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미완의 시대를 읽고
에릭 홉스봄은 20세기의 역사를 삶으로 체험했던, 마주 대했던 역사학자이다. 그의 삶은 20세기의 역사와 분리해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완의 시대는 그러한 그의 삶에 대한 회고록인 동시에 그의 삶을 이야기 하자면 자연히 나올 수 밖에 없는 역사에 관한 책이다.
미완의 시대를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에릭 홉스봄의 상상치 못할만큼 뛰어난 기억력이었다. 자신이 살았던 곳, 다녔던 학교와 만났던 사람들에 관한 것들이 역사와 얽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생생하게 쓰고 있는 그의 글을 보자면 거의 한세기가 다 되가는 과거의 일이 맞는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이 점만 보더라도 그는 뛰어난 역사가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20세기에 일어난 수많은 역사적 일들을 직접 겪고 그것을 연구하는 역사가로서 그는 그의 연구를 결코 표면적인 것들이나 역사적 사건에만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의 개인적인 역사와 사건, 체험들의 기억을 통하여서 역사를 이해하고 그것이 미친 영향을 자신의 삶에 비추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이러한 그의 특징을 잘 살려 자서전을 엮어가고 있다. 책에서는 챕터마다 20세기를 관통한 한 개인으로서의 역사를 기록함과 동시에 역사의 흐름과 사건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역사적 배경에서 어려웠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몇 달이 바이마르의 종식과 대공황의 영향으로 매우 힘들었던 이야기, 공산당의 활동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었을 때 선거 운동에 나섰던 이야기 등 그의 개인적 역사는 20세기의 중요한 사건들과 매우 관련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통해서 개인적인 삶이 결코 역사와 무관할 수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역사의 흐름, 역사의 범주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인간에게 관심없는 아이, 인간보다 새에 대한 관심이 더 컸던 아이, 세상사에 유난히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아이였던 홉스봄이 역사학자가 된 것도 20세기가 시작되는 때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 역사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겪은 삶과 20세기의 현실 사이의 명백한 모순에 놀랄 정도로 많은 행복을 누렸다는 그의 말처럼 그 속에서도 자신의 노력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도 또한 발견할 수 있다.
개인의 삶도 역사의 흐름에 지배당한다는 맥락에서 홉스봄이 올바른 가치를 내걸고 악의 무리와 정면 대결을 벌였던 1930년대를 회상하면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섰던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8장 반파시즘과 반전투쟁을 보면 그는 요즘 사람들은 세상 일에 대해서 예전의 우리와 똑같은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도 우리하고는 달리 자기들의 의분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좌절감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홉스봄의 날카로운 지적에 대해서 나의 삶을 돌아보았다. 사회의 부조리를 느끼지만 정면으로 대항해 본적도, 아니 그것에 대해 깊게 사유해본 적도 없던 모습이었다. 나의 삶이 역사와 사회의 흐름에 의해 지배당한다면 부조리한 것들과 악의 무리에 대해서 홉스봄처럼 정면으로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마땅하며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홉스봄은 평생을 공산주의자로 살았다. 그런데 사실 책을 읽으면서 공산주의자로 평생을 살았던 그에게 약간의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는 진정으로 공산주의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그 답을 책에서 찾아보려고 했으나 그가 공산주의가 된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시원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왜 공산주의자가 되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내려면 진땀이 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젊었을 때 자신이 쓴 글을 인용한 부분을 보면 “사회주의 세상이 왔다고 해서 모든 걱정과 슬픔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실연과 상심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거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다는 순간 아픔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그가 끊임없이 더 좋은 사회를 추구하고 그것을 향한 그의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주의에 대한 확신은 느껴지지 않는다. 뿐만아니라 친구들도 대부분 떠난 당에 왜 남았는가에 대한 물음에 파시즘과 싸울 뿐 아니라 세계 혁명을 위해 싸운다는 의미에서와 성장한 곳의 풍토와 혁명운동에 투신한 시기의 이유로 공산주의를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개인적 감정으로 공산주의자로 산다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성공함으로써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는 자존심의 문제로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봤을 때 그는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음과 사회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공산주의자로 산 것은 감정적인 면이 많지 않았나 싶고 그가 자본주의를(특히 기업에 의해, 부자에 의해 사회를 꾸려나가려는) 비판하는 과정에서도 비판 뿐 아니라 그가 지향하는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