指 導 敎 授 지도 교수 이름
1. 서론 경계의 자의식, 예술가의 내면 분열로서의 『토니오 크뢰거』
『토니오 크뢰거』는 1903년 토마스 만(Thomas Mann)에 의해 발표된 중편소설로, 그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예술가의 정체성 문제를 자전적 서사와 결합하여 깊이 탐구한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트리스탄』이나 『죽음에 이르는 베니스』처럼 병과 예술, 죽음과 감수성의 미학적 문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텍스트와 달리, 『토니오 크뢰거』는 훨씬 더 내면적이며 사유적인 방식으로 예술가라는 존재의 실존적 갈등과 세계 내 위치, 자아 분열의 구조를 형상화한다.
주인공 토니오는 어릴 적부터 ‘정상적 세계’에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자, 동시에 그 세계를 동경하는 모순적 욕망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부르주아적 질서와 낭만주의적 예술 감수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좌우로 흔들리며, 한편으로는 정상성을 흠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세계로부터 배제되고자 하는 이중적 충동 속에 갇혀 있다. 이때 토니오의 고뇌는 단순히 개인적 고민이 아니라, 근대적 예술가가 지닌 구조적 모순, 즉 예술적 감수성과 사회적 소속감, 이성과 감성, 시민성과 유미주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위치를 재조정해야 하는 근대 주체의 분열적 자의식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읽힌다.
토마스 만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예술가로서 느끼는 정체성의 갈등, 가문에 대한 불화, 중산층 윤리와 예술적 감수성 사이의 괴리, 나아가 독일 낭만주의 문학 전통과의 대결 등을 형상화하며, 동시에 **문학이 자기 정체성을 성찰하는 장(場)**이 될 수 있음을 선언한다. 『토니오 크뢰거』는 그리하여 하나의 성장소설이자 예술가 소설이며, 동시에 예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예술 그 자체를 사유하는 형이상학적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2. 예술가로서의 탄생 유년기의 이질감과 자의식의 출현
『토니오 크뢰거』의 서사적 출발점은 주인공 토니오의 유년 시절, 즉 한 개인이 ‘정상성’이라는 기준으로부터 자신이 벗어나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최초의 순간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바로 **“예술가적 자의식의 탄생”**이다. 토니오는 뚜렷한 외적 사건보다는 내면의 정서적 충돌과 소속의 위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며, 이때의 이질감은 이후 그의 삶 전체를 규정하는 핵심 감정이 된다.
그의 가정 배경은 바로 그 이질성의 출발점이다. 토니오는 북독일의 부유하고 보수적인 중산층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정확하고 질서정연하며 프로테스탄트적 윤리를 지향하는 전형적인 부르주아이고, 어머니는 이탈리아계로 예술적이고 감정적인 기질을 지닌 여성이다. 이 이중적 혈통은 토니오의 내면에서 두 갈래의 충돌을 유발하며, 그 자신 역시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세계, 즉 질서와 규범의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예술적 감수성과 낭만적 기질에 깊이 이끌린다. 이러한 이중성은 단순한 성격의 차이를 넘어서, 문화적·존재론적 경계선상에 위치한 자아의 이질적 조건으로 기능한다.
특히 그는 한스 한센과 잉게보르크를 통해 ‘정상적 세계’의 대표들을 바라보며 무력한 열등감과 동경을 동시에 경험한다. 한스는 건강하고 스포츠를 잘하며, 교우 관계에 능한 전형적인 북독일 소년이며, 잉게보르크는 그에겐 닿을 수 없는 이상화된 소녀이다. 토니오는 이들과 교류하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그들과의 차이를 너무도 뼈저리게 느낀다. 그는 자신의 언어가 너무 정교하고 과도하게 꾸며져 있으며, 감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미묘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이 지점에서 토마스 만은 예술가가 일반인들과 어떻게 정서적 밀도와 표현의 층위에서 구조적으로 다른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