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감상문] 마루야마 겐지 강을 읽고
‘마루야마 겐지 라는 일본 소설가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제법 친숙한 작가이다’
영상매체론 시간 받아 든 마루야마 겐지의 이라는 소설의 독후감 때문에 솔직히 골치를 앓던 내가 찾아 본 첫 내용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친숙한 작가라고는 하지만 독서와는 제법 거리가 먼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작가였다. 처음 텍스트를 읽기 시작했을 때는 A4가득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들어 차 있는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쨌든 읽어야 독후감을 쓸 수 있기에 나는 그 것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곧 그 소설에 빠져들고 있었다. 책 읽는 것을 워낙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에 얼마 안되는 소설을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소설은 무언가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전공이 영화연출인 탓인지 소설을 읽으면서도 내러티브를 찾기에 급급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기,승,전,결은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 소설은 생뚱맞게도 주인공의 기억 속의 사건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가고 있었다. 즉, 작품 표면에서의 사건이 아니라 주인공인 에 의해서 진술된 기억속의 사건이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이 작품에는 기존의 소설적 구성이라 일컬었던 것이 없었다.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은 ‘교통사고’였다. 주인공인 ‘나’가 병원 밥이 맛이 없어 찾게 된, 강을 끼고 있는 오두막 식당에서 젊은 부부와 사나이를 보면서도 줄 곧 주인공 자신이 당한 교통사고와 연관을 지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도대체 그 사고가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였길래?’라는 궁금증이 글을 읽고 있던 내 뇌리를 잠시 스쳐갔다. 이 소설에서 한 가지 더 특이했던 점은 모든 글체가 서술형식이 아닌 ‘묘사’라는 점이었다. 사실 이 점은 내가 글을 읽은 후 정보를 더 얻을 수 없을까 찾아본 결과 알게된 내용이다. 어! 하고 받아 온 텍스트를 다시 읽어보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마루야마 겐지 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다들 상당히 낯선 형식의 소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묘사라고 하면 소설보다는 시가 떠오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조금 특이한 작가네 라고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작품이 아닌 마루야마 겐지 작가 자체에 관심을 가져 보았다. 마루야마 겐지 의 ‘묘사’중심 소설은 철저히 그의 의도적인 창작법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과란다. 그는 그의 에세이집도 냈는데 에서 자신의 문학관, 특히 소설관을 직접 밝힌 바 있다. 이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데뷔한 이래 줄 곧 영화에 대한 대항의식을 갖고 소설을 써왔다. 언젠가는 반드시 영화보다 더 좋은 소설을 쓸 것이라고, 소설이 영화와 경쟁을 하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러고 싶었다. 영화로는 절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각적 이미지를, 문자이기에 가능한 선열한 이미지를 창출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영화를 뛰어넘는 소설, 시각적 이미지가 강렬한 ‘시소설’을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소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의 단편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전공하는 나로서는 그의 말에 아주 크게 반박하고 싶어졌다. 글로만 이해해야하는 소설이 어떻게 영화를 상대로 경쟁을 할 수 있겠냐고...
사실 아무리 영화를 전공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같은 내용을 영상으로 볼 때 보다 글로 읽을 때 더욱 실감이 날 때가 있다. 딱 규정지어진 이미지가 아닌 글을 읽는 자신이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펼침으로써 글 속의 묘사를 머릿속으로 그려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의 섬세하고도 섬세한 묘사가 가장 큰 한 몫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의 작가적 특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끔은 글을 읽으면서 애매모호한 글로 앞장을 한번 더 넘겨보도록 하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주인공이 바라본 젊은 부부의 부부싸움 장면이나 노인이 죽어간다는 전보에도 꿈쩍하지 않고 양고기를 구워먹는 사나이가 그 이유이다. 젊은 부부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사나이는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만 같지만 내가 읽어 본 텍스트에서는 그 사연을 언급해 주지 않았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을 법한 슬픈 사연을 지닌 듯 하지만 굳이 건장한 사내로 캐릭터를 설정한 것이나, 끝에 결국 노인이 죽었다는 소식에도 바로 달려가지 않는 매정함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그를 이렇게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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