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현대적 시각에서 바라본 흥부전
유아기 시절에 접했던 흥부전은 단순히 재미있게 듣던 전래동화였다. 그 시절엔 한글도 몰랐으니 동화를 접할 때 할머니 혹은 어머니의 말씀을 듣거나, TV, 라디오 등을 통해 이야기를 보고 듣곤 했었다. 그 시절에는 작품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었다. 인물들을 선인과 악인으로 나누고, 철저한 악의 이분법 구조를 적용하여 인물들에 대해 바라보았다. 먼저 작품을 볼 때 등장인물들을 보고, “저 사람은 착한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라고 구분을 지어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에 흥부전에 등장한 인물들을 구분할 때 놀부는 철저한 악인이었다. 또한 흥부는 착한 사람이고, 흥부의 무능력한 태도 등을 파악하지도 못했다. 하긴 어린 시절에 무슨 경제관념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겠는가?
어린아이의 생각 속에는 현대소설처럼 등장인물의 성격이 전형적이지 못하고, 선악을 구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경우를 보았다면 혼란에 빠질 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고전소설은 어린아이가 인물에 대해 이해하기 편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제 스물 한 살, 현대 사회에서 바라본 흥부전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소설에 등장하는 흥부와 놀부를 보면 놀부는 부자, 흥부는 가난한자로 등장한다. 이들의 경제적인 생활들을 살펴보면 현대와 비슷한 경제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현대에는 돈을 많이 가지고, 부를 많이 축적한 사람은 점점 더 부자가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놀부 또한 기존에 물려받은 재산 위에 구두쇠 역할을 하면서, 점점 재산을 불려나간다. 반면 흥부와 같이 극빈한 계층들은 아무리 돈을 벌려고 애를 써도 쉽게 돈을 벌 수가 없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물질이 없는데다가, 돈을 벌려고 해도 직업을 쉽게 구할 수 없다. 육체를 많이 사용할수록 힘든 직업이라는 점을 볼 때 흥부는 밤낮 육체를 사용하여 일하는 힘든 직업을 구해서 일을 한다. 그러나 재산증식은 전혀 하지 못하고 하루 하루를 비참하게 살아간다. 이러한 면들을 보아도 극빈한 계층은 많은 힘들게 돈을 벌려고 애를 쓰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알 수 있다. 또한 흥부의 가정을 보면 현대시대에 가난이 자식들에게 세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흥부는 무책임하게 아이들을 많이 나아 기른다. 가난에 허덕이다 보니 먹고살기 너무 바빠 자식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다. 넉넉하게 산다면 자식들에게 학문도 가르치고, 먹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옷도 큰 이불을 뚫어서 함께 입게 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흥부가 만약 제비의 도움을 얻지 못했다면 그들의 가난은 세습되고, 자식들 역시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는 현대사회에 일어나는 가난 세습과 비슷하다. 가난한 집안의 자식들은 많이 배우지 못하고, 또한 힘들게 살아가며 부모와 비슷한 생활을 해나가는 일이 많다는 통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렇듯 흥부전에 나타난 시대의 현상은 현대 시대에 나타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현대의 물질 만능주의 시대를 결말부분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에는 흥부의 선행으로 인해 제비가 보은박을 물어다 준다. 제비가 물어다 준 박에서는 각종 ‘물질문명’들이 쏟아져 나온다. 첫 번째에 나온 각종 약을 가진 동자들은 이 약을 팔아 돈으로 바꾸라고 한다. 또 두 번째에 나온 각종 세간붙이들, 세 번째로 나온 금은보화, 네 번째로 나온 집 짓는 장인들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박을 타면서 흥부의 극빈한 생활은 청산된다. 이러한 결말에서 현대에서 추구하는 경제구조인 물질만능주의를 엿볼 수 있다. 바로 돈이면 무엇이든지 해결되는 사회이다. 흥부도 돈으로 인해 모든 가난과 고통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현대와 조선시대를 비교해 보면 경제구조에서 다른 점들이 많았다. 어느 시대이던 돈이 많으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는 양반이 중심이 되는 시대였고, 양반들은 물질, 돈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을 부덕한 일이라 생각했었다. 여기 등장하는 흥부는 배운 인물이다. 흥부가 가끔 하는 말에는 유교적 사상들이 담긴 말들이 있고, 한문 또한 익힌 사람으로 그려진다. 조선시대에 한문을 아는 사람들은 양반계층이 아니고는 힘들었다. 흥부 또한 가난하게 살지만 양반이었는데 나중에 박 속에서 금은보화가 나오자 가난한 생활을 완전히 청산하고,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양반의 태도인, 물질에 관심을 두지 않는 태도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과연 조선시대 양반에게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는가?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현대시대에는 잘 들어맞는다. 많이 배운 사람이건 적게 배운 사람이건, 돈만 많이 있으면 사회적 신분 상승이 가능한 현대사회에서 흥부와 같이 돈을 많이 가지게 되는 인물의 삶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만 한 성공한 삶이라고 볼 수 있다.
흥부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현대적 관점에서 바라보자.
먼저 놀부에 대해 살펴보자. 놀부는 돈과 관련된 것에 너무 큰 집착을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잘 사는 것을 보면 심술이 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욕심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이 잘 살면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놀부의 경우는 그 도가 지나치다. 놀부의 심술 또한 매우 심한데 이러한 놀부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놀부가 심술을 부리긴 하나, 놀부의 태도를 보면 악(惡)이라고 생각할 만한 요소를 찾아보긴 힘들다. 놀부가 직접적으로 나쁜 마음을 품고 사람들에게 해를 가한 일이 없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작가가 놀부의 심술을 과장법을 사용하여 표현한 것을 보더라도, 놀부의 심술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고 귀여운 행동으로까지 보여진다.
이런 놀부가 물질을 너무 숭상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놀부의 이러한 태도는 부정적으로 보질 않는다. 현대와 같이 복잡하고, 경제적 관념이 중시되는 시대에 놀부와 같은 태도는 비난받을만한 행동이 아니다. 제비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린 사건을 보아도, 제비가 생명체이고, 생명체에게 몹쓸 짓을 한 행동은 반윤리적, 반도덕적 행동이라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딴 사람이 부를 축적한 사례를 보고 자신 또한 그 방법을 사용하여 부를 축적해 보고자 하는 행동은 현대 경제생활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이렇듯 현대사회와 같이 복잡하고 경제적인 관념이 중시되는 사회에는 놀부와 같은 경제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잘 살아갈 수 있다. 놀부는 현대적 시각으로 보면 똑똑한 인물이고, 잘사는 계층에 속한다.
흥부에 대해서 현대적인 시각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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