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칸트의 이론적 고찰
▶ 선의지와 의무
칸트의 도덕법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통적인 윤리학자의 목표라고 볼 수 있는 최고선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칸트는 다음과 같이 말함으로써 자신의 논의를 시작한다.
"이 세계 안에서, 아니 그 밖에서조차 우리가 무제한적으로 선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선의지(Good will)뿐이다."
이는 『도덕철학서론』의 서문에 나온 문장으로 순수한 의미의 도덕성을 묻는다. 선한 의지가 선한 이유는 선한 의지가 우리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이 아무리 많은 일을 이루었다고 해도 그의 마음에 선한 의지가 없다면 그는 무가치한 인간이며 멸시받아 마땅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리 가진 것이 없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마음속에 양심과 선한 의지가 있다면 그는 고귀하고 가치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의지란 무엇인가? 선의지는 인식이나 감정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욕구이다. 또한 어떤 관념에 따라 관념의 대상을 욕구한다는 점에서 단지 관념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이성과 다르다. 칸트에게 있어 선의지는 일종의 의무감이다. 그에게 의무감은 하기 싫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해야만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다.
▶ 준칙과 법칙
칸트가 말하고 있는 원칙 또는 법칙이란 바로 도덕법칙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 그가 말하는 도덕법칙은 과연 무엇인가? 만약 그것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무엇에 대한 의무인지 모를 뿐만 아니라 선의지조차도 공허한 개념이 된다. 칸트에 의하면 도덕법칙이 일종의 법칙인 이상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그것은 특히 행위의 법칙이기 때문에 인과율이 모든 현상에 적용되는 것처럼 도덕법칙은 인격을 갖춘 모든 이성적 존재자의 행위에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도덕법칙은 자연법칙과는 달리 인간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의무감, 즉 도덕적 당위를 규정해야 한다.
▶ 도덕법칙과 자유와의 관계
만약 인간이 단순한 동물에 불과하다면 무엇을 해야 한다는 표현은 무의미할 것이다. 충동에 따라 먹고 마시고 움직이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나 말에게 무엇을 기대할 뿐이지 의무를 부과하지 않으며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그러나 인간에게만 이러한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근거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것이 남의 것일 때는 음식을 먹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한 능력은 이성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의 의지(실천이성)가 갖고 있는 자유에 기인한다.
칸트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욕망과 자의를 벗어나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본다. 이로부터 그는 인간의 순수한 선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하는 존재가 이성적인 존재라고 본다. 즉, 그에게 있어서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는 선한 것이요, 때문에 도덕적이다. 그는 더 나아가 인간의 의지가 인간 자신의 이성의 인도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책임이요 의무라고 주장한다. 자유의 의무 성격은 그가 그것을 정언명령이라고 부름으로써 더욱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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