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짐 콜린스가 제시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은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뛰어난 성과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이 직접 수많은 데이터를 뒤져가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듣기만 해도 흥미롭다. 누적 주식 수익률이 평균 시장 대비 낮게 머물렀다가 특정 지점을 거친 뒤 시장의 3배 이상으로 솟구친 사례를 찾아내고, 거기에 담긴 원인을 차근히 추적하는 방식이 돋보인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이 연구가 5년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21명에 달하는 인원이 같이 협업하여 만들어낸 결실이어서 믿을 만하다고 느껴진다. 그 때문에 내용을 접하면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진다. 왜 같은 분야에서 출발했는데 누구는 압도적 결과를 만들어내고, 누구는 그렇지 못했을까. 그 차이가 어떤 리더십과 문화, 비전, 인력 구성에서 비롯되는지 궁금해진다.
지은이가 말하는 바에 따르면, 이 책에서 다룬 사례는 평범해 보이던 기업이 특정 전환점을 기준으로 궤도를 바꿨다는 특징을 지닌다. 실제로 15년간 시장 평균에 못 미치던 주식 수익률이 그 전환점 이후 14년간은 3배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 현상이 단시간에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작게 변화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확연히 성장세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작은 차이가 어느 순간 큰 차이를 만들어낸 셈이다. 실제로 독자가 직접 그 사례 기업들의 주가 그래프를 보면 흥분될 수도 있다. 눈으로 확인 가능한 지표가 곧바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구팀은 뚜렷한 변화가 있다고 본 기업들을 집중 조사했고, 그 배경에 어떤 요인이 있는지 파고들었다.
여기서 가장 큰 핵심 개념으로 5단계 리더십이 등장한다. 겉으로는 고집이 세 보이지 않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지만, 실제로는 극도로 확고한 결단력과 높은 책임감을 보여주는 인물상이 5단계 리더라고 설명한다. 언뜻 보면 겸손하고 조용해 보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강단 있는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이 특징이 조직에 깊게 스며들었을 때 구성원들은 자기 역할에 충실하게 되고, 성과를 위한 목표 설정과 실행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 부분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구체적 사례와 면담 자료를 통해 그러한 리더십 유형이 성과와 긴밀히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강압적인 형태가 아니라 자기 희생과 겸손, 그리고 조직을 위한 책임 완수의 정신이 잘 결합된 상태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개념은 “사람이 먼저, 다음이 해야 할 일”에 관한 내용이다. 훌륭한 인재를 먼저 모셔오고, 그 사람들과 함께 어떤 목표를 이룰지 고민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전략이 있어도, 사람 선정에서 실패하면 방향 설정 자체가 어긋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의 중요성은 적합한 자질을 지닌 인원을 태운 뒤에야 비로소 성공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과 이어진다. 거기서 잘못된 인재가 들어오면, 아무리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어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책에서는 적절한 사람을 찾고, 그 인재와 함께 준비 과정을 갖추는 쪽을 강조한다. 해당 내용은 실제 기업 경영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잘못된 인재 한 명이 전체 프로젝트를 뒤흔드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무조건 사람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정말 신뢰할 수 있는가를 심사숙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 중에는 고슴도치 개념이라고 불리는 주제도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업이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세 가지 요소가 서로 교집합을 이루는 하나의 핵심 포인트를 찾고, 거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 엄청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첫째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 둘째로 경제적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부분, 셋째로 열정이 솟아오르는 지점이 교차하는 영역을 정확히 찾아야 한다고 한다. 그 세 조건 모두를 만족시키는 업무나 기술, 혹은 제품 분야가 있다면 과감하게 거기에 몰입하는 것이 좋다는 식이다. 여러 사업에 손대며 분산하기보다, 가장 중심이 되는 활동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집중해서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는 태도가 담겨 있다. 처음에는 너무 이상론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사례에서 성과가 입증되었다는 내용을 보면 마냥 허황된 얘기로 치부하기 어렵다.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으로 플라이휠 개념이 등장한다. 무거운 바퀴를 조금씩 굴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되는데, 처음에는 작은 힘으로는 거대한 바퀴를 돌리는 데 애를 먹는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밀어붙이면 한 바퀴, 두 바퀴, 어느새 점점 빨라진다고 한다. 속도가 붙으면 다음부터는 같은 에너지로도 훨씬 쉽게 더 많은 회전력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성장도 그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이 책을 통해 강조된다. 극적인 단계를 밟는 순간에 한 번에 도약하는 게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노력이 축적되고 쌓이다가 어느 시점에서 폭발적으로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파멸적 순환이 있다. 방향도 확실치 않은 상태로, 그때그때 상황에 흔들려서 여기저기 곁가지를 잡다 보면 결국 구심점도 잃고 하향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여러 사례 기업을 조사한 결과, 뛰어난 성과를 낸 쪽은 플라이휠이 제대로 돌아가는 구조를 갖추었다고 한다. 반면 그렇지 못했던 기업들은 변덕스럽게 전략을 바꾼 뒤 역량 분산으로 이어져 침체에 빠졌다.
규율의 문화라는 대목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연구에서 말하는 규율의 문화는 조직원 각자가 자기 할 일을 명확히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분위기를 의미한다. 상사가 강요하기만 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구성원 스스로가 그 방향과 목표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야 강한 추진력이 생긴다. 그럴 때 불필요한 내부 충돌이 줄어들고, 대외적인 목표 달성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규율이 엄격한 감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조절하고 협력하려는 태도에서 뿌리내린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인재가 있다면 과감히 정리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본다. 얼핏 보기에는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발전을 위해 어느 시점에선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술 가속기에 대한 내용도 기억해둘 만하다. 혁신 기술을 무작정 도입한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자사 전략에 맞는 기술을 신중하게 채택하고, 그로 인해 핵심 역량을 보완하거나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겉보기에 최신이거나 가장 앞선 기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도입하면, 오히려 조직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기술 선택은 기업의 기초 전략, 인재 구성, 재무 상태와 조화롭게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성공한 사례 기업들을 보면 무턱대고 요즘 뜨는 시스템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 검증을 거친 뒤 필요성이 확실할 때만 가속 페달을 밟는다. 그 결과, 기술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성과 향상을 위한 수단이 된다.
이 책을 접하면 성공의 열쇠가 결국 조직에 맞는 사람과 조직 문화를 어떻게 세우고, 어떻게 집중하고, 어떻게 꾸준히 추진력을 더해가느냐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밖에서 볼 때는 거대한 기업이나 대단한 임원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막상 내부 과정을 들여다보면, 처음에는 허약했던 기반을 하나씩 보완하고 규율을 지키며 방향성을 확실히 세워나간 끝에 탄탄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라도 이해는 가능하다고 본다. 연구 과정에서 여러 통계 자료와 사례별 비교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직접 그 그래프와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조금 더 와닿을 것이다.
한편 저자가 말하는 핵심 개념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상보다 적용이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5단계 리더십만 보더라도, 겸손과 결단을 동시에 지닌 리더를 찾는 일이 흔한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사람이 먼저, 다음이 해야 할 일”이라는 원칙을 지킨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빠른 시일에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우선 채용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고슴도치 개념을 실천하려면 조직 전체가 진정으로 열정을 느끼는 분야를 발견해야 하는데, 그 과정은 상당히 길 수 있다. 게다가 주주나 외부 투자자의 눈치를 보느라 여러 사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론이 잘못되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부적 저항을 이겨내면서 실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실제로 이 책에 실린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모두 현재까지도 완벽하게 지속되는지는 독자가 추가로 조사해보면 좋을 듯하다. 사회 변화가 상당히 빠르고, 기술 흐름이 극단적으로 변하는 세상이다. 몇십 년 전만 해도 경쟁자가 별로 없던 영역이 지금은 너무나 치열해진 분야로 바뀔 수 있다. 그럴 때 이 책에서 말한 방법론이 시대적 변화에도 유효한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근간을 이루는 철학이 쉽게 흔들릴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겸손하고도 단단한 리더십, 핵심에 집중하는 전략, 조직 내부의 규율과 사람에 대한 배려는 시대와 무관하게 중요해 보인다.
저자가 연구 과정에서 밝혀낸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성과가 뛰어난 조직은 모든 것을 새롭게 발명하기보다 자신들이 이미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더욱 갈고닦았다는 점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보이면, 그 작은 불씨를 되살려 크게 키워냈다. 그리고 구성원 각자가 회사와 함께 자라난다는 느낌을 공유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팀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놓고 합심하여 움직이면, 초반에는 어설퍼 보이더라도 결국은 다른 경쟁자를 뛰어넘는 힘을 얻게 된다. 비슷한 원리가 플라이휠 비유 속에 잘 녹아 있다. 초기에는 무거워서 힘을 줘도 돌아가는 느낌이 적지만, 회전이 시작되면 서서히 탄력이 붙고, 어느 순간부터는 예전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도 더욱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업의 리더나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개인의 성장 과정에 대입해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이 어떤 커리어를 설계할 때, 다방면으로 분산 투자하듯 능력을 키우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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