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사회학을 읽고
사회학을 배우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를 분석하는 인식의 틀을 정립하는 것이다. 안토니 기든스의 비판사회학은 사회학도가 가지는 이와 같은 의무에 자칫 수반될 수 있는 위험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짧지만 2년 간 고전 사회학자들의 이론과 현대 사회학 이론들을 접하면서 단순한 사고와 통찰력으로는 이르지 못할 사회에의 객관적 접근에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논리적 전개를 통해 도출된 저마다의 이론은 내게 100%의 수긍을 가져오기에는 부족했다. 왜냐하면 겉으로는 논리의 구조 안에서 각각의 이론들이 타당한 근거로 그들이 인식한 사회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그에 따른 미래상을 제시했다 하더라도 사회(또는 사회 현상)가 사회과학이라는 학문 아래에서 연구 대상이 될 때, 그 인과관계에 관여한 보다 복잡한 요인들이 배제되는 것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론이라는 것이 하나의 입장에 서 있을 때, 대조되는 입장을 철저히 배척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사회란 본질적으로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인간의 속성으로 인해 규정화될 수 없지만 사회학이 추구해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능한 규정화를 감수해야 했다. 복잡한 사회의 핵심을 포착하고 사회를 다소 명쾌하게 그려 낸 과거 모든 사회학이 걸어 온 역사는 뜻 깊다. 하지만 명쾌한 해석을 위해 배제되는 사회의 실재는 사회 그 자체의 모습을 파헤치는 데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기에 나는 항상 사회학 이론에 경탄하면서도 목마름을 호소해야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론이 가진 이러한 한계에 실마리를 제시했다. 그것은 내 목마름을 축이는 샘물과도 같았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책이나 수업을 통해 접한 여타의 사회 이론들과는 달리 대조되는 두 가지 입장의 이론들을 병렬적으로 전개하여 같은 대상에 대한 상반된 인식을 비교할 수 있게 했다. 허나 그가 택한 이러한 방식은 각각의 이론들을 단순한 대조적 설명으로 그친 것이 아니다. 그가 이 책의 제1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는 각 이론이 배제할 수밖에 없었던-간과했던- 점들을 예리하게 지적하며 미처 채워지지 못한 일말의 부족함을 메우는 비판의 작업을 수행했다. 인간이 종종 즐겨 택하는 ‘경계’가 실제로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연속적인 사회를 설명하는 보편적 수단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이 통쾌했다. 사실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란 자연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인간의 만족감에 맞추어 사회를 분석하는 틀을 사회 자체의 속성과 본질을 고려하지 않은 차원에 허락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그가 사용한 설명적 방법과 더불어 사회학의 역사적 맥락을 강조한 것은 매우 신선했고, 나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또한 일조했다.
또한 이 책은 내가 사회학을 공부할 때 의식적인 노력이 없으면 어느 사상가의 이론에 대해 때로 수동적인 태도를 쉽게 취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했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과 수업 내용을 토대로 치러지는 시험을 위해 어느 이론을 이해하는 나의 방법은, 그 이론에서 가정하는 전제와 그 전제에 따른 이론의 전개 과정을 설명하는 사회학자의 입이 되는 것이었다. 즉 이론을 전개하는 화자(이론을 정립한 사회학자)를 나로 상정하는 것인데 나는 무지하게도 이러한 나의 태도를 편하게 여기고 있었다. 또한 하나의 이론에 단편적으로 집중하는 것을 경계하게도 했다. 같은 사회를 다르게 그리던 마르크스주의자들과 비마르크스주의자들의 입장을 그만의 독특한 비판으로 제시한 것, 계급과 사회 변동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와 각각이 가지는 한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 등을 통하여, 하나의 이론에 갇혀 그 이론을 이해하는 것에서 벗어나 여러 사회학자들이 제시한 사회 분석의 틀을 통해 포괄적으로 내가 주목하는 특정 대상을 심도 있게, 한층 예리한 시선으로 파악하는 작업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흥미를 유발한 대목이 있다. 현재 사회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인간과 그 작업도 역사가 될 것이며 역사를 만드는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현 시대의 사회를 이해하고 또 그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에 대한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하지만 이것이 역사를 조성하고 미래와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는 것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도 한편으로 사회학을 더욱 신비스러운 학문으로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 인간의 역사와 함께 계속 걸어갈 사회학의 탐구 또는 연구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태도와 사고의 방법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보다 폭넓은 시각과 역사적 맥락을 고려한 안목, 같은 대상에 대한 여러 시선을 겸비할 것, 이해라는 명목 아래 의식 없이 행해지는 수동적 자세를 버리고 객관적 입장에서 비판으로 헤아릴 것 등은 앞으로의 배움에서 내가 꼭 놓쳐서는 안 될, 사회를 파악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인식의 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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