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지금 여기의 세계사
며칠 전부터 인가, 내 손에는 ‘지금 여기의 세계사’라는 책이 떠나지 않았다. 평상시 소설책이나, 산문집을 주로 읽는 나로서는 교양 과제로 읽어야만 하는 세계사를 다룬 책이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금세 책에 빠져들게 되었고, 온몸에 있는 털들이 쭈뼛쭈뼛 서는 전율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현재 우리지구의 환경문제를 다룬 PART 1과, 다양하고 색다른 문화를 다룬 PART 2, 인권문제를 다룬 PART 3, 아직도 끊이지 않는 전쟁문제를 다룬 PART 4. 이렇게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각 특파원들이 세계문제를 직접 보고 느낀 바를 다루고 있었다.
요즘 한창 뉴스에서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일명 조류독감이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소홀히 대처했다가 열흘 만에 저세상으로 갈수 있는 무시무시한 병이다. 하지만 닭싸움 등 닭과 함께하는 문화가 발달한 베트남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람이 1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들이 위험성에 대해 무지하면 국가가 올바른 조치를 취해 깨우쳐야 하는데, 베트남은 아직 그것이 부족한 것 같았다. 아프리카의 최고봉. 빛나는 산이라는 뜻의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점점 녹아내려, 15년 뒤에는 연구실에서만 볼 수 있다는 문장은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땅이 점점 가라앉는 나라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이었다. 이상기온 현상으로 여름이 빨리 찾아오고, 숨이 막힐 듯 무더운 더위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 요즘, 온난화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가장 흥미로움을 느꼈던 PART는 바로 이웃 나라들의 다채로운 문화였다. 세계경제강대국의 대열에 오른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지난 방학 때 일본여행을 가서도 “아임 코리안” 하고 자랑스럽게 외쳤던 나이다. 하지만 문화 PART를 보면서 정말 우리나라는 아직도 많이 배우고, 가야할 길이 멀었구나 하고 느꼈다. 스웨덴을 보며 출산율 저하, 세계최저출산 등 뉴스나 신문에서 문제점만 심각하게 다루지, 정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은 어디에도 없는 우리나라를 다시 보게 되었다. 또한 무엇이든 빨리 완성해야 인정받는 패스트 문화의 선두주자, 우리나라와 달리 느림의 미학을 온 나라가 실천하고 있는 이탈리아 슬로시티를 보며 책으로나마 마음의 안정이 전해오는 듯 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패한 경찰과 검찰로 지목된 멕시코. 이를 두고도 주민들은 원래 1등 인데 뇌물을 주어 2등이라고 조롱한다. 마야문명의 유적지가 많아 볼거리 또한 굉장한 멕시코가, 치안으로 소비하는 돈이 5조원이나 넘는다니 정말 꿈에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아이들을 팔아 돈을 받는 부모, 하루 온 종일 땡볕에서 돌을 캐며 일해도 변변치 않은 돈을 받는 아이들, 바로 현재 개발도상국의 표본, 인도의 아직도 뿌리잡고 있는 신분제도 이야기이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만이 이런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배불리 먹으며 자랄 수 있게 해줄까? 세계화다 뭐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우리만을 생각할 뿐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또한, 지난 2001년 911 테러의 주범으로 오사마빈라덴이 지목되고, 그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다. 전쟁은 일상생활이라는 그곳. 끊임없는 내전으로 총소리와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살인이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최소한의 권리조차 주지 않는 인권문제에 대해 무지했던 나를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반성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피 흘리며 숨져갈 사람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사실, 평상시에 내게 특파원은 세계 좋은 모습을 담기 위해 이리 저리 뛰며 일하는 멋지고 특별한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런 특파원이 세계 각국에 파견되어 보고 느낀 바를 책으로 엮었다 하여 책을 읽기 전부터 떨림이 전해왔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나의 지성과 감성에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설명과 더불어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이나 그림들이 부족했던 것 같다. 책을 보면서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건 바로 다름 아닌 나에 대한 자책감이었다. 나는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식인이라는 대학생으로서, 눈앞에 닥친 과제하기에만 급급하고 하루하루의 즐거움만으로 살아갔을 뿐,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무지하고 관심조차 없었다. 온난화에 대해서는 그저 ‘아 진짜 여름이 점점 빨리 찾아오는 것 같네. 심각 하구나’ 하는 얄팍한 걱정밖에 하지 않았었다. 온실 가스로 인한 온난화가 우리 지구를 이렇게 아프게 하고 있는지 몰랐다. 온실 가스는 우리가 평소 쓰지 않는 전기콘센트는 뽑아둔다든지, 가까운 거리는 개인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다. 나 먼저, 우리가족먼저 실행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하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대학생들이 이 책이라도 한번 읽어 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나또한 그랬듯이, 책 한권으로 인해 이제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깨우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전국에 있는 대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고, 군것질을 줄여 모은 푼돈으로 배고픔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을 준다면, 이 세계는 지금보다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나의 작은 행동변화로 세계 모든 이웃사람들이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보다 보람되는 일이 어디 있을까?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환경운동가, 앨고어의 ‘불편한 진실’ 이라는 책도 읽어보려 한다. 이 책으로는 내가 또 무엇을 느끼고,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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