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엄마를 주제로 다룬 이야기 중에서 마음 한편을 이렇게 쓰라리게 하는 작품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처음 접했을 때부터, 서울역에서 가족과 떨어지게 된 어머니의 이야기가 너무도 생생하게 펼쳐졌다. 어딘가 낯설고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가족이 모여 도시로 나들이를 가던 때, 한순간의 방심으로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설정이 이미 강력했다. 그런 전개는 너무 극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여기에 현실적인 감정이 더해지면서 작품 속 이야기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돌보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혼돈 속에서 여러 인물들이 어머니에 대해 기억을 꺼내는 과정을 지켜보면, 삶 속에서 부모를 대했던 나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당연하게 보였던 존재가 사라지면 그제야 소중함과 죄책감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현상은, 거의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느껴지는 고통 같다.
이 작품은 각각의 가족 구성원이 시점을 바꾸어 어머니를 회상한다. 자녀들이나 남편이 그때그때 짧게나마 어머니의 희생을 알았던 순간이 다르게 묘사된다. 과거를 떠올리는 흐름 안에서 어머니가 어떤 방식으로 일상을 보냈고 무엇을 바라고 있었는지, 허기가 느껴지도록 섬세하게 표현된다. 소외와 희생이라는 말이 결코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그런 묘사에서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예전에 가족과 시간과 정성을 들이며 지냈던 장면들 속에서도, 정작 그분의 본심이나 고통을 깨닫지 못했던 기억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책 속 인물들도 비슷한 죄책감과 그리움을 동시에 느끼는 듯 보인다. 특히 맏딸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장면에서, 자주 타지 생활로 멀리 떠나 있었던 상황 때문에 나타난 고독과 회한이 두드러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연락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순간이 쌓이면서, 모진 갈증이 한꺼번에 터지는 느낌이 든다.
어머니가 가출한 것도 아니고, 별다른 다툼이 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사라진다는 설정이 더 큰 불안을 준다. 혹시 잘못된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까,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어디서 쓰러져 있지는 않을까, 그런 의문들이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안고 따라가게 만든다. 물론 이 작품이 단순한 추적극이 아니라는 점은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다고 본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하고, 지하철 역무실을 돌며 목격자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서술된다. 하지만 그런 행위의 배경에는 자녀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그분이 어떤 분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가슴 아픈 과정이 자리한다. 어머니가 있어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뒤늦게 알아채는 것이다.
말을 잘하지 않는 어머니로 그려지기도 한다. 어쩌면 늘 자녀들에게 배려와 희생을 해온 전형적 모습 같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주체적으로 나서서 뭔가를 바라거나 마음껏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이라거나, 아픔이 있었지만 누구도 진지하게 물어주지 않았던 상황이 있었다든가,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쳤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저마다의 사연 속에서 어머니는 계속해서 가족의 곁을 지켜주었다.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였고, 추운 날씨에도 밭일을 하며 누구도 대신하기 어려운 희생을 감당했다.
그분이 정말로 바라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자기 만족을 찾을 기회가 거의 없었던 건 아닐지, 한 번이라도 마음 놓고 여행을 해봤는지, 누군가에게 위로와 사랑을 제대로 표현받아 본 적은 있었는지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무언가 성취하고 명예를 쌓고 도시에서 성공하기 위해 분주히 달려가던 그 시기에 어머니의 내면에도 많은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충분히 물어보지 않았다. 혹은 물어보더라도 형식적으로 넘겨버렸을 것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어머니가 시골에서 지낼 때 겪었던 여러 어려움이 스쳐 간다. 남편은 집안의 살림이나 자녀의 교육 같은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도 있고, 혹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그것이 잘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가 느꼈을 억울함이나 고독함은 충분히 가슴을 짓누를 만한 무게라고 생각한다. 대개 자식을 키우느라 바빠서, 혹은 현실에 매몰되어서 자기 감정을 따로 돌볼 겨를이 없었던 어머니들이 많다. 새벽같이 일어나 밥상을 차리고, 밭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또 저녁을 준비하고, 아픈 자식을 간호하며 바깥일부터 집안일까지 동시에 맡아온 고된 여정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에게만큼은 항상 허기진 배를 달래주고 무언가 해주고 싶어 했던 그런 마음이 소설 안에서 절절히 드러난다. 도시로 유학 간 자녀에게 작은 반찬이라도 꼭 챙겨 보내려고 하던 모습, 추운 겨울날에 빨래감을 안고 몸이 얼어붙을 만큼 고생하던 모습이 세세하게 묘사된다. 독자들은 자신의 어머니나 주변 인물을 떠올리며 작중 어머니에게 감정이입하게 된다. 읽는 내내 어느 가족에게나 있을 법한 에피소드가 겹쳐지고, 그 안에 담긴 후회와 그리움이 커다란 무게로 다가온다.
각 장마다 화자가 조금씩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어떤 부분은 딸, 어떤 부분은 아들, 또 다른 부분은 남편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그중에는 어머니 자신이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마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듯이, 독자들이 어머니라는 존재를 다각도로 만나게 되는 셈이다. 한 인물의 서사만으로는 결코 다 이해할 수 없는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나아가 어머니가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고, 반대로 자녀들이 뒤늦게 어머니를 이해하며 죄책감과 그리움에 휩싸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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