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철학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의 『단순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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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영화와 철학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의 『단순한 열정』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의 『단순한 열정』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의 작품 세계를 정의하는 그녀는 1991년 연하의 유부남인 동구권 대사관 직원과의 불륜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단순한 열정』을 출간하였다. 그와의 사랑에 대한 집요한 증언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소설은 70여 페이지 남짓의 짧은 소품임에도 불구하고 출간 직후 프랑스 문단에 센세이션을 몰고 왔다.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는 것, 사실적이고 다소 선정적인 묘사 등이 가십을 즐기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화두가 되었겠지만 이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그러한 가십성 다분한 에피소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미칠 듯한 사랑의 잔해를 견디고 줄곧 살아야 하는 개인의 비애를, 기억을 곱씹으며 또한 희석시키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작가 자신이 온몸으로 겪어낸, 사랑에 대한 다큐멘터리적 기록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나의 연애사까지 헤집게 만드는 그 집요한 ‘자기 관찰’에, 한참 그 사람과 사랑을 나눈 직후에 환희와 불안을 동시에 안고 써내려간 메모의 숨막히는 실제감에 아연해졌다. 또한 그 정상의 궤도에서 한참을 빗나간 열정이라니.
‘어느 날 밤, 에이즈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내게 그거라도 남겨놓았는지 모르잖아.’’*
대사관 직원의 신분으로 프랑스에 온 동구권 남자 A는 ‘나’와 1년 여 아내 모르게 밀애를 즐기다 모국으로 돌아간다. 나는 A가 떠난 후, 열애 중의 초조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통을 맛본다. ‘...새벽 두시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났다. 내가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온몸이 아파왔다. 나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고통은 도처에 있었다. 차라리 방에 강도라도 들어와 나를 죽여주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단순한 열정』은 실연의 아픔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조차 안절부절 못하는 병적 징후, ‘그의 존재 혹은 부재’만을 인식하는 집착의 상태도 함께 관찰하고 있다. ‘나는 얼음을 가지러 부엌에 들어가서 문 위에 걸려 있는 벽시계를 쳐다보며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 “이제 한 시간......” 혹은 “한 시간 후면 저 사람은 가고 나만 혼자 남게 되겠지” 하는 말들을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도대체 현재란 어디에 있는 걸까?” 하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나는 나를 관통하여 지나가는 시간 속에 살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없어서 고통스러울 뿐이라면, 그와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온전한 행복 속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차가 집 앞에 멈춰 서고, 다시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의 몇 시간 동안에도 충만한 현재를 느끼지 못한다. 이 ‘나’의 사랑은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는 걸까. 왜 ‘나’는 그가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외에는 불안을 거두지 못하는 것일까.
매저키즘적인 복종의 사랑
에리히 프롬은 그의 대표작 『사랑의 기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생적인 결합은 임신한 어머니와 태아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생물학적인 유형을 띤다. 그들은 둘이지만 아직은 하나이다. 그들은「함께(공생적으로)」살지만, 단 서로를 필요로 한다. 태아는 어머니의 일부분이며, 또 어머니로부터 필요한 모든 것을 받는다. 어머니는 태아의 모든 세계이며, 또 어머니는 태아를 양육하며 보호한다. 그러나 어머니 자신의 생명도 또한 태아로 인하여 강화된다. 「정신적」인 공생적 결합에 있어서의 두 몸은 독립적이지만, 심리학적으로는 같은 종류의 애착심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