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사] 하근찬연구-`수난이대`와 `흰종이 수염`
II. 하근찬과의 만남
III. 헤어지며
그럴 리 없겠지만, 혹자가 내게 사전 편찬을 의뢰한다면 나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는 사자성어의 뜻에 ‘참혹한 고통 가운데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상태’라는 본래 뜻과 더불어 ‘한국전쟁 참고’라는 구절을 덧붙일 것이다. 비견할 수 없이 우월한 군사력과 막강한 무기를 이끌고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그것도 남한의 대다수 군인들이 휴가나 외박을 나가고 자리를 지키지 않은 극도로 불리한 상황에 남침을 감행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1년여에 걸친 전시체제 돌입 준비기간을 철저히 숨기고 아예 전시체제 돌입 기간 즈음해서는 적극적으로 원조활동을 했던 소련군을 철수 시키는 등 치밀한 전시 계획 모두를 은폐하여 남한의 정치적 수뇌부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의 뇌세포까지 느슨해진 상태에 급작스럽게 침공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막가자는 처사’였다. 국가 통수를 맡고 있는 정부조직과 안보에 힘써야 할 군사조직이 일대 혼란을 겪으며 우왕좌왕하는 사이, 피난길로 내동댕이쳐져 더욱 갈피를 못 잡고 와해된 조직은 바로 일반 국민들이었다. 행불행의 여부가 아직도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한국전쟁은 남․북한만의 전쟁이 아니었다는 것에 주목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콜롬비아 ․ 영국 ․ 뉴질랜드 ․ 프랑스 ․ 그리스 ․ 네덜란드 ․ 벨기에 ․ 룩셈부르크 등 구미지역 국가들은 물론이고 남아프리카공화국 ․ 터키 ․ 타이 ․ 에티오피아 ․ 필리핀 등 소위 제3세계 국가들로 명명되는 약소국들의 참전도 줄줄이 이어졌다. 부지불각에 찾아온 이와 같은 참상을 그대로 떠안고 길바닥에 나앉아 그저 목숨만이라도 구제해보고자 발버둥쳤던 피난민들, 대의를 위해 소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던 시기였으므로 ‘징용’이라는 이름으로 총 ․ 칼 없이도 얼마든지 전장에 출두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징용군들. 이들이 살아남아 건설한 1950년대와 이들이 머리 굴려 창작한 1950년대 문학에 ‘한국전쟁’이라는 화두는 ‘생존’이자 ‘고군분투’였다. 그리고 한국전쟁의 여파는 명명백백히 이어져 70 ․ 80년대 소설에, 나아가 21세기를 맞이한 작금의 문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50년대 소설이 아예 ‘전후소설(前後小說)’이라 일컬어질 만큼 전쟁 재난체험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면 이 후 세대 소설의 성격은 김윤식의 관점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 할 수 있다.
60년대 작가들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논리의 측면을 추구함으로써 소설의 육체를 잃은 대신 이데올로기로 표상되는 이념 추구의 측면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70년대 작가들은 이념의 추구에서는 매우 미흡하지만 한국적인 삶에 밀착되었다는 점에서 소설의 육체를 얻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소설의 육체
이재선, 『현대 한국소설사』, 민음사, 1991년
「문학비평의 근대성과 유토피아」 -김윤식론 , 『문학과 사회』, 1989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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