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와 인권 - 크로싱 영화 감상문
반세기 동안의 분단으로 말미암아 하나였던 나라는 이제 그야말로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되어버렸다. 물론 가장 많이 다른 점이야 국가체제나, 이데올로기 등이겠지만 그에 앞서 가장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두 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아닐까 싶다. 남한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 우는 엄청난 성장으로 이제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크게 손색없는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국제적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북한주민들의 생활은 비참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북한주민들의 비참한 생활과 그 처절한 운명을 작품화하여 그들의 훼손된 인권을 낱낱이 드러내었다. 영화에 비쳐진 그들의 삶의 모습은 한마디로 충격적이었으며 그것이 조금의 과장도 없는 바로 북한 주민들의 현주소라는 사실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북한 함경도 탄광마을에 아버지 용수, 어머니 용화 그리고 열한 살 아들 준이는 넉넉하지 못한 삶이지만 함께 있어 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용수는 힘든 탄광 일을 마치고 와서도 아들 준이와 함께 공놀이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고, 옆집 미선이네로 놀러가 남한 방송을 몰래보는 즐거운 낙도 누린다. 이처럼 영화초반 그려진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비록 남한에 비해 열악하기 그지없지만 그 속에서도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그렸다. 부족할 지라도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순수한 주민들의 모습에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가지겠다고 욕심 부리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허락지 않은 곳에서, 성경을 소지하고, 남한 방송을 보던 미선아버지가 당 간부에게 적발되어 그 가족이 모두 처벌을 받음에 용수와 준이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그들의 가족에게도 어둠의 그림자가 다가왔으니 어머니 용화의 폐결핵이었다. 더군다나 어머니 용화는 둘째를 임신 중에 영양실조까지 겹쳐 당장 약을 쓰지 않으면 안 되기에 용수는 아들 준이에게 엄마를 잘 지키라는 부탁을 하고 가족을 위해 약과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중국으로 목숨 걸고 탈북을 결심하고 길을 떠나 중국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어느 정도 돈을 모았지만, 공안의 습격을 받아 도주하다 그만 모은 돈을 모두 잃어버리고 용수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
반면 용수가 없이 단 둘이 생활하던 준이와 용화는 점점 생활이 어려워지고, 결국 용화는 결혼반지를 준이에게 주고 죽음을 맞이한다. 혼자가 된 준이는 그 때부터 떠돌이 생활을 시작하고, 이들 부자의 잔인한 엇갈림은 그렇게 시작된다. 준이는 온 재산을 털어 만든 돈으로 여기저기 떠돌다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게걸스럽게 주워 먹는 미선과 마주치고 준이는 충격을 금치 못하며, 가진 돈으로 음식을 사주고, 신발도 사주며 둘은 함께 한다. 그러나 아빠를 만나기 위해 탈북을 시도하던 중 둘은 군인에게 적발되고 수용소로 끌려가서 강제 노동을 하던 미선은 결국 숨을 거두게 되고, 준이는 또 다시 절망감에 빠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은 얼마나 슬픈가?,,, 굶어죽는 엄마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슬픔과, 사랑하는 사람이 강제노동으로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절망감,,, 분명 그것은 배고픔과 고단함을 능가하는 최고조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한편 모든 돈을 잃고, 절망감에 빠진 용수는 어느 날 인터뷰만 해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아무것도 모른 채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가족과 헤어지는 영원한 탈북의 길이었고, 다시 돌아가겠다는 용수는 반강제로 한국으로 오게 된다. 남한에서 윤택한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용수는 두고 온 가족들의 걱정에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용수가 목숨을 걸고 탈출한 궁극적인 이유인 아내의 폐결핵 약을 약국에서 사려는 용수에게, 약사는 ‘이런 약은 보건소에 가면 공짜로 줘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순간 용수의 눈은 초점이 흐려지면서,‘약을,,, 공짜로,, 준다는 말입니까?’하고, 되뇌인다. 북한에서는 목숨을 걸고 탈출하면서까지 구하려던 약이 남한보건소에서는 공짜로 주고 있다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슬픈 현실인가? 그렇게 약을 구한 용수는 브로커를 통하여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다가 아내의 죽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불공평해도 되는 겁니까? 하나님은 잘 사는 나라에만 사는거 아닙니까? ” 용수의 고함소리는 너무나 다른 극명한 현실 앞에 나의 가슴 또한 먹먹하게 했다.
하지만 아직 찾아야 할 아들이 있는 용수는 다시 브로커를 통하여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수용소에 있는 아들을 꺼내 몽골을 통해 아들과 만날 계획을 추진하며, 그렇게 계획은 순조롭게 이루어져 몽골까지 단숨에 날아왔건만 검수과정에서 아들에게 줄 비타민을 마약으로 의심받고, 설상가상으로 여권까지 잃어버린 용수는 그 곳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임시여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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