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감상
1. 갈등에 대하여
희곡론 수업을 끝마치고 처음 보는 연극이었다. 나름대로 배운 것을 써먹어 보려고 갈등의 전개방식을 분석하면서 보려고 했다. 운이 좋았던 것은 이번 학기 다른 수업에서 박태원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는 사실이었다. 소설 「천변풍경」과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중심으로 한 것 또한 행운일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연극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나는 작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원작 소설은 보통 소설과도 조금 다른 실험적인 소설이다.(그 당시로는) 소설의 내용은 정말로 소설가 구보의 일일이며 구보가 하는 일이라고 해도 청계천변 일대를 죽 걷는 것이 전부이다. 소설은 구보의 내면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구보가 시시때때로 느끼는 것이 1930년대 종로 거리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소설은 그게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작은 갈등이나 사건과는 거리가 먼 소설이다. 그래서 1930년대 황금만능주의를 비난하면서도 무능한 자신에 대한 한탄을 느끼는 심리적인 것에서나 갈등을 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연극을 보며, 이 연극에는 갈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인물에 대하여
원작 소설은 소설에 대한 소설 즉 ‘메타픽션’형식이었다. 그에 맞게 창작자가 극중 인물과 동화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었는데, 이 연극에서는 소설가 박태원을 ‘구보’로 칭하여 두 명의 ‘구보’가 소설 속과 밖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형식을 띄었다. 소설 밖에서 구보 박태원과 이상이, 소설 속 구보를 지켜보는 것이다. 소설 속 구보는 소설의 진행과정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소설 밖 구보는 작가 박태원에 대한 지식과, 1930년대 문단 등 배경지식을 설명하게 된다.
3. 무대 공간, 사용된 효과
오히려 이번 연극은 본질적인 연극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는 연극을 보면서 무대 장치가 굉장히 발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런 기술적이고도 감각적인 분위기에 치중한 것 같았다. 연극은 내용중심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 많았다. 소설 그 자체를 보여주었는데, 소설을 희곡으로 각색한 것이 아니라 아예 소설 자체를 연극 무대로 옮겼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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