남기는 것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을 남기는 것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청소년지도자는 청소년의 삶에 작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흉터 같은 아픈 흔적이 아니라 살랑대는 바람 같은 흔적.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내가 왜 청소년을 만나고 싶은지, 어떤 청소년 지도자가 되고 싶은지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 상담실이 생겼다. 나는 그때만 해도 참 우울한 아이였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인간관계를 어려워하지만 그 당시에는 더 그랬다. 왠지 모르게 모든 인간관계가 다 꼬이는 듯 하는 시기였다. 상담실이 생기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몇몇이 가서 심리검사를 했다. 상담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 우리 학교에 오시는 순회 상담 선생님이셨는데 그래서 상담을 받으려면 검사를 한 뒤 상담 예약을 하고 몇 주를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된 날, 떨리는 마음으로 선생님을 만났는데 다른 이야기들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선생님이 해주셨던 이야기 중 딱 하나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울어도 괜찮아.”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이렇게 울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눈물 콧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 상담실 문을 나서면서 ‘나도 저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다. 성함도 모르고 얼굴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 그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나를 지금까지 이끌었다. 상담을 전공하게 되었고, 청소년 지도자(청소년 지도사와 청소년 상담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청소년을 만나고 싶어졌고 나도 한 명의 청소년에게라도 그런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흔적”이라는 게 뭘까? 흔적의 사전적 의미에서 보듯 그 실체가 없어졌을 때에도 남아있는 자취 즉, 앞으로의 인생에서 두고두고 기억될 하나의 작은 점이 아닐까 싶다. 몇 학기를 거치며 청소년 관련 수업을 듣고 성찰하며 많이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나는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에는 나를 거쳐 간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랬듯이 강압적으로 혹은 무관심하게 본인의 뜻대로 끌고 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계속 성찰하며 느낀 것은 청소년은 끌고 가는 존재가 아니며 내가 한 사람의 삶에 큰 영향력을 끼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모순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저 그 삶에 아주 작은 점 하나만 찍어도 아주 잘 산 것인데. 누구인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아, 그 사람 덕분에 내가 조금 나아졌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이상적인 삶이고 이상적인 청소년 지도자의 삶이 아닐까.
“점”을 찍는 것은 점의 크기처럼 쉬울 것 같지만 쉽지 않다. 나는 점을 찍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이해와 공감, 소통과 리더십을 포함한 청소년지도자가 가져야하는 인격적 자질 김영인, 김민(2016). 청소년지도방법론. 창지사, 78p. 성찰적 태도, 희망과 감사, 존중과 사랑, 경청과 긍정적 태도, 배려와 겸손, 불굴의 의지와 용기, 주도성과 솔선수범, 책임감과 언행일치 등
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지도자가 가져야하는 인격적 자질은 청소년지도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원만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하고 필요한 자질이며, 이것을 다 갖추면 그게 바로 “가장 이상적인” 청소년지도자가 아닐까 싶다. 다 갖출 수 없기에 “이상”적인 것이지만. 그래서 작은 점 하나 찍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청소년에게 작은 흔적을 남기려고 하기 보다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저런 사소해 보이는 자질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자신을 돌아보기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청소년을 어떻게든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쪽으로 변화시키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청소년기를 여전히 성인 세대에 종속적이거나 과도기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있으며, 보호와 육성의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05). 청소년문화론, 교육과학사. 26p
는 것을 보면 그렇다. 부모만 해도 자식을 소유물로 보는 사람들이 아직도 꽤 많으며(청소년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된 자녀의 고민과 선택까지도!) 청소년의 의견을 이야기 하고 논리를 펴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점을 찍기 위해서, 바람 같은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청소년지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인격적 자질을 갖췄다는 전제 하에 청소년과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아무리 인격적인 자질을 다 갖췄다 한들, 청소년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상담을 해도 그 청소년의 마음을 먼저 알아봐주고 활동을 해도 청소년이 중심이 되게끔 하고 의견을 말할 때에는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이 아닌 존중하며 들어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필요한 모습인 것 같다.
청소년의 삶에 큰 영향력, 큰 리더십으로 뭔가를 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상처로, 흉터로 흔적을 남기는 것 보다 보일락 말락 하는 점과 같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함을 느낄 수 있는 바람 같이 삶에 작은 “흔적”으로 남아 기억되는 청소년지도자가 가장 이상적인 청소년지도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