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여담자미라는 말을 듣고는 군대생각이 났다. 운전병으로 공군에서 2년을 복무했던 나는 근무 중에 주어지는 휴식시간에 주로 책을 읽었다. 멀리 장거리 운전이 잡힌 날에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가방에 지참한 후 운전대를 잡아야지만 마음이 놓였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운전 시간이 지루하거나 괴롭지 않았다. 군 시절만큼은 책이 사탕수수처럼 달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유는 자명했다. 철조망 속에 갇혀서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던 나에게 책은 사회와 연결돼있는 유일한 소통 창구였고,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무한한 세계였으며 매일 꿀 수 있는 달콤한 꿈이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으며 염상진과 김범우 두 인물의 사상과 멋에 흠뻑 취했었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으며 죄책감, 자괴감이 사람을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지 보고 공포스러워했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평소 즐겨 읽는 편이다. 사실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김진명이라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책을 출판하면 일단 관심부터 갖는다. 요새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대입 걱정, 졸업 걱정, 취업 걱정에 하루 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으니 애국심이 가슴에 깃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김진명 작가의 책을 접하면서 내가 얼마나 편협한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그는 분명 애국자이다. 그가 쓴 글들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우리나라를 위하고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책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였고, 내가 살고 있는 조국 대한민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열강들에게 굴복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며 가슴이 아프기 시작했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개탄하기도 했다. 책을 읽을수록 나는 그 맛에 매료되었다. 때로는 쓴 맛으로 가슴을 괴롭게 하고 때로는 매운 맛으로 눈물이 핑 돌게 했으며 또 때로는 달콤한 맛으로 기분을 풀어주는 책의 매력을 통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나가기 시작했고, 왜 우리나라가 열강에게 붙잡혀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됐는지 이해하게 됐다.
이번에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 중 ‘선립근기’라는 말도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여담자미와 선립근기 두 가지 주제를 잡고 레포트를 썻습니다.^^) 글자는 발자국인데 중요한 것은 발자국을 쫓아 가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그 길을 걸으면서 바라보고 느꼈던 주변의 사물과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하셨다. 다시 말해 작가가 써놓은 글에만 현혹되지 말고 나의 주관을 세워서 작가가 왜 그러한 글을 쓰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며 글을 읽으라는 뜻이다. 평소 문자 속에만 빠져서 글 읽는 습관이 든 나에게 선립근기로 독서 하는 것은 분명 하나의 도전 같은 과제였다. 하지만 그러한 관점에서 책을 읽으면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다. 나의 주관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 비판적인 관점에서 책을 읽게 될지, 아니면 오히려 작가의 마음과 더욱 동화되어 책을 읽게 될지 궁금했다
4월 4일 나는 김진명 작가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2,3 권을 정석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3권 분량의 책이었음에도 이를 선택한 이유는 제목에서부터 작가의 마음을 많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궁화는 국화이다. ‘국화가 피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작가의 마음’은 우리나라가 비로소 스스로 일어나서 외세에 더 이상 구속 받지 않고 뜻을 펼칠 수 있는 강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통한다. 실제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문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가 기밀 프로젝트였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의 공식명칭이었다. 6.25 전쟁 이후 휴전선 이남으로는 미국의 지배를 받게 된 한국은 모든 군사적 행위에 있어선 미국의 관할 아래에 놓이게 된다. 이를 개탄스럽게 여긴 박정희 대통령은 자국이 핵 무기를 갖게 되면 더 이상 외세에 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뜻을 몰래 펼치고자 한다. 미국에서 연구 중이던 이휘소 박사를 한국으로 몰래 초빙하여 기밀 프로젝트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하지만 낌새를 챈 미국이 이를 제지하고 결국 이휘소 박사와 박정희 대통령은 암살을 당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으로 소설은 전개가 된다. 힘없는 대한민국이 죽음을 불사하는 몇 몇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결국 북한과 합작하여 핵무기를 개발하게 되고 우리를 핍박하는 나라들과 싸워 종래에는 승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글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 나의 주관을 세워서 작가가 왜 이 글을 썼을까라는 물음을 자꾸 떠올리며 이 글을 읽어보았다.
글을 쓴다라는 것은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을 종이 위에 펼치는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 책을 집필한 작가가 어떠한 인물이며 평소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먼저 알아야지만 이 책을 읽는 내가 주관적인 감정을 가지고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포털 사이트를 통해 김진명 작가와 관련된 여러 글들을 찾아 읽어보았다. 기자와 김진명 작가가 단독으로 진행한 인터뷰가 김진명이라는 사람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조사과정들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선립근기 관점에서 읽는데 도움을 주었다. 김진명 작가는 반미주의자이다. 동시에 민족주의자이다. 그는 고구려가 고조선을 잇는 우리 문화의 발상지라고 생각하며 고구려를 아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아는 문제로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동북공정에 대해 한국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항하기를 바란다. 최근에 그가 집필한 ‘고구려’라는 책과 ‘글자전쟁’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이러한 작가의 주관이 뚜렷이 드러난다. 역사적으로 민족적으로 우리나라가 잊혀져 가는 현실을 심히 안타까워하며 우리의 정체성이 위대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에 속박되어 우리의 뜻을 펴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자신의 뿌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정체성의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 그가 책을 집필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한다. 위의 조사를 통해 나는 김진명 작가가 참으로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것은 분명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작가에 대해 호의적인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는다면 분명 그가 써놓은 글들이 지향하는 메시지가 더 잘 와 닿을 것이다. 반면 김진명 작가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책을 읽었다면 작가의 메시지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히 섞어서 흥미진진하게 만든 소설 한 권을 읽는 것 정도로 밖에 치부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진명 작가라는 사람을 알고, 그가 평소에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조사하고 난 뒤에 책을 접하니 독서의 많은 부분이 흥미로웠다. 책 속에서 조금은 비약이라고 느껴지는 문장도, 그가 왜 이러한 문장을 썼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 소설이기 때문에 어떠한 제약도 없는 2차원 공간에 그가 수없이 써내려 가는 수많은 내용들이 결국에는 일관된 하나의 메시지에 직결되어 있었다. ‘이번엔 우리가 스스로 일어나서 싸워보자.’ 작가는 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만들고 엮어가면서 3권 분량의 책을 집필한 것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책을 통해 더 이상 동북아질서의 역학 속에서 눈치나 보며 살지 말고, 이제 조국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자 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 주관을 가지고 책을 읽으니 나는 오히려 그 책에 더 매료되었다. 비판적으로 책을 읽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뒤엎고 김진명 작가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머리 속에 생생히 그려지면서 사건 하나 하나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더 분명히 다가왔다. 시험기간이지만 선립근기로 책을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얻은 것이 커서였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남북한이 힘을 합쳐 우리를 핍박하는 일본에 핵을 떨어뜨리고 결국 항복을 받아낼 때는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김진명 작가가 눈에 힘을 주고 독자들에게 외치는 무언의 소리가 가슴에 맴도는 느낌이었다. 선립근기의 관점으로 독서를 하니 책의 맛이 한층 더 깊었다. 여담자미와 통한 것이다. 그가 찍어놓은 발자국만 보고 따라 갔다면 독서는 마칠 수 있었어도 남는 것이 크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발자국을 따라가며 그가 보았던 주변 풍경들 사물들을 같이 바라보고 공감하니, 독서가 끝난 후에도 작가의 메시지가 계속 심금을 울렸다. 주관을 가지고 책을 읽는 법. 사전에 조사과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는 분명 효과적으로 책을 읽고 내 것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임에 분명하다. 교수님께서 이번에 내주신 과제를 통해 앞으로 책을 읽을 때는 먼저 그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독서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간만에 사탕수수처럼 달콤한 독서를 한 기분이라 너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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