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ges `바벨의 도서관`발제문
#1. 접속
#3. 미아
#0. 결론
나는 얼마 전 우연한 계기를 통해 ‘틀뢴’이라는 이름의 한 위대한 검색엔진을 발견하였다. 어떤 기괴한 주석서를 읽고 현기증과 두통에 절어 깜빡 잠이 들었을 때, 꿈결에(그러니까 순전히 우연하게) 이 사이트로 미끄러져 들어온 것이다. 처음에 ‘틀뢴’에 접속하게 되었을 때, 나는 도대체 내가 떨어진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어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내 ‘틀뢴’ 사이트 입구에 걸려있는 거대한 거울을 보고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거울이 비추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내가 잠들어 있는 방이었고, 그 외에도 이 세계의 모든 환영을 복제해 내고 있었다. 나는 무언가를 예감하며 전율 속에서 거울 건너편을 내다보려 하였다. “나의 우주가 거울에 비춰지고 있다. 그렇다면 거울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가?” 그렇다. 거울 저편의 세계, 혹은 검색창(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틀뢴’이라는 검색엔진에 접속하고 있다) 너머의 세계는 어떤 당돌하고 괴팍한 가사자(可死者)(들?)이 유한한 자신 역시도 무한한 절대자처럼 세상을 창조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보이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가사자가 창조한 또 하나의 세계였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과거 피타고라스 무리들이 만들어냈던 대응지구(counter Earth)와도 비슷한 것일 것이다. 그들은 우주의 조화 혹은 질서라는 위대한 진리를 찾아 나섰고, 또 발견했노라 자부했지만 애석하게도 이 세계는 그것에 대한 배신으로 가득 찬 세계였다.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 세계는 온갖 무질서와 부정수 따위들이 팽배했던 것이다. 타오르는 열정으로 진리의 여신을 찾아 나섰던 한 소년은 마침내 그녀에게 도달하는데 성공하였지만, 그녀의 얼굴은 조화와 질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무질서와 혼란이라는 추함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 소년은 절망에 차, 이 세계를 저주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도무지 이 추악한 여신을 사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의 동료들, 즉, 피타고라스 무리들은 그의 죽음을 지켜보며 또 다른 희생자를 내지 않겠노라, 그리고 자신들의 짓이겨진 행복 또한 되찾겠노라 결심을 하고 그들을 위한 새로운 여신을 창조해기에 이른다. 가사자들이 창조한 새로운 또 하나의 세계, 그것이 대응지구였다. 그것은 완전한 수적 질서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었고, 그것에 비춰 이 세계를 바라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마저 하나의 질서로 다가올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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