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감상평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소설가인 구보씨의 하루이다. 구보의 하루는 평범한 사람과 다르다.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그의 일상은 평범한 사람보다 독특하거나 깜짝 놀라는 일이 많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평범한 사람보다 사건이 없다. 구보는 특별한 약속도 일도 없는 사람이다. 그저 길을 따라 걷기만 한다. 때문에 소설은 구보의 의식의 흐름에 초점을 둘 뿐 주목할 만한 사건은 전혀 없다.
원작 소설을 생각해 볼 때, 내 생각으로 원작 소설은 도저히 연극으로 올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원작 소설에선 극적인 부분도 전혀 없고, 뚜렷한 가치관을 가진 인물도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주인공 구보도 아무런 뜻 없이 행동한다. 마지막 부분에선 무엇인가를 결심하지만 소설에선 그의 달라진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끝낸다. 때문에 연극이 매우 기대 되었다. 얼마나 각색될지 특히 구보가 연극에 맞게 어떻게 변할 것인지가 가장 궁금했다.
그러나 연극은 나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연극은 소설과 똑같았다. 심지어 주인공들의 대사마저도 소설과 똑같다. 소설 속의 대사와 같은 것이 아니라 대부분 소설의 문장을 그대로 인물들이 읽는다. 마치 다큐멘터리에서 나래이션을 들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연극 소설가 구보의 일일의 가장 큰 특징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들의 대사는 극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2시간 반 동안 연극이 꽤나 지루했는데, 그 이유는 역시 대사 때문이었다. 분명 눈앞에서 사건이 이뤄지긴 하는데, 그들의 대사는 밋밋했다. 당연히 사건도 밋밋할 수밖에 없었다.
원작을 읽을 때도 지루했는데 연극까지 지루하니 정말 황당했다. 처음 부분에서 박태원과 이상이 나오는데, 박태원이 소설을 쓰고 있다. 박태원은 입으로 말하며 소설을 쓰는데, 옆에서 이상이 중간에 끼어들기도 하면서 소설을 써 내려간다. 이 부분을 보면서 참신하다고 생각하며 이러다 본격적으로 연극이 시작되겠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연극은 계속 이런 식으로 이어졌고,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마지막은 아예 구보가 소설을 들고 나와 읽어 줬다.
소설을 읽어주는 지루함 속에서 그나마 졸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효과 때문이었다. 무대 효과는 깜짝 놀랄 정도로 신기했다. 제일 신기했던 건 역시 구보가 걸어가는 걸 표현한 것이었다.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걷는 구보를 위해 특수 무대장치가 이용되었다. 바로 움직이는 영상이었다. 가운데 구보를 중심으로 양쪽 옆에 건물들의 영상이 움직였고, 마치 버스가 움직일 때, 차창 밖의 풍경처럼 휙휙 지나갔다. 그 가운데로 구보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또한 연극은 소설과는 다르게 코믹한 부분이 섞여 있었다. 구보의 발랄한 걸음걸이와 주인공들의 재밌는 행동 등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었다. 연극 중간에 찰리 채플린 영상을 잠깐 틀어줬었는데, 연출가가 채플린의 영화에서 개그 코드를 갖고 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는 행동이나 표정은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표정이나 작은 행동들이 웃길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무대가 작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맨 앞에서 두 번째에 앉아 본 나는 표정까지 생생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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