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사] - 김시습의 금오신화 - 이생규장전 중심
- 「이생규장전」을 중심으로 -
1. 작가 김시습과
김시습은 세종 17년인 1435년에 태어났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정치적으로는 왕조의 교체기였으며 사상적으로는 불교에서 유교질서 체제로 바뀌고, 문학적으로는 관료적인 문학과 처사적인 문학이 공존하는 과도기였다. 다방면적으로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혼돈의 시기의 김시습은 그리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학은 현실에서 벗어나 소통하고 이상을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고, 이를 통해 자신이 겪은 고뇌를 표현해냈다.
그렇기 때문에 에는 작가인 김시습의 의식과 생각이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하고, 현실에 대한 비판과 이상세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을 반영하는 것은 속 소설들에 나타나 있는 작가 김시습의 모습을 말한다. 「만복사저포기」의 양생, 「이생규장전」의 이생, 「취유부벽정기」의 홍생, 「남염부주지」의 박생, 「용궁부연록」의 한생이 그러하다. 이런 주인공들의 성격과 말, 행동에서 작가인 김시습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재주와 학식이 뛰어나지만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 김시습의 모습이 드러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 주목을 받는 이유 중 또 하나는 한국문학사에 등장한 최초의 소설이라는 점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사문학 연구에 중요한 대상이면서 단서가 될 수 있다.
2. 「이생규장전」에 나타난 귀신과의 사랑
는 조선시대 당대에 이미 일본과 중국에서 출판되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소설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널리 읽힌 작품이 바로 「이생규장전」과 「만복사저포기」다. 이 두 작품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동시에 비극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조선시대의 예학자인 김집이라는 인물이 소설 몇 편을 손수 베껴 만든 전기집이라는 책에도 중 이 두 작품만이 들어 있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위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두 이야기들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남녀의 만남이긴 하지만 평범한 이야기처럼 인간과 인간 사이를 다루고 있지 않고 인간과 귀신의 만남, 인간과 귀신의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생규장전」에서 이생은 최 소저라는 젊고 예쁜 여성을 만나 첫눈에 반했으나 둘의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는 최 씨가 귀신이 된 다음의 전개에서 더 부각된다. 「만복사저포기」의 여자 주인공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미 귀신이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인 양생도 작품 중반에는 그녀가 귀신일 것이라는 눈치를 채지만 그 사실을 묵인한다. 귀신인 것을 문제 삼는 순간부터 둘의 만남은 끝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이생규장전」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면서 특히 인간과 귀신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이야기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사건의 중심이 된다. 또한 남자 주인공들의 삶에 어떠한 결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계기로의 역할을 가진다. 「이생규장전」에서 이생은 전쟁이 일어난 후 적의 수중에 최씨 부인을 남겨둔 채 혼자 도망친다. 그리고 귀신이 되어 돌아온 최씨와 사랑을 이어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이생은 세상과 단절하고 벼슬도 버린 채 그녀와 함께 지낸다. 그것은 아마 사랑하는 여인을 홀로 남긴 채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친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을 것이다. 최 소저가 살아 있을 때 비교적 수동적인 반응만을 보였던 이생은 그녀가 죽고 난 뒤에야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게 된 것 같다.
3. 「이생규장전」에 나타난 여성의 주체성과 정절
「이생규장전」에서 둘의 만남은 어느 날 이생이 우연히 담장 안을 엿보면서 시작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생만 최 소저를 몰래 본 것이 아니라 최 소저 또한 그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서로가 서로의 시선에 포착되었으며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남성이 여성을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남녀 모두가 서로를 보고 호감을 품었으며 이것이 둘의 관계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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