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르래, 밧줄, 죽음, 죄,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형이다. 사형이란 수형자의 목숨을 끊는 것이다. 전에는 죄지은 사람들은 모두 감옥에 가둬서 사형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만한 사람들이니까. 다른 이의 생명을 잃게 했으면서 자신은 감옥에서 안전하게 발 뻗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났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의 생각을 어느 정도 바꿔놓았다. 사형수들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한 사형수와 내면에 상처를 가지고 있는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이 서로 만나면서 변해가는 이야기다. 이제부터 책속에 들어가 자세한 이야기를 살펴보자.
이 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있다. 윤수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블루노트와 유정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책전체이다. 윤수의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었다. 그로인해 어머니는 도망갔다. 윤수와 동생 은수 둘이서 힘들게 지내고 있는데 은수는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눈이 멀게 되고 아버지는 농약을 먹고 자살한다. 그래서 고아원에서 지낸다. 이곳은 폭력과 폭력의 순환이었다. 그러다 어머니를 뵙게 되는데 후엔 어머니에 의해서도 버림을 받는다. 결국 다시 길바닥 신세를 지게 되고 은수는 길바닥에서 차갑게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윤수는 다시 폭력의 굴레에 들어가게 되고 한 여자를 만난다. 사랑하게 되지만 여자가 자중외임신을 하게 된다. 돈을 구하기 위해 죄를 짓게 되고 공범의 죄까지 뒤집어 써서 윤수는 사형판정을 받게 된다.
유정은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 땐 부러울 것 하나 없지만, 고등학교 때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여자이다. 세 번씩이나 자살시도를 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수녀를 하는 고모를 따라 교도소에 사형수들을 만나러 다닌다. 처음에는 사형수를 만난다는 것이 꺼림칙하지만, 세 명의 사람을 죽인, 실제로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한 사람을 죽이고 다른 동료의 살인을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수감 되어있는 윤수를 만나면서 처음에는 어색하고 눈치만 살피지만 서로 가지고 있는 상처가 같다는 것을 깨달고 감정을 나누면서 ‘진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두 사람은 한 주일, 두 주일... 마치 세상의 마지막 시간을 대하듯 일주일에 세 시간씩, 일 년 동안의 만남을 갖는다. 내일이 곧 죽음인지도 모를, 하루하루가 소중한 그들과의 만남은 우리들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된다.
세 명의 여자를 살해한 남자, 세 번이나 자신을 살해하려 한 여자. 다른 듯 닮아있는 이 둘의 만남. 처음엔 서로 꺼려했으나 만남을 통해 진실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없던 둘, 하지만 생애 처음으로 따스함을 느끼면서 변해간다. 책 내용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당신으로 인해 진정 귀중하고 또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었다고 혹여 허락하신다면, 말하고 싶다고 당신의 상처받은 영혼을 내 목숨을 다해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살아서 마지막으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내 입으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그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사랑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 할 수 있고, 용서 받아본 사람만이 용서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왜 그때 웃으면서 그의 손을 마주 잡지 못했을까 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윤수의 말대로 너무나 간단했는데, 그냥 사랑했으면 됐는데...”
가끔 살다보면 외로울 때가 있다. 넓은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느낌, 혼자 둥둥 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에서 나오는 구절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이 구절이 마음 뿌리 깊게 박혀 아려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때 나의 편이 있으면 해결이 된다. 이들도 그런 것이었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겼지만 모두가 외면할 때 윤수와 유정은 서로의 편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서로에게 더 의지했고 사랑하게 된 것이다. 사형수인 윤수와 스스로의 사형 집행자였던 유정은 공감을 통해 변화를 했다.
사회복지학과 학생으로서 이 책을 본 결과 수업시간에 배운 사람을 변화 시키는 기술 6가지가 이 속에 스며들어있었다. 관계를 맺고 무조건적인 수용을 해주고 공감을 해주니 변했다. 거칠기만 했던 사형수가 변했다. 세 번이나 자살기도를 한 스스로를 꼴통이라 칭했던 사람이 변했다. 물론 소설이긴 하지만 책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형수도 바뀔 수 있구나. 극악무도한 그들도 변할 수 있구나.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형 제도를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생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사형은 합법적 살인이다. 합법이든 아니든 살인은 살인이다. 그래서 사형수들끼리 섬들에 가둬놓고 자기들끼리 지내게 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면 좋겠다.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우리 ‘둘’만의 행복한 시간. 그 둘의 시간처럼 우리들도 삶에 있어서 자신 또는 타인의 상처를 완전히 보듬어 주거나 줄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나 또한 누군가의 행복한 시간 속에 존재 할 수 있도록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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