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한 걸음
나는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사람이 만들어가고 행하는 것 자체가 아름다울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에게 항상 인생은 처절하게 느껴진다. 쉬운 것은 없고,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고, 눈물이 있고, 고통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을 때 무겁고, 심각하고, 우울한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즐겁거나 뿌듯하지는 않다. 재미있고, 즐겁고, 뿌듯하게 하는 책들은 너무나 가벼운 연애소설의 종류가 아니라 그 삶이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열심히 그리고 예쁘게 살아가는 삶을 그린 소설의 종류들이 나를 힘나게 하고 읽고서도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이번에 소설이 그러한 작품이었다. 제목을 보고 ‘ 이거다! ’싶었는데, 제목도 “ 쿨 하게 한 걸음 ”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 연수 ’는 참 예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나이는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서른 셋이고, 크리스마스에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직장도 구조조정 때문에 그만두게 된 현실적으로 보면 참으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회적으로 문제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자이다.
나는 사람의 인생이 직업, 사회적 지위, 돈, 차, 집, 능력만으로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것들 이전에 사람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가,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가는 그 사람이 진정 아름답고 예쁘게 살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또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 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변할 수는 있지만, 사람에게 설렘과 두근거림을 주는 사랑이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의 삶에서 한 사람을 향한 추억을 품고는 살 수 있지만, 한 사람을 평생 품고 살아가는 일은 너무나 변덕이 심하고, 자기 보호 본능이 강한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들고 사람이 좀 더 오래 살아갈수록 사랑 앞에 더욱 더 신중하고 삶에 대해 더욱 더 겸손해 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해주고 있다. 여자 주인공은 그런 삶의 모습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대부분에 서른 셋의 여자들은 삶에 대한 기대 없이 그저 그냥 그렇게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완전하게 마음이 맞지 않아도, 여자가 가지는 최소한의 자존심적인 남자의 조건도 무시하고 그저 그렇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아직 내가 어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에 대한 소망 없이 선택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이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람이 사는 이유는 그저 조금이라도 더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기 위해서 윤택한 삶을 살아가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너무나 주객이 전도된 듯한 모습을 쉽게 많이 볼 수 있다. 어른이 되는 것은 어린 아이들 보다 조금 더 많이 인내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데 그 인내심을 왜 미래를 보며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인내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인내를 너무나 어렵게 삶 속에서 부딪히고 넘어지고 깎이면서 울고 배우고 해놓고는 배운 보람도 없이 허무하게 낭비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게 수많은 여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조금은 그 사실이 슬프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의 여자 주인공인 ‘ 연주 ’의 선택들 하나, 하나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세상의 사람들과 여자들이 현재의 모습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현실에 안주 할 때 한 발짝만 뒤로 조금 더 물러서는 주인공의 모습이 말이다. 모두들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또는 두, 세 걸음 나아가지 못해서 안달하고 있는 이 정신 없이 바쁜 세상의 삶들 속에서 한, 두 걸음 뒤로 간다는 것은 미련해 보이겠지만 자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 전혀 상관없이 멋진 일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그래서 나는 나이를 생각하며 지금 행복하지 않지만 그다지 나쁘지도 않기 때문에 자신의 가슴 뛰는 일과 자신의 삶을 그냥 포기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지위와 권위, 능력이 뭐 길래 말이다.
이 여자 주인공은 나와 참 많이 닮아있다. 어릴 사춘기에 모습이 특히 너무 닮았다. 아마도 현재 살아온 나의 삶이 21살이라서 그 모습이 가장 닮은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나 또한 여자 주인공처럼 사춘기때는 밤에 잠 못 들고 ‘ 내가 누구이며,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해야하지? ’에 대한 고민이 내 생활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이 사촌을 한심해 하는 것처럼 나 또한 내면의 가득 참이 전부라고 생각했었으며, 미모와 키와 피부와 몸매 따위는 참으로 하찮고 쓸모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감수성도 말 할 수 없게 풍부했으며 왜 슬픈 지도 모르고 눈물 울면서 잠든 적도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격동의 시기로 기억되는 나의 사춘기인데, 이 책에서 여자 주인공이 겪는 사춘기처럼 말이다. 어릴 때 TV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어린이 프로그램보다 먼저 찾고서도 그 안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을 그렇게 많이 보고 또 보고하고서도 나는 그때 아름다움과 미모의 능력과 힘에 대해서 전혀 무지했고, 무시했고, 그것이 옳다는 굳은 신념 속에서 그때 얼굴과 키와 몸매와 피부에 신경쓰는 아이들을 하찮게 바라봤었다. 하지만 21살이 된 지금은 나도 하루에 한 번은 거울을 드려다 보고 어떤 옷이 어울릴지 고민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예뻐질지 고민하는 나이의 여자로 성장했다. 그래서 아직은 가끔 그때를 기억하며 부끄러울 때도 후회 될 때도 있다. 그 아이들처럼 ‘ 나 또한 외적인 부분도 나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아름다워지기를 조금만 더 열망했다면 좋았을텐데 ’ 라는 후회를 말이다. 지금도 많이 어리지만 그때는 더 어렸던 것 같다. 그리고 더 많이 극단적이었던 것 같다. 그것 하나면 세상을 살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맹목적이고 무모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감이 있었다. 국어어휘론 시간에 배웠는데, 과거에는 [어리다]라는 말의 본 뜻에 [어리석다]라는 뜻도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을 처음 듣고 공감이 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곱씹고 곱씹을수록 더 마음에 와 닿고 더 공감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순진하고 순수했던 그때의 기억들이 지금 다른 어린아이들을 보면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내가 내 모습을 추억하면 부끄러워질까? 그때는 그 모습이 참 당연했던 모습이었는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고 나도 한 살을 더 먹어 갈수록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이 한 없이 소중해지는 것을 느낀다. 과거에 공부했던 학교들이 소중하고, 그 시간이 소중하고, 사람들이 소중하고, 그때 꿨던 꿈들이 소중하고, 그때 봤던 풍경들도 소중했다는 사실이 시간이 지나고서야 더 느껴진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데, 나 또한 그런 한 사람인 것 같다. 또,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았던 기억들로 자신의 추억들을 가득, 가득 지금의 자신 안에 채우고 또 채워서 과거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과거의 것들이 그때는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게 다가왔을 지라도 그 시간이 지난 현재는 그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사람은 참 알 수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아버지는 나이 들고 늙음으로서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한 없이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울고 또한 몸부림친다. 나이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사람이 시간이 지나도 고독이라는 놈과는 여전히 어색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지나오면서 자신이 삶 속에서 보낸 시간 때문에 더욱 외로워지고 고독해질지도 모르겠다. 또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다는 것 때문에 더욱 더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놈에게 괴롭힘 당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역시 사람은 현재가 행복해야 한다. 과거가 어떠했던, 미래가 어떨 것 같던, 사람은 지금 현재에 행복해야 한다. 사실 과거도 별 것 없었고, 미래도 별 것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내가 그런 생각 속에서 주인공처럼 행복했다면 그럼 그것으로 된 것이다. 현재의 행복은 또한 미래의 행복도 되기 때문이다.
이 주인공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겸손해지는 것 같다. 책 구절 중에 ‘ 스무 살을 지날 때는 세상에서 내가 이제 어른인 것 같고, 다 자란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서른 살을 지날 때는 내가 좀 더 자라야겠다고 다시 생각했다. ’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 고작 스물 한 살이지만 말이다. 나 또한 나의 스무 살을 지날 때 그랬던 것 같다. 그때는 아니라고 했지만, 진정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았고, 내 모든 일은 내가 책임 져야한다는 생각이 아닌 책임 질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생각을 했었고, 이제 모든 것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 속에서 스무 살을 지나온 것 같다. 모든 스무 살이 그렇게 스무 살을 보내지 않을까? 나름의 젊음에 특권이지만 결국 우리는 알게 된다.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이 변화되어야 된다는 것과 생각보다 우리의 삶은 예측 불허인 일들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나도 그것을 좀 더 알아가고 있고, 아마 시간이 지나면 더 알게 되겠지? 그래도 그 안에서 또한 자라가고 꿈을 꾸는 법을 배우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미래를 기대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이룰 목표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 속에 있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도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미래가 우리를 이끌어 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젊음이라는 단어 안에 그 사람 현재의 모습보다는 더욱 더 희망을 첨가해서 보는 가보다.
여기서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이 친구의 죽음 속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책은 끝이 난다. 사람이 죽은 그 사람만을 위해서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죽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현재 자신의 고민이 다른 사람의 죽음보다 더 커보이는 것이 당연한데 그 사람만을 위해서 운다는 것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그 사람만을 배려한다는 뜻이니까. 내가 나이가 들고 나의 주변에서 한 두 번 씩의 죽음을 겪어도 그렇게 울어 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자신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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