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결코 피할 수 없는 야스쿠니 문제를 읽고서
야스쿠니 문제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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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은 역사적인 문제를 놓고 본다면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역사왜곡, 독도문제 등을 통해서도 외교적인 마찰을 겪고 있다. 이걸 놓고서 이야기를 나누면 결론적으로 전범국가인 주제에 반성도 하지 않고 에라, 이 나쁜 놈들 이란 말을 꺼내면서 일본이라는 국가, 국민들에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런 문제들을 가지고 양국의 네티즌들은 특정 날짜가 되면 서로에게 사이버테러를 벌이기도 한다(대표적으로 디씨인사이드 vs 2ch).
두 나라는 역사 문제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인 한국으로서는 일본이 마땅히 반성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01년 고이즈미 전 총리(신사 참배가 위헌이라고 했음에도 용케도 참배를 한걸 보면 참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 사람이다.)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에 대해서도 당연하게 비난했다. 그런데 물의를 일으켰던 야스쿠니 신사의 그 뜻은 나라를 평화롭게 한다는 의미인데, 하는 짓이 정반대의 행로를 달리고 있다. 이 신사에는 전쟁을 일으킨 전범들과 어이가 없게도 징병으로 끌려간 당시 식민지 나라의 병사들도 모셔져 있다는 점이 이상했다.
지난 시간과 마찬가지로 잘못을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은 독일하고는 좀 달랐다. 이 책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를 가지고 전범국가인 일본은 비판하고 있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어떻게 해서 생길 수밖에 없었나를 이야기 해주었다. 신사참배? 안하면 그만이라고 하는 수준의 일이 아니었다. 이 문제는 종교, 정치 등등 각종 문제가 뒤범벅된 복잡한 것이었다. 이 문제를 통해서 국가가 꼭 전지전능한 신처럼 보였다. 국가가 위기상황에 처할 경우 국민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 많은 방법을 쓴다고 하지만, 일본은 그 정도가 지나쳐서 광기로 보일 정도였다.
나는 일본이 전쟁당시에 벌였던 일들 중에서 가장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가미가제와, 지난번 답사를 갔을 때 봤던 자살보트, 그리고 죽은 자녀들을 향한 어머니들의 태도였다. 분명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다는 사상은 한국에서도 타국에서도 있을 법한 일이다. 독립운동가나, 한국전쟁 당시 자국의 수호를 위해 참전한 한국의 군인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시민운동가들도 이러한 생각을 품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일본은 광적으로 국가에 충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책에서도 천황과 국가에 의해 사용될 아이를 마땅히 바쳐서 기쁘다고 말하는 어머니들이 있었다. 국가가 한순간이라도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그들이 이야기 하는 어느 부분에라도 원망, 미움, 슬픔은 없었다. 하도 황송해서 그런 걸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미친 거 아냐?”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들에게 천황은 신과 같은 인물이었으므로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이데올로기(?)를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던 것은 국가다. 한국이 반공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국민들을 하나로 단일개체로 묶어서 통제를 가해왔다면, 일본도 천황을 신으로 여기는 사상을 국민들에게 가르치고 주입시킴으로써 자식들을 사지로 모는 것을 당연하게 혹은 기꺼이 해야만 하는 의무로 여겼던 것 같다. 자식들은 죽어서 신이 되어 신사에 모셔질 테니까 말이다. 여기서 국가가 개인의 감정을 이렇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국가는 정치에 의해 돌아간다. 정치가 어느 방향을 지향하느냐에 따라서 전쟁을 비판할 수도 옹호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경우에도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대상이 전쟁을 일으킨 주요세력이라는 점이 문제이고, 신사에 들어가 있는 신주 중에서 전쟁전범을 떼어낸다고 하더라도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야스쿠니 신사가 애물단지로 보였다. 설령 전쟁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기념관을 만든다고 해도, 저자는 국가 정치에 휩쓸려버린다면 이 역시 제 2의 야스쿠니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그런 일은 없어야 할텐데!).
이 책을 읽고서 지난 시간과 마찬가지로 여과기 없이 받아들이는 사상이 인간을 극단으로 몰아세웠는지를 알았다. 국가의 세뇌 비슷한 가치관으로 인해 국민들이 무조건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원인에는 국민들의 무지함에도 그 책임이 있다. 잘못된 역사인식과 어설픈 논리로는 안한 것만도 못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우리 한국에서도 영령을 현창하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는데다가, 현충일에나 6.25 전쟁이 빨간날인것도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한 방법일 텐데, 그렇게 평화를 외치면서 왜 우리는 한국전쟁이 끝난 날을 기념하지 않는 걸까, 불의에 맞서서 제대로 목소리를 높였는지도 의문이 든다. 오히려 우리도 국가보다 더 큰 권력에 고개를 숙이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최근의 한미 FTA가 날치기 통과되는 동안 시민들 몇 명이 들고 일어섰는지, 40년 전에 일어난 베트남전쟁에 대해서도 그 나라의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사과 및 반성은 했는지,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도 그저 미국의 종처럼 끌려간 건 아니었는지, 미군에 대한 범죄를 묵인하고만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들의 허물에 대해서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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