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디지털이란?
디지털이랑 본디 손가락(digit)을 가리키는 말로 셈하는 것을 뜻한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셈을 하듯이, 디지털이란 일정한 양을 독립적으로 표현함을 말한다. 따라서 수(數)는 디지털을 가장 대표적으로 상징한다. 오늘날 전세계를 통일하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도 시원적으로는 손가락의 모습을 닮았으며, 그 손가락의 특정한 모습은 각기 특정한 수를 가리킨다. 디지털은 이처럼 개별적 양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한다. 이런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과 저런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 사이의 값은 없다. 그런 점에서 그 값이 분명하고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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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문명은 숫자로 이야기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세계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얼마큼 사랑해?라는 질문에 이만큼이라면서 두 손을 활짝 편다. 숫자적이지 않고 지시적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지시성을 아날로그라고 부른다. 사랑에 대한 답으로 디지털적인 답은 아무래도 모든 것을 다하지 못한다. 그래서 두 손을 활짝 피며 아날로그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때로 숫자를 무한화시켜서 만의 만의 만의 만이라고 말한다 쳐도, 비록 디지털적인 사고로 답한 것이긴 하지만, 무한의 개념이 개입함으로써 그 역시 아날로그적 해답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디지털은 셈이며, 아날로그는 가리킴이다. 그 둘의 철학적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디지털은 나뉨 곧 분할(分割)이며 아날로그는 이어짐 곧 연속(連續)이다. 정세근, 「디지털문화의 철학적 이해」, 철학의 21세기, 2002년, p82~83
2.디지털의 효용
아직도 사진기의 경우, 아날로그가 디지털보다 낫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극한으로 나가는 디지털은 이론적으로 아날로그보다 나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은 여러 번의 작업을 통해서도 원판의 손상이 거의 없이 계속 출력되지만, 아날로그는 비교적 그렇지 못하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디지털 사진관은 과거의 전통방식보다 절대 경쟁력을 갖는다. 가격면에서 그러하고, 시간면에서 그러하고, 보존면에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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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디지털은 우리 가까이 와 있다. 우리가 좋건 싫건 우리는 이미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모습은 이렇게 해상(解象)되고 있다. 이른바 분할과 그 집산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모든 사물의 정보를 해체하여 전송가능토록 만들어주고 있다. 문자는 물론, 사진과 영상까지 우리는 공유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의 효용성은 진정 극대화되어 있다. 정세근, 「디지털문화의 철학적 이해」, 철학의 21세기, 2002년, p85~88
3. 전통 속의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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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이프니츠의 보편적 기호법(characteristica universalis)의 이념이 제대로 성공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정신이 오늘날 디지털의 세계에서 구현되고 있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디지털 문법은 세계 공통의 유일한 기호법인 것이다. 비유하자면 알파벳이란 디지털을 몸뚱이-이것을 라이프니츠는 인간사상의 알파벳이라고 불렀다-로 하고 있는 껍질인 셈이다. 하다 못해, 라이프니츠가 설계한 계산기는 -파스칼이 더욱 원조이지만-오늘날 컴퓨터의 원시적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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