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타 볼프의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분석
2. 작품에 드러나는 폭력의 정당화
3. 메데이아 폭력의 서사가 내재한 현대적 의의
4. 한계
코르키스에서 압시르토스 살해와 코린토스에서 이피노에 살해는 아이에테스와 크레온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저지른 친족 살해이다. 그러나 코르키스 땅에서 압시르토스의 살해는 율법이나 제의, 풍장과 같은 고대 질서들이 개입하면서 문명적 질서를 지키는 행위로써 이해된다. 코린토스 땅의 이피노에 또한 크레온의 왕권을 유지하는데 장애물로 간주되어 살해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이웃나라 왕자와 사랑에 빠져 떠났다는 소문을 퍼트림으로써 이피노에의 행방불명은 아름다운 전설로만 기억될 뿐이다. 코린토스의 시민들은 진실보다는 소문을 믿음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고, 불길한 의혹과 죄책감, 슬픔을 달콤한 그리움으로 녹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폭력의 원인은 전혀 드러나지 않으며 사람들은 폭력을 올바른 것, 또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비단 지배자의 폭력만은 아니다. 군중들이 신전에서 죄수들을 속죄의 제물로 바치려 하는 장면은 지진과 페스트의 책임을 죄수들이나 메데이아와 같은 소수자에게 돌림으로써 불가사해한 재앙의 책임을 그들이 지게 한다. 르네 지라르는 고대 서양의 건국신화에 어김없이 삽입되는 이 ‘속죄양’이 공동체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는 한편, 그 죄인을 신에게 제물로 봉헌하는 상징적 제의를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보장해주는 구실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기고 보면, 잔혹한 살인과 폭력을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호도하며 그를 미화하며 폭력의 악순환을 더욱 공고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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