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어학 인물 캐릭터로 본 밀양의 서사전략 신애와 종천을 중심으로
- 신애와 종천을 중심으로
인간은 어디서 희망으로 구원받는가? 영화 의 서사는 신애라는 30대 미망인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플롯이 교차되면서 전개되어간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신애는 죽은 남편이 꼭 살고 싶다는 밀양이라는 지역에 조금은 낭만적인 기분으로 아들과 자신만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희망을 안고 내려온다. 그러던 중 도로에서 자동차가 고장나고, 수리기사를 불러 수리를 하게 되는데 이때 종찬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게 된다. 종찬은 신애를 귀찮게 하는 속물형 인간인 동시에 딱히 얻는 것 없이 지속적으로 신애를 도와주는 순애보적인 인물이기도하다. 그는 신애가 서사전개에서 겪는 희망과 절망의 순환에 계속해서 함께 등장한다.
밀양에 이사와 신애는 첫 번째 절망에 빠진다. 주민들과의 관계가 본인이 생각했던 것만큼 순탄히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도시인만큼 밀양의 주민들은 새로운 이방인을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방어적이었다. 겉으로는 그녀를 받아주는 척하지만 뒤로는 그녀를 비웃는 마을 사람들. 결국 신애는 그 속에 스며들기를 포기하고, 아들과의 단란한 생활을 가꾸는 것에만 노력한다. 그 노력으로 신애는 좋은 땅을 보러 다니며 다시 한 번 희망에 들뜨지만 아들을 납치하여 살해한 웅변학원 원장으로 인해 곧 좌절되고 만다. 그리고 종천은 이 과정에서도 신애와 함께하며 그녀를 계속해서 희망으로 이끌어가려고 애쓴다.
아들이 죽은 후 붕괴되기 일보직전인 신애를 다시 일으킨 것은 종교였다. 교회를 다니며 그녀는 희망과 구원을 얻고 점점 마음의 불안을 다스려간다. 그렇게 종교를 통해 완전히 치유된 듯이 보이는 그녀의 옆에는 여전히 종천이 있다. 그는 신애를 절망에서 최대한 멀어지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그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는 굴하지 않고 신애의 곁을 지킨다. 종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교도소를 간 신애는 자신의 용서가 아닌 하나님의 용서로 마음의 평안을 얻은 살해범을 본다. 그렇게 그녀는 또 다시 절망의 늪에 빠진다. 결국 그 절망은 분노와 증오로 바뀌어 자신이 믿던 신과의 싸움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장로를 유혹하거나 도둑질을 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용서의 표적을 빼앗아간 신에게 일방적으로 복수하려고 하는 등 스스로 몰락의 길을 택한다. 종천은 그런 그녀에게 하루 종일 바람을 맞고, 친구에게 웃음거리가 되었음에도 정신 차리라며 유일하게 모진 말을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애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손목을 긋고 신애는 밖으로 나가 도움을 청하지만 피를 철철 흘리는 그녀를 사람들은 피하고 신고만 할 뿐 직접적으로 도우려 하지 않는다. 지금껏 적극적으로 그녀를 도왔던 종천과 대비되는 모습들이다.
결국 그녀는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가 퇴원하게 된다. 그리고 머리를 자르러 들어간 미용실에서 신애는 살해범의 딸 미림을 마주하게 된다. 미림은 아버지의 죄로 신애에게 여전히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신애는 그런 미림이 불편한 것인지 머리를 자르다 말고 미용실을 뛰쳐나간다. 반만 자른 머리로 길을 가던 신애는 영화 초반에 인테리어 조언을 해주었던 옷가게 주인을 만나고, 조언대로 화사하게 인테리어를 바꾸었다는 옷가게 주인과 대화를 나누며 퇴원 후 처음으로 큰소리로 웃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놓고 스스로 머리를 마저 자른다. 결국 영화는 도입부에 나왔던 음악과 햇살을 보여주며 희망적인 분위기로 마무리 된다.
은 희망과 절망의 서사로 이루어진 교차플롯이다. 또한 이창동 감독이 말했듯이 은 종교영화가 아닌 구원은 땅에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신애는 미용실을 나와 여전히 하늘을 노려본다. 이는 아직도 신애가 신이라는 존재에게 분노를 품고 있음을 시사한다. 때문에 신애가 스스로 머리를 자르는 장면은 그녀가 하늘이 아닌 스스로 희망을 찾고 구원받겠다는 의지가 보여 진다. 여기서 빼먹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종천이다. 그는 회장에게 아첨을 하고, 이익을 챙기는 사회의 전형적인 인물이지만 신애를 구원의 길로 이끄는 가장 중점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자동차 고장으로 길 위에 방치되었던 신애를 구해준 인물도 종천이고, 좋은 땅을 살 수 있도록 소개시켜주는 인물도 종천이다. 그리고 신애가 직접 교도소로 면회를 가서 살해범을 용서하고자 했을 때 마지막까지 그녀를 말렸던 인물도, 신애의 퇴원에 꽃을 선물한 인물도, 마지막으로 신애가 신에게서가 아닌 스스로 구원을 찾는 장면에서 마저 그녀를 도와 거울을 들어주는 인물도 종천이다. 영화는 끝나기 전 버려진 페트병과 구정물들이 고인 마당 구석을 비춰준다. 그리고 그 위에 한 줄기 빛을 보여주는데, 이는 사회의 속물로 비춰지던 종천이 실제 신애의 삶에 구원을 주는 ‘밀양’이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라 본다. 결국 은 우리 사회에서 속물이라 비웃음거리가 되고 멸시받는 이들도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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