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동
엘빈 토플러
앨빈 토플러가 제시한 폭력과 부, 그리고 지식이 어떻게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권력의 형태를 바꾸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을 접했을 때, 처음에는 막연한 호기심이 들었다. 폭력은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힘을 과시하며 질서를 유지하려고 했던 전통적 방식이었다. 부는 그보다 진화된 형태로 보였지만, 그 과정에서 불평등과 갈등이 생겨났다고 느꼈다. 지식이 강조되는 시대라지만, 어디선가 여전히 폭력과 부가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 혼재된 모습이었다. 작가는 과거부터 이어진 권력 구조가 미래에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파편화된 사회 환경에 적응하려면 새로운 형태의 힘을 다뤄야 한다고 말하는 듯했다. 예전에는 주먹이 강하면 세상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고, 그다음에는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여기는 시대가 왔다. 지금은 데이터와 지식이 또 다른 무기가 되어 권력을 형성한다. 그럼에도 예전 방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공존한다는 점이 이 책의 핵심적 고민거리라고 생각했다.
책 속에는 폭력을 행사하는 조직이나 개인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 같으면서도 구체적 상황에서 여전히 크고 작은 충돌이 잦다는 설명이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자본력이 국가와 지역을 초월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된다. 또 다른 지점에서는 지식을 신속하게 획득하고 가공하는 집단이 새롭게 부상하는 장면도 강조된다. 곰곰이 되짚어볼 때, 폭력이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관점도 있지만 어둠 속에서 남몰래 지속되는 현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권력 구조의 변화 속도가 균질하지 않아서 어디에서는 폭력적 요소가 남아 있고 어디에서는 경제나 정보가 우위를 차지한다. 작가는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암시한다. 그 점이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갖게 만들었다.
기술 발전이 지식 기반의 권력을 강화한다는 주제는 강렬하게 다가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주고받고,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요구받게 된다. 책에서 다룬 흐름을 보면 지식 소유가 단순한 정보 축적을 넘어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됨을 알 수 있다.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이 확산하면서 개인 한 사람도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개인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지식이 새로운 무기가 된 세상에서, 누군가가 정보를 독점한다면 또 다른 부의 형태처럼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 흐름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지 의문도 든다.
어떤 이들은 폭력을 가장 후진적 권력으로 여기고, 부를 그보다 세련된 형태로 간주하지만, 작가는 지식이 지닌 힘에 주목하면서도 그 안에 내재된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는 부를 얻기 위해 폭력이 동원되곤 했고, 오늘날에는 지식이 부를 만들어내는 원천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돈과 폭력이 얽히는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은 채, 지식이 새로운 형태의 지배력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이 책을 통해 드러난다. 이 흐름이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쪽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취약한 이들의 삶을 더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과거 권력의 원천이었던 폭력은 단정하기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먼 옛날의 흔적으로 보이나, 어두운 이면에선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반면 부가 여전히 많은 사람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로 작동한다. 한편으로는 지식이 권력을 재편하는 주체로 떠오르지만,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정보 인프라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과 계층이 존재한다. 작가는 그런 불균형을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걱정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기술과 정보로 무장하고 세상을 이끌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는 점점 더 소외될 수 있다고 본다.
저자가 제시한 폭력, 부, 지식 간의 균형점은 가변적이다. 책 속 내용에 따르면 시대에 따라 이 셋 중 하나가 부각되면서도 다른 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인간이 살아가는 한, 재화의 소유나 육체적 힘의 발휘, 그리고 지적 우위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한 지역에서는 폭력이 중심에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자본이 막강하며, 또 다른 곳에서는 지식이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다. 이런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정보화 사회라는 말이 전 세계를 한 가지 틀로 묶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어떤 나라는 아직도 체제 자체가 폭력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또 다른 나라는 빅데이터를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정보의 홍수가 몰려올 때, 지식의 가치를 간과하기 쉽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많은 정보가 넘쳐나도 그것을 활용하고 조직해서 실제로 적용하는 능력이 없으면 무용지물 같다. 그러나 어떤 집단은 그 과정을 적극적으로 수행해내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얻고, 나머지는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 작가는 미래 사회에서 경쟁의 초점이 어디로 이동할지 고민해보도록 유도하는 듯하다. 폭력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의 잔재가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이미 다른 길로 빠르게 달려가는 중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 양면성에서 느껴지는 균열이 책 전반에 깔려있었다.
지식을 권력의 근간으로 삼는 흐름이 개인에게 자유를 주는지 아니면 또 다른 예속의 형태를 만드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누군가는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고 발전시키는 데 적극적이지만, 어떤 이는 연결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디지털 격차가 전혀 다른 권력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 책에서 언급된 큰 흐름을 떠올리면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사회가 분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유한 이들은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소외된 이들은 갈수록 불균형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예측이 현실이 된다면 사회가 과연 민주적인 길로 갈 수 있을지 마음 한구석이 어두워진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