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용화에 대하여
지금 우리의 현실 속에서 영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경쟁력”일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경쟁력”이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시되기 때문에 남들보다 뒤지지 않기 위해 더 좋은 교육 더 비싼 서비스를 찾아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할애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영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편화된 “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작용해 왔다. 그러서인지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 세계화와 더불어 영어를 모국어처럼 공용화하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영어를 단지 외국어의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모국어처럼 쓰인다면 어떻게 될까?
영어를 공용화 즉, 한글과 같이 모국어처럼 쓰자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세계화와 관련된 경제의 논리를 빌려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어권 나라는 선진국이며 세계화의 추세로 볼 때 이들과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교류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영어는 국제어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 기업들이 언어의 곤란함 때문에 겪는 피해와 그에 따른 우리 기업이 얻는 손해가 막중하다는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치명적인 모순이 존재한다. 분명 세계화의 흐름에 맞춰 국제어로서 영어는 그 가치가 인정되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가 무엇인가? 각 나라의 개성과 특성을 존중하는 다양성을 인정하여 이를 바탕으로 서로의 문화와 산업을 교류하며 더불어 잘 사는 세계가 되자는 “지구촌”을 만드는 것이 그 취지가 아니었던가? 분명 지금은 영어를 한글과 더불어 공용화 하자는 입장이지만 만약 공용화가 된다면 국제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글을 최소화하고 영어를 중심으로 생활화 할 것이다. 언어란 한나라의 생명과도 같은 민족성을 지니고 있다. 만약 일제 시대에 우리의 한글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우리는 생명을 빼앗긴 채 나라는 해방됐어도 국민들의 정신은 일본화 됐을지도 모른다. 이만큼 중요한 언어를 점차 단일화 한다는 것은 다양성이 묵살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지금 우리가 통역이나 번역으로 의사소통에 대처하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과학의 힘을 빌려 통역기나 번역기 등 우리의 부족한 2%를 채워줄 기술들이 개발하고 있다.
또한 필리핀이나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나라들은 영어를 공용화 했어도 경제력이나 문화적인 측면을 볼 때 우리나라나 일본을 따라오지 못한다. 물론 필리핀과 같은 경우 영어를 공용화 하지 않았다면 관광산업으로 인해 발달할 수 있는 가능성조차 잃어버린 채 아직도 1차산업 시대인 농업사회를로 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무리 관광산업과 세계여러 기업들을 유치한다 해도 민족어가 없고 민족성을 내세울 만한 것이 없을 경우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특성과 개성을 발현하지 못한 채 파도가 휩쓰는 데로 이리 저리 동화되어 버릴 것이다. 이에 비해 프랑스는 영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래서 그들만의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관광산업에 접목시켜 관광산업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제력을 과시하고 있다.
영어 공용화는 힘의 논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힘의 논리란 변하는 것이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영원히 지배할 것처럼 보아 합리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 그것이 애국이라고 주장했던 친일파들도 힘의 논리가 변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만이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가진 자들이 영어의 공용화만이 애국이라는 그들만의 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속해서 우리 사회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의 힘” 또한 언젠가는 변하는 것. 만약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이 된다면 그때는 중국어를 공용화해야 되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의 공용화가 아니라 올바른 영어 교육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영어 교육의 현실을 보면 암담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782시간의 영어 수업을 듣는다. 각종 보충학습, 영어캠프, 영어 관련 사교육 등을 감안하면 영어학습에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0년간, 그리고 대학 4년을 마치고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현실의 근본적인 이유는 독해능력 측정 위주의 평가방식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취업 때에도 지속되다보니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기 위한 말하기와 쓰기 학습이 뒷전에 밀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영어학습에 쏟아 부어도 외국인 앞에서 제대로 된 영어 한마디 사용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하게 만든 데에는 우리나라의 수능 위주의 교육과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섣불리 교육과정을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러한 잘못된 영어교육을 바로잡고 영어를 공용화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학교에서 찾아야 한다. 12년간의 학교생활에서 공교육을 활성화 하고 사교육까지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영어교사의 재교육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불암중학교 2학년 3반의 영어수업 교실에서 홍성현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 오고 간 대화이다. 영어로 묻고 영어로 답한다. 선생님이 45분 수업동안 쉴 새 없이 영어로 말하며 수업을 진행하는데 아이들은 이제 선생님의 영어를 거의 다 알아듣는 눈치다. 질문에 맞추어 대답하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역할놀이에도 참여한다.
, 원어민보조교사의 배치, 학교 내 영어체험프로그램 활성화, 대학의 영어연수프로그램을 확충하는 등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와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영어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분명 소모적인 영어 사교육비를 줄이고, 영어 학습의 양극화를 막는 길임이 확실할 것이다. 5년, 10년의 장기계획 하에 학교 영어교육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 영어교육 역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 학교교육만으로도 세계화시대의 생존기능인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영어교실이야 말로 힘의 논리에 의한 영어 공용화가 아닌 자발적이고도 창의적인 영어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언제라도 힘의 논리가 바꿔 다른 언어의 필요성을 절감할 때 이러한 탄탄한 교육과정을 통해 몇 번이고 다른 언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길이야 말로 진정한 세계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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