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전략
김위찬|르네 마보안
커다란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사소한 차별화만으로는 성장과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이 함께 만든 개념은 그 고민에서 시작된 것 같다. 대다수가 익숙한 분야에서 다투는 대신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자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 개념은 보통 가격 경쟁을 넘어서는 아이디어를 통해 고객들의 욕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족시키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동안 보았던 많은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면서 완전히 새롭고 매력적인 시장을 형성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발상이기 때문에 커다란 화제를 일으킨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이 개념이 등장했을 때 낯선 느낌이 있었다. 보통은 경쟁자보다 조금 더 좋거나, 조금 더 저렴하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저자는 경쟁에 몰두하기보다는 비어 있는 공간을 발견하라고 제안한다. 그 자리가 바로 시장 경계가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은 곳이다. 기존의 관념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영역을 찾아내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재구성한다. 그 과정은 흥미롭지만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새로운 시장을 확장한다는 행위는 자원과 시간 모두를 상당히 소모하기 때문이다.
가령 서커스 업계가 오래전부터 침체되어 있었다고 한다. 기존의 서커스는 동물 쇼나 곡예 같은 전통적인 요소를 고수하면서 티켓 가격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흥미가 점차 떨어지는 현상이 생겨났다. 그런데 어느 날 서커스라는 틀을 완전히 뒤집은 공연이 등장한다. 그것이 무대 예술과 서커스가 결합된 형태를 만들어낸 셈인데, 차별화가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가족 전체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현대적인 공연이기 때문에 예술적 완성도가 한층 높게 느껴진다. 여기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도 새롭게 기대할 거리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를 적용한 점이 돋보인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공연을 여러 국가로 확장시키고 브랜드를 키운 과정을 보면, 이 개념이 실제 현실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무엇보다 값싼 가격으로 승부하는 전략이 아니라 전혀 다른 형태의 가치를 창조한다는 데 핵심이 있다. 사람들은 때때로 가격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지불한 비용에 합당하거나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혁신에 가까운 시도를 통해서 경쟁자들과는 다른 서사를 만들어간다. 시장이 전통적인 분류에 따라 기능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객 관점에서는 경계를 넘어서는 사고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음식 사업을 예로 들어보면, 건강을 강조하는 제품이 패스트푸드와 동일한 무대에서 겨루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건강과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새로운 모델을 구성한다면 경쟁의 방식 자체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경계를 허무는 접근이 흔히 보이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개척해낸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체계적인 툴도 관심을 끈다. 경영자들이 막연히 창의성을 발휘하기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예측 가능한 단계와 구조를 구성해 놓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격과 가치의 균형을 극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경쟁 요소 중에서 필요한 것은 키우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없앤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새로 시도해야 할 것들을 추가하기도 한다. 이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기업 내부의 다양한 부서가 협력해야 한다. 마케팅만의 문제도 아니고 기술만의 영역도 아니다. 오히려 조직 전체가 방향을 공유해야 원하는 성과가 가능해진다. 독자 입장에서는 막연하게 창의성만 강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비교적 구조화된 단계를 짚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누구나 막연하게 상상할 수 있는 콘셉트가 아니라 실제 기업 사례들을 통해 정리된 결과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책을 펼쳤을 때, 페이지 곳곳에서 그래프나 시각적인 자료를 볼 수 있었다. 복잡한 용어를 최대한 피하고, 누구라도 이해하기 어려워하지 않을 예시를 꺼내 설득을 진행한다. 그래서 경영 전문 서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읽어갈 수 있다. 다만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무시하기 어렵다. 새로운 시장은 성공이 확실하지 않으며, 예측이 빗나갈 경우 큰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 일부 독자들은 과연 모든 비즈니스 상황에 통용될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려고 애쓰지만, 각 기업의 환경과 역량이 다르므로 한계가 있다고도 느껴진다. 그래도 무의미한 경쟁으로 인한 소모를 피하고,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책에서 말하는 ‘가치 혁신’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기존의 시장 안에서 가격을 낮추거나 기능을 조금 조정하는 선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만족을 선사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고객에게는 멋진 경험을 건네고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혁신의 범위가 어디까지 뻗어나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역사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룬 기업을 보면, 예전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지점을 과감히 파고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때로는 전통적인 업계 종사자가 아닌 외부인이 이런 부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업계를 새롭게 정의해버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그런 식으로 파괴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은 늘 기존 패러다임과 충돌하기도 한다. 그래서 위험 부담이 상당하지만, 한 번 성공하면 자리매김이 빠르게 이뤄진다.
어떤 이들은 이런 전략이 마치 멋진 마케팅 슬로건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여러 기업이 그 개념을 흉내 내려 했으나, 두드러진 결과를 얻지 못한 사례도 있다. 즉 말로만 듣기에 쉬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경쟁자가 적은 곳을 찾아가면 된다는 식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가치를 재발견해주려는 절차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 조사를 깊이 진행하고, 내부 역량을 재점검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조직 분위기가 변화를 받아들일 만큼 유연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체계 중 하나를 보면 가치 곡선을 새롭게 그려내는 장면이 나타난다. 어느 부분에서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어디에서 제거할 수 있는지 도표로 시각화한다. 그 작업이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 같다.
주변 사례를 돌아보면, 과거에 인터넷 쇼핑이 확산되던 시점에 다수의 오프라인 매장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때 어떤 브랜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더하고, 온라인에서 따라 하기 어려운 감성을 매장 안에 담아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손님이 매장 방문을 특별한 이벤트로 느끼도록 만들어냈다. 기존과 다른 체험이므로, 해당 공간에만 있는 매력적인 상품 구성도 가능했다. 아마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낸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서점 역시 커피 향이 흐르는 휴식 공간을 두고, 책을 골라 바로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제는 그곳이 책만 파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되었다. 누군가는 이런 움직임을 두고 독창적인 시장 재해석이라 칭했다.
무대 예술, 외식 산업, 쇼핑, 자동차, 호텔 같은 업종도 고민이 깊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예전과 달라지고 있고, 경쟁은 점점 더 복잡하게 전개된다. 고객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기만 하면 새로운 세대를 사로잡기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조금은 신선한 길을 찾으려 애쓴다. 이때 참고할 만한 개념으로 책에 나오는 전략이 오랫동안 회자되는 듯하다. 물론 저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생각의 틀을 넓히는 방식을 제안한다는 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조직 문화, 제도, 그리고 구성원의 마인드까지 다뤄야 하기 때문에, 급하게 흉내 내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독자가 여러 산업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도록 이끈다는 점이다. 경영 전문 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정보기술 분야만 콕 집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낮거나 대중적 관심에서 벗어난 업계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뽑아낸다. 사용자의 니즈를 다르게 해석하고, 때로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엮기도 한다. 하나의 시장이 영구 불변한 규칙으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간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고정된 틀을 뛰어넘기 위한 창의성과 내부 조정이 필수라서, 꽤 어려운 일이라고 느껴진다.
책 전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성공 사례 위주로 희망을 준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면밀한 분석과 실행이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타이밍, 구성원 간의 합의, 자원의 효율적 분배 등이 맞물리지 않으면 실패 위험이 높아진다. 기업이 이런 부분을 무시하면, 파격적 행보를 보이려다가 재정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본다. 독자는 그러한 예시와 함께 실패 사례들도 간간이 소개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론만 존재하는 이야기로 느껴지기보다는, 실제 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부딪힐지 미리 상상하게 만든다.
저자들이 제공하는 그래픽 자료나 도표, 그리고 다채로운 실제 사례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글로만 접하면 막연해질 수 있는 개념을 시각화하면서 훨씬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독서 과정에서 마치 워크숍에 참가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이 전략을 쓰면 경쟁 상대를 전혀 안 보는 게 아니라, 경쟁이라는 개념 자체를 새롭게 바꿔버리는 것 같다. 기존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습적인 통념을 깨뜨려야 한다. 때로는 외부 파트너와 협력해보거나, 새로운 제휴를 시도할 수도 있다.
새로운 시장은 기존에 주목받지 않았던 가치를 중심으로 형성될 때도 있다. 예전에는 없던 기술을 활용하거나,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설계함으로써 업계를 흔들 수도 있다. 음악 시장을 예로 들면, 디지털 음원으로 급격히 재편되던 시기에 어떤 업체는 해적판을 단속하기보다는 편리하고 매력적인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이유를 제시하고, 동시에 불법 다운로드 문제의 일부를 완화했다. 만약 전통적인 방식에만 매달렸다면, 끊임없는 단속과 소송으로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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