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학 김용 소설 원작 왕정 감독의 영화 의천도룡기 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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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인문과학 김용 소설 원작 왕정 감독의 영화 의천도룡기 에 대하여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김용 소설 원작, 왕정 감독의 영화 “의천도룡기”에 대하여
1. 들어가며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든 영화들을 볼 때는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먼저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은 소설의 내용을 어떻게 영상으로 옮겼을까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런데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그 완성도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자세히 묘사, 서술된 소설을 2시간 내외인 영화에 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원작 소설이 책으로 몇 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물론 흥행 수익에 따른 면도 있겠지만,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을 몇 편에 걸쳐 영화화한 것을 보면 아무리 함축하여 잘 표현한다고 해도 영화로 옮기는데 충분한 분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소설 내용을 충실히 영화로 바꾸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편 소설이라 해도 그 중에 짧은 에피소드나 작은 소재를 찾아서 창의력을 보태 영화화하는 경우도 있고 아주 짧은 이야기라도 살을 덧붙여 영화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지금부터 살펴 볼 이연걸 주연의 “의천도룡기”는 이렇게 소설을 충실히 옮기거나, 아니면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법, 둘 중 어느 부분에서도 조금 아쉬움을 남긴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영화 “의천도룡기”가 남겼던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2. 김용의 무협소설을 영화로 만들기
“의천도룡기”의 원작자인 김용은 무협 소설에 있어서 독보적인 대가이다. 그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김용은 유가의 경전에 통달하고 노자와 장자의 철학은 물론 불경에도 심취하여 이를 소설에 담아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협이라는 장르 때문에 문학적 가치에는 논란이 있겠지만 김용의 소설만큼은 흔히 만화책 정도로 생각하는 무협지들과는 차별을 두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일반적인 무협소설의 단순한 복수나 권선징악의 스토리와는 달리 다양한 인물상을 묘사하고 국가와 민족, 그리고 개인의 일생에 대한 성찰을 내포하는 것이 김용 소설의 특징이다. 이런 점에서 김용 소설을 영화로 만들 때는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보통 무협 영화라 하면 빠른 템포에 유머와 재치를 섞어 관객에서 최대의 시각적 효과를 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눈으로 볼 수만 없을 뿐 독자의 상상력을 이끌어 내어 머릿속에 시각적 효과를 주는 무협소설과 상통하는 부분으로 무협이라는 장르만이 주는 재미이다. 왕정 감독의 “의천도룡기” 역시 이연걸이라는 무술 연기에 있어서는 최고인 배우를 등장시켜 관객에게 최대의 시각적 효과를 주기 위한 영화일 것이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주인공 장무기가 고수로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조연들의 유머와 위트까지 어쩌면 흥미를 이끌기 위한 요소는 모두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왕정 감독이 간과한 부분을 찾아낼 수가 있다. 바로 “의천도룡기” 소설이 김용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소설을 감명 깊게 읽었던 이들은 무협이 주는 재미 외에도 김용의 작품만이 갖는 깊이와 철학 그리고 인생관을 잊을 수 없다. 영화에도 단순한 재미만이 아니라 바로 이런 느낌을 표현해 주길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왕정 감독의 “의천도룡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너무 가볍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예로, 소설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장무기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이다. 사람들에게 해를 당하고 울분을 참으며 성장하면서도 앙칼진 마음을 품거나 복수의 화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심을 넓고 조금은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커가는 것이 장무기이다. 김용이 그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마도 선과 악을 나누는 이분법이 아닌, 이익에 눈이 먼 사람 들 조차도 세상의 이치이거니 생각하고 포용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면, 부모의 자결을 목격하고 사형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장무기가 후에 절세무공을 얻고 이제 자신도 강자라는 것을 교만하게 외치는 장면은 소설과 너무도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또 다른 부분은 장무기가 명교의 우두머리가 되어 원나라에 맞서는 과정이다. 아무리 소설의 세세한 내용을 영화에 담을 수 없다 해도, 이 갈등 구조를 포함하고 싶었으면 적어도 어느 정도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갑자기 조민과의 대결에서 원나라의 元자를 새기고 명교의 明자로 맞받아치는 장면은 무엇인가 부족해 보인다. 이런 장면들에서 볼 때 감독은 이연걸을 대표로 한 가볍고도 박진감 있는 전형적인 무협영화를 추구하면서도 소설 원작을 조금씩 살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스토리의 흐름을 망치는 것을 물론, 마치 ‘관객들이 모두 소설을 읽어 봤을 테니 이 정도로만 표현하고 넘어가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태도로 느껴진다. 만약 김용 소설만의 철학과 깊이를 영화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면 창의력을 동원한 새로운 시도는 어땠을까.
3. 새로운 이야기의 창조
김용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중에 “동방불패”와 “동사서독”이 있다. 완전히 다른 느낌과 묘사 방법의 영화이지만 김용 소설에서 작은 소재를 채택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TV 연속극으로 만들어도 보통 30-40부가 족히 나오는 장편 소설의 특성상 그 전체를 영화로 만들기 보다는 작은 소재를 골라내는 것은 아주 좋은 시도로 생각된다. 동방불패는 실제 “소오강호” 소설에서는 몇 줄의 언급 외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며, 영화 “동사서독”의 줄거리는 등장인물만 소설에서 따왔을 뿐, 전혀 새로운 이야기이다. 영화를 평가함에 절대적인 기준을 없겠지만, “동방불패”는 대단한 흥행으로 동시대 무협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고, “동사서독”은 왕가위 감독다운 난해한 대사와 어두운 영상미를 십분 표현한 작품이다. 아마도 소설 원작에서 따온 소재가 갖는 안정성과 탄탄함에 새로운 스토리의 창조라는 신선함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왕정 감독이 정말 전형적인 흥미를 추구하는 무협영화를 만들어 많은 관객을 이끌고 싶었다면 이런 새로운 스토리의 창조에 한번 도전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느껴진다. 이 영화의 완성도를 보면 더욱 더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영화의 처음 도입부에서, 감독은 간략한 화면과 빠른 내레이션 설명을 통해 의천검과 도룡도의 내력과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