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인간의 출현 이타적 인간의 출현 줄거리
상대방에게는 이득을 주지만 정작 행위자 자신에게는 희생이 되는 그런 행위를 이타적 행위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물질적인 이득을 좀 더 많이 얻은 개체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많이 퍼져나간다는 진화의 논리에 맞선다. 이 책은 진화 과정에서 당연히 없어졌어야 했을 이타성이라는 인간의 속성이 계속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인지, 이타적 인간은 어떻게 이기적 인간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진화했는지, 또 과연 인간이 온전하게 이타적인 동기로 어떤 선택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나와 있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지는데 첫 부분에는 이타적 인간, 혹은 호혜적 인간의 진화를 둘러싼 수수께끼들을 설명해내는 여러 이론들이 나온다. 기존에 주목받았던 이론들을 가지고 인간 사회의 협조행위를 설명하면서 또 이 때 갖게 되는 난점들을 지적하고, 그 대안이 되는 이론들에 대해서 나온다.
수수께끼들을 풀어줄 기존의 이론들 중 첫 번째는 혈연선택 가설이다. 내 자식을 돕고, 내 형제를 돕고, 더 나아가서는 내 손자 손녀 및 조카들을 돕는 것은 다름 아니라 나와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은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는 것이다. 도운 결과 이들의 자식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나의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도 높이게 되고 이것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이타적 행동을 할 때 얻는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누군가를 돕는 이타적 행동이 이득이 커지기 위해서는 내가 도우려는 상대가 높은 확률로 나와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어야 하고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돕는 것일수록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다. 나와 혈연관계에 있지만 촌수가 먼 경우, 즉 유전자를 공유할 가능성이 낮은 경우, 내가 그 사람을 돕는 행위가 내 유전자를 퍼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그만큼 낮아지므로 내가 이타적 행동을 할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 사회에서나 동물들의 사회에서 이타적 행동이 굳이 혈연관계에 있는 개체들 사이에서만 국한되어서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즉 이 이론을 가족의 테두리를 넘어서 존재하는 이타적 행동을 설명하는 데까지 확장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수수께끼들을 풀어줄 기존의 이론들 중 두 번째는 반복-호혜성 가설이다. 나중에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호의를 받고 내가 이번에 보답을 안 한다면 당장에야 이득이 있겠지만 다음번에 상대방이 나와 거래를 안 하려 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여기서 장기적인 손해가 눈앞의 이득보다 크기 위해서는 둘 사이의 거래가 아주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즉, 반복-호혜성 가설에 따르면 이타적 행위가 일어나는 이유는 둘 사이의 상호작용이 지속될 것임이 전제되었을 때, 상대방이 다음 회에 보복할 것을 두려워해서 이타적 행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반복되어야 한다는 말은 게임이 무한히 반복되거나, 혹은 게임이 언젠가는 끝이 나더라도 경기자들이 이 게임이 언제 끝날지를 알지 못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 여기서 보복이란 “네가 이번에 협조를 안 하면 나도 다음번에 너와 똑같이 협조를 안 할 것이다”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 때 보복이 얼마나 강력한가는 두 사람 사이에 게임이 다음 기에도 계속 반복해서 일어나게 될 확률이 얼마나 높은가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 이론도 반복이 전제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나는 이타적 협조적 행위나 보상도 없는 이타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 다음부터는 이타적인 사람들 혹은 호혜적 인간들이 혹독한 선택과정에서 어떻게 살아남게 되었는지에 대한 것들이 나온다. 다시 말해 게임이 일회적임에도 불구하고, 협조적 전략이 혹은 호혜적 인간형이 어떻게 진화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 지에 대해 설명해주는 이론들이 나온다.
이론들 중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그 첫 번째는 유유상종 가설이다. 우리는 거래를 할 때 이기적인 사람과의 거래를 피하고 이타적인 사람들을 찾아서 거래하려 하는데 그러면 이타적이고 협조적인 사람들끼리 모이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유유상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때로는 사회적 규범을 어긴 사람에 대한 징계가 집단으로 부터의 퇴출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이렇게 되면 이기적인 사람들은 점차 집단으로부터 퇴출되어 고립될 것이므로 집단에는 이타적인 사람들만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유상종은 이타적인 사람들이 사회에서 번성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지만 이질성으로부터 오는 다양성의 이득을 얻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두 번째 가설은 의사소통 가설이다. 의사소통을 통해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하고 또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함으로써 서로간의 신뢰가 증대되며 사람들 사이에 집단의식이 생겨나게 하고 이기적인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죄의식을 불어넣는 다는 것이다. 즉 이렇게 의사소통이 전제되면 사람들의 이타적 행동이 증가하게 된다는 가설이다.
세 번째 가설은 집단선택가설이다. 한 사회에 이타적인 개인들이 많을수록, 그 집단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고, 혹독한 환경 내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집단들을 상대로 집단선택이 일어나게 되면, 이타적인 사람들이 많은 집단일수록 선택과정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게 된다는 것이다. 즉 개인선택과정에서는 이타적인 사람들이 추려지지만, 집단선택과정에서는 이타적인 사람들이 적은 집단이 추려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집단선택의 속도는 개인선택의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기는데 사회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법, 규칙, 관습등과 같은 제도의 존재가 집단선택과정의 효과를 증폭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에 이타적인 사람들이 많은 집단이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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