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안식 아브라함 헤셸
「안식」 / 아브라함 헤셸
이 책을 읽어나가는 가운데 무엇인가 끊임없이 내 안에서 나를 찌르는 것은 지금껏 신앙생활을 하면서, 더 나아가 목회자 훈련의 과정을 거쳐 오면서 형성된 성경, 신앙, 신학, 영성 등에 대한 많은 부분에서의 오해와 착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된 개념들이 내 안에 너무나도 많이, 또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자리 잡고 있고, 그러한 개념들은 나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개념들 중 하나가 물질(물성, 공간 등)과 시간,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관계 등에 관한 부분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는 ‘시간’이라고 하는 것을 괴물로 여기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세월 참 빠르다’, ‘시간 참 무섭다’ 등의 말을 수시로 내뱉으며, 그렇기 때문에 시간에 대해서는 등을 돌리고 공간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나의 모습… 결국엔 달성하지도 못할 목표들을 향해서 쉼 없이 전진만을 외치는 거의 대부분의 현대인들의 모습이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시간에 대한 가치 정립을 새롭게 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만 시간을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영성생활의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말은 가히 충격이었다. 지금껏 나는 어떠한 이유에서,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영성생활, 또는 경건생활을 지속해오고 있었는가? 혹시나 사역자로서, 목회자로서 풍부한 지식을 축적하여 그 지식으로 말미암은 내가 속한 공간에서의 성공을 추구하며 살아오진 않았는가?
냉정하게 돌아보니, 나에게는 ‘거룩한 순간들’을 마주하고자 하는 목적이 배제되어 있었으며, 그러니 자연스럽게 경건의 능력보다는 경건의 모양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 같다. 하나님의 영적인 현존 앞에서 맞이하는 거룩한 순간들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감화가 내 안에서, 내 삶에서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고, 결국 시간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영원한 것의 위대함을 늘 인식하는 가운데 살지 못했기 때문에 나의 영적인 삶이 성숙보다는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이 세계를 오직 시간의 관점으로만 보자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공간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둘 가운데 어느 하나를 간과하는 것은 일부를 보지 못하는 것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의미’의 측면이다. 하나님에 의해서 지은 바 되고 보낸 바 된 우리의 삶이 진정 의미 있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늘 발버둥 치며 좇아가서 차지하려고 하는 사물이, 또는 공간이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이, 또는 시간이 우리의 삶과 우리가 추구했던 사물 자체에 의미를 부여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시간의 대한 개념이 철저하게 성서에서 기초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과 삶의 지침 및 교훈으로 따르는 성서의 관점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고, 이 세계를 근본적으로 이루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서의 관점은 무엇인가? “시간은 적어도 공간이 가지고 있는 것과 동등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 자체의 의의와 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질, 물성, 공간을 그 자체로서 실재라 말하는 우리의 관점이 아닌, 실재를 물성과 동일시하지 않으려는 세계관, 다시 말해서 왜곡되지 않은 세계관이 바로 성서의 관점인 것이다.
성서의 관점에 대한 바른 이해 가운데에서만이 우리는 성서를 바로 해석할 수 있고 바로 해석한 말씀을 제대로 선포할 수 있다. 토라를 중심으로 하는 구약성서의 기본 전제라고도 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사유들에 대해서 바로 인식할 때에만이 온전한 말씀 사역을 감당할 수가 있다. 따라서 성서 세계의 히브리인들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겼느냐 하는 것은 오늘날의 성경을 보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유대교는 시간의 성화를 목표로 삼는 시간의 종교다. … 모든 때는 저마다 유일하며, 그 순간에 주어진 하나밖에 없는 때이며, 비할 수 없이 귀하다.” 우리는 공간 속에서가 아닌 시간 속에서의 거룩함을 경험해야 한다. 영적인 현존 앞에서 마주하게 되는 거룩한 순간들, 성스러운 순간들을 날마다 성화해나가는 참 영성을 소유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시간에 대한 가치 재해석의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손은 이 세계에 속해 있지만, 우리의 영혼은 누군가 다른 분의 것이다.” 즉 우리는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원하신 하나님… 영원은 공간 속에서가 아닌 시간 속에서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시간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영으로 채울 줄 아는 자만이 영원을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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