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문 양성평등글짓기 세상의 반은 여자
"여보, 다녀오셨어요?"
햇볕 따뜻한 날, 아파트 옆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여자아이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인사까지 한다.
"어, 나 왔어."
제법 의젓한 척을 하는 작은 남자아이는 정말 자기가 아빠가 된 듯 걸음까지 팔자걸음으로 어기적거리며 놀이터로 들어섰다.
우연히 놀이터를 지나다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어릴 적 내 모습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났다. 재미있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여자아이가 밥상을 차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내 예상대로 색색의 꽃잎과 이파리로 정성스럽게 상을 차려 남자아이에게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그 때 남자아이는 반찬이 이게 뭐냐면서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는데 은근히 화가 났다. 여자아이를 무시하는 남자아이의 태도가 마치 옛날 양반들이 종을 부리듯 불손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남자아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 아빠의 행동을 따라 했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왕이나 된 듯이 행동하고 있어? 정말 기가 막혀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어릴 때부터 여자와 남자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그 점 때문에 서로 이기려고 대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벌써 다름을 인정하지만 표현이 서툴러서 방법이 유치해지나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사소한 말로 우리 반 남자애와 싸우게 되었다. 남자 아이가 "암치킨꼬꼬댁하우스폭삭" 하며 소리를 지르고 도망을 가자 우리 반 모든 여자 아이들이 끝까지 따라가서 그 아이를 응징해 주었다. 아마 암치킨이 모두 자신을 말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즉, 여자가 큰소리를 치면 집이 망한다는 뜻을 모를 리가 없는 여자아이들이었다. 그 때는 남자 아이들이 힘자랑만 하는 곰과 같은 녀석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여중을 다니는 지금은 남자 아이들이 종종 그리워질 때가 있으니 우습다.
가끔 왜 지금도 양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만큼 옛날 조선시대처럼 유교사상이 깊이 뿌리를 내려 삼종지도니 칠거지악이니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여자들을 무시하던 때는 지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세상이 변했는데도 여자와 남자를 자로 긋듯이 분명하게 갈라놓고 끼워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여자들이 하는 일과 남자들이 하는 일을 구분해 놓거나 똑같은 자격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여자들이 아직도 회사에서 남자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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