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을 읽고 나서
“사람풍경” 책을 사놓고 심리여행 에세이라는 책표지의 문구만 보고서 도대체 이걸 무슨 재미로 읽어 나갈까? 한숨 쉬며 책꽂이 한쪽에 고이 모셔 두었었다. 교수님이 왜 꼭 읽어봐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하셨을 때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책을 펼쳐보았다.
아이들이 어려서 어린이집에 보내고서 이 책을 보겠다던 내 다짐은 방학과 동시에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아이들이 돌아가며 눈병에 걸려서 책은 펼치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아이들을 봐야했다. 저녁시간에 아이들을 재워놓고 조금씩 책장을 넘기면서 내 마음에 무엇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말이다. 왜 사기만 해놓고 읽지 않았을까 후회하며 책을 다 읽었을 때에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내가 마치 이야기 속에 동화되어 나를 치유해 가듯이 말이다.
여행을 하면서 겪은 모든 일들을 기본적인 감정들, 선택된 생존법들, 긍정적인 가치들로 나누어 자신이 겪은 일들을 어쩜 이렇게 적나라하게 잘 풀어놓았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삶의 중요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비밀 한 가지가 우리 대부분이 세 살까지 형성된 인성을 중심으로 여섯 살까지 배운 관계 맺기 방식을 토대로 살아간다는 점, 그리고 정신 분석가들은 인간 정신이 생후 3년에 이르기까지 60퍼센트, 여섯 살까지 95퍼센트가 형성되며, 5살까지가 아주 중요하다고 하던 지은이의 말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을 주인공이 정신분석학을 받으면서 공감했듯이 말이다.
생의 모든 문제는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했듯이 어렸을 때 무엇보다도 엄마와 나누는 애착경험은 아이가 성장해 나가는데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사랑이 결핍되면 우리가 생에서 만나는 모든 문제가 존재하게 된다는 말도 내 가슴을 뒤흔들어 놓았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엄마와의 사랑이 그렇게 위대하며, 소중하고, 최초로 경험하는 안락함, 즐거움, 쾌락, 행복감의 근원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나는 과연 아이들을 위해 신랑을 위해 그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되고 반성해 보는 계기도 가져보았다. 엄마와의 최초의 사랑이 그렇게 중요하구나 생각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돌이켜보고 지은이의 맘과 내 맘이 동일시되어 지는듯한 애틋함과 가슴 한켠이 저려오는 느낌도 들고 미묘한 감정들이 한동안 나를 혼란 속에 빠뜨려서 나 스스로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만들었다.
나의 분노를 나 스스로 통제한다는 것이 참으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지만 그 내면에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초등학교 5학년때 교통사고로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자 행복했던 나의 일상이 뒤엉켜진 실타래처럼 꼬여서 점차 웃음이 사라져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가 없는 건 어린나이에 나에게는 콤플렉스가 되었고 엄마가 있는 다른 친구들을 질투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으며 사각지대 같은 곳에 나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사랑이 너무나 사무칠 정도로 그리워지는 그런 순간도 있었다. 지금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신랑의 든든한 지지를 받으며 보육교사 공부를 하고 있으며 나 스스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 한다. 그런 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람풍경” 이란 책이 이토록 나의 어느 한 부분을 뒤흔들어 놓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가슴이 저려오는 순간, 지은이의 맘에 공감하던 순간, 그 순간순간이 한동안 나를 씁쓸하게 만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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